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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인생은 행복하다! <즐거운 인생>

<즐거운 인생>은 한국의 현실적인 상황과 ‘음악’이라는 판타지가 훌륭하게 해후하고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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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인생 리뷰

그래도 인생은 행복하다! <즐거운 인생>

다니던 회사에서 해고된 기영(정진영)은 어느 순간 교사 아내(김호정)의 경제력에 기대어 시간 보내기로 소일하며 살아간다. 어느 날 대학 시절 록 밴드 활동을 하던 상우의 죽음을 알리는 비보가 들려오고 밴드 활동을 같이 했던 친구들인 성욱(김윤석)과 혁수(김상호)를 만나게 되고 자신들의 밴드인 ‘활화산’ 활동을 제안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해고된 성욱은 가족 몰래 낮에는 오토바이 택배로, 밤에는 대리 운전을 하며 살아가고 있고 가족을 캐나다에 보낸 기러기 아빠 혁수 모두 생활이 바빠 밴드 활동에 대해 부담을 느낀다. 우여곡절 끝에 록 밴드를 다시 시작한 세 남자는 삶의 희열을 느끼고 성욱의 아들인 현준(장근석)까지 가세하며 즐겁게 음악 활동을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치 않게 돌아간다.

영화의 첫 장면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처한 가부장으로서의 위기를 보여준다.

<라디오 스타>에서 비롯된 이준익 감독의 ‘음악 3부작’ 중 마지막 영화인 <님은 먼 곳에>의 개봉이 그리 멀지 않은 가운데, 유난히 출시가 늦었던 ‘음악 3부작’ 중 두 번째 영화 <즐거운 인생>의 DVD가 곧 출시될 예정이다.

이준익 감독은 동세대 연출자 중 가장 서민적인 감수성을 잡아내는 데 능란한 능력을 이미 <라디오 스타>에서 선보인 바 있는데, <라디오 스타>가 시나위나 부활 그리고 신성우와 이덕진 같은 하드 록(Hard Rock)이 잠시 인기를 끌던 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깊이 담고 있다면, <즐거운 인생>은 현재 중년 남자들에게 ‘음악’ 또는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것 같은 영화다. 음악 세대적으로 <즐거운 인생>의 밴드 ’활화산‘이 연주하는 음악들인 ’불놀이야‘(옥슨80), ’한동안 뜸했었지‘(사랑과 평화) 등은 스쿨 록 밴드가 인기를 끌던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반 정도의 음악적 정서를 대변하는 곡들로(물론 ’사랑과 평화‘는 한국 음악사의 기념비적인 프로페셔널 록 그룹이다.) 영화는 이 노래들이 상징하는 세대 즉 현재의 40대 중반 이상, 그러니까 <라디오 스타>의 음악적 정서보다는 약간 시대적으로 앞서 있지만 거의 유사한 세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그의 다음 영화이자 ’음악 3부작‘의 마지막이 될 <님은 먼곳에>는 동명의 노래를 부른 김추자나 작곡자였던 신중현으로 대표되는 <라디오 스타><즐거운 인생>보다는 더 윗세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기영(정진영)과 성욱(김윤석)그리고 혁수(김상호)는 록 밴드'활화산'의 멤버들

어쨌든 <즐거운 인생>은 영화에 사용된 노래의 제목들처럼 언젠가는 ‘터질 거야’ 하며 살아가다가 사는 것도 괜찮다는 깨달음을 얻은 후 자신들의 인생을 ‘즐거운 인생’이라고 말할 만한 중년 가장들의 이야기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중년 남자들, 즉 기영과 성욱 그리고 혁수는 모두 사회적 전열에서 밀려나거나 패퇴한 인물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코너로 떠밀려 있는 아웃사이더들이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아내에게 일종의 기생 생활을 하고 있는 기영의 무능력함이 보여지고 영화 속에서 가족 안에서도 가장 바깥에 존재하고 있는 인물로 묘사된다. 이런 기영의 무기력함 또는 가부장으로서의 위태로움은 그의 친구들에게도 반복되어 보여지는데, 중산층의 삶을 의미하는 비교적 호화로운 아파트에 거주하기는 하지만 그런 삶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성욱이나 가족을 캐나다에 보내놓고 경제적으로 상징적인 가장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혁수 역시 비슷한 상황이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이들의 모습은 정확히 IMF 구제 금융 파동 이후에 외곽으로 떠밀려나버린 한국의 중년 남성들의 삶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며 또한 타의에 의해 권위적인 부권(父權)을 강탈당해버린 아버지들의 삶을 나열하고 있다. 결국 이들은 사회적으로나 자조적으로 ‘패배자(Loser)'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각자의 반응은 조금씩 다른데, 기영은 그 사실을 쉽게 수긍하는 편이고 성욱은 천천히 그 사실을 받아들여가고 있으며 혁수는 그 사실을 부정하고 싶어한다.

20년만에 의기투합한 '활화산'. 하지만 죽은 친구의 빈 자리가 아쉽다.

<즐거운 인생>에서 이준익 감독은 전작 <라디오 스타>에서 뛰어나게 발휘했던 희비극(喜悲劇)적인 감각을 여전히 잘 유지하고 있다. 달라진 점이라면 <라디오 스타>의 최곤(박중훈)과 매니저 민수(안성기)가 이미 변해버린 세상을 뒤늦게 깨닫고 서서히 파괴된 관계와 현실의 문제를 봉합해 나가는 과정을 겪어나간다면 <즐거운 인생>의 주인공들에게 다가오는 변화한 시간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즐거운 인생><라디오 스타>에 비하면 꽤 퍽퍽한 영화다. 어쨌든 <라디오 스타>를 보는 관객들은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시간들을 인지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주인공들을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반면에, <즐거운 인생>에서 보여지는 슬픔은 여전히 진행 중인 현실의 상황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라디오 스타>의 최곤과 민수가 적어도 영화 후의 시간 속에서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확신하기 쉽지만 <즐거운 인생>의 마지막 장면에서 멋들어지게 공연을 하고 있는 네 주인공들에게 공연 이후의 시간에서도 과연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인지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즐거운 인생>에 대해서 일부 비판적인 평자들이 ‘남성 중심적인 판타지’라는 시각을 지녔던 점도 기본적으로 이 영화가 보편적인 감수성을 담아내기보다는 찌질한 남자들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위기 끝에 다시 결합하는 친구들의 장면 위로 '아카펠라' 음악이 들려온다.

그들은 6,70년대 한국 신파 멜로 영화들의 여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이미 버림받거나 버림받을 것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다. 다만 멜로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소외의 공포를 눈물로 치환하는 것 대신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신나게 록앤롤 연주로 자신들의 공포를 치환하고 있는 것이 다를 뿐이다. DVD의 서플먼트 인터뷰에서 성욱을 연기한 김윤석의 인터뷰 내용처럼 영화 속의 ‘하고 싶은 것 하고 살아.’라는 대사는 여전히 유보적인 의미를 지닐 수 밖에 없다. 따지고 보자면 <즐거운 인생>의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삶을 ‘즐거운 인생’이라고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어떤 ‘순간’들 때문이며 결과적으로 이 영화의 ‘해피 엔딩’은 유보적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즐거운 인생>은 한국의 현실적인 상황과 ‘음악’이라는 판타지가 훌륭하게 해후하고 있는 영화다. <라디오 스타>의 ‘비와 당신’이 귀에 착착 감겼던 것처럼 <즐거운 인생>의 ‘터질 거야’와 ‘즐거운 인생’ 역시 매력적인 노래들이고 현실의 비애와 유머를 섞어내는 이준익 감독의 연출력은 이제 기본 이상임을 이 영화는 다시 한 번 입증한다.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인생>이 전해주는 영화적 입장에 동의하는 편이다. 임순례는 이미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결코 행복해질 수는 없음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지만 적어도 <즐거운 인생>은 그런 순수한 쾌락과 환희의 순간이 인간 누구에게나 주어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한다.

소프트 필터의 사용으로 최고의 영상에는 미치지 못하는 영상 퀄리티.

필름으로 촬영된 <즐거운 인생>은 촬영 감독의 제안에 따라 소프트 필터가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산광 필터는 80년대 홍콩 영화에서 빈번하게 사용되었는데 빛을 분산시켜 부드러운 영상 질감을 내는 데 비해 화면을 깔끔하게 구현하지는 못한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즐거운 인생> DVD 역시 이런 현상에 따라 유난히 지글거리거나 필름 입자가 두드러져 보이는 장면들이 많이 발견되는데 영상 질감의 선예도를 선호하는 마니아들이라면 신경이 쓰일 만하다. 필름 모서리가 동그랗게 표현되는 것도 영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색다른 점. 전체적인 색감이나 질감은 나쁘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평범한 수준이다.

음향 표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마지막 공연 장면.

음악 영화이니만큼 음향 포맷 역시 돌비 디지털과 DTS 포맷을 모두 지원한다. 레퍼런스 음악 타이틀만큼의 세밀한 음향 표현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흥겨운 느낌을 잘 살려내고 있는 소리를 들려준다. 라이브 장면에서 펼쳐지는 음향 디자인은 공연장의 느낌을 잘 담아내고 있다.

서플먼트 속의 이준익 감독(좌)
자신들의 촬영 장면을 보고 있는 배우들(우)

보조 출연자들의 수고에 큰 절로 답하는 이준익 감독(좌)
인터뷰하는 배우 김윤석(우)

실제 콘서트장에서 공연하는 '활화산'(좌)
시사회장에서 공연하는 '활화산'(우)

서플먼트로는 본편이 담긴 첫 번째 디스크에 이준익 감독, 정진영, 김상호, 장근석 그리고 각본을 맡은 최석환 작가가 참여하고 있는 음성 해설이 수록되어 있고 두 번째 디스크에는 촬영 과정 전반을 다루고 있는 메이킹 필름이 수록되어 있다. 음성 해설의 경우에는 이준익 감독의 DVD들이 늘 그러하듯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대화들을 들을 수 있는데, 전문적인 부분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편안한 분위기로 진행돼서 듣는 입장에서도 친숙하게 느껴진다. 두 번째 디스크에는 제작 의도와 캐스팅 등의 사전 준비 단계에서부터 포스터 촬영까지의 영화 제작 전반을 다루고 있다. ‘활화산’ 밴드의 탄생기(14분 56초)는 이준익 감독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기획과 대본 연습, 캐스팅 등의 프로덕션 진행 전의 과정을 전해준다. 공연실황(25분 4초)은 크랭크 인에서 크랭크 업까지의 전체적인 제작 진행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영화의 시간 순서에 따라 촬영이 많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들의 즐거운 인생(14분 20초)은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을 감독과 배우의 설명을 통해 이해해 볼 수 있는 메뉴. 활화산 콘서트(10분 39초)는 영화에 사용된 음악에 대해 감독과 배우 그리고 음악 감독 등이 설명하는 메뉴로 영화 속 음악을 실제로 연주하는 배우들의 트레이닝 과정이 담겨 있다. 활화산 밴드‘데뷰’(13분)는 실제 콘서트 장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 메뉴. 영화에도 사용된 노래를 열심히 연주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음악이 있는 아주 특별한 시사회(9분 48초)는 말 그대로 실제 라이브를 진행했던 시사회 장면이 담겨 있다. 그 외 포스터 촬영(5분 32초)예고편 모음(4분 7초)가 수록되어 있다.

* 이 리뷰의 대상으로 사용된 DVD 타이틀은 리뷰용 QC이므로 실제 출시 타이틀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또 이 리뷰에서 사용된 타이틀의 커버 이미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극장용 포스터 이미지를 사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즐거운 인생>

감독 : 이준익

주연 : 정진영, 김윤석, 김상호, 장근석 등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85:1
음향 돌비 디지털 &DTS5,1 서라운드

더빙 한국어

자막 한국어, 영어,

상영시간 116분

지역코드 Dual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7년
                                        출시일자 2008년 6월 예정


Special Features

[Disc 1]

- 음성 해설

[Disc 2]
- ‘활화산’ 밴드의 탄생기
- 공연실황
- 즐거운 인생
- 활화산 콘서트
- 활화산 밴드 ‘데뷰’
- 음악이 있는 아주 특별한 시사회
- 포스터 촬영
- 예고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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