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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더욱 빛나는 무대 - 장애인 뮤지션 공연

4월에는 ‘장애를 딛고 당당히 무대에 선 뮤지션들의 공연’도 상당수 눈에 띈다. 물론 그들에게 ‘장애’라는 수식어는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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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장애우 문화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우들의 문화향유 실태를 취재한다는 목적이었다. 그리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얘기들을 마음에 품고 돌아왔다. 광고에도 나오는 것처럼 장애우들의 이른바 ‘조금 다름’이 그들이 살아가는 데는 얼마나 다양하고 높은 벽으로 맞닥뜨리게 되는지를 말이다.

공연장을 예로 들자면, 장애우들에게는 티켓 가격이 절반 정도 할인된다. 그러나 그 공연장을 찾기까지가 얼마나 힘든가. 대중교통을 이용한 힘겨운 이동, 경사로 없는 높은 계단들, 가장 뒷자리나 외곽에 마련된 휠체어석. 그나마 대형 공연장들은 모양새라도 갖추었지만 대학로 소극장들은 아예 엄두도 낼 수 없다. 그뿐인가. 무대는, 보이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데 대해서는 어떠한 배려도 없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무슨 날이 되면 그때만 반짝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아직은 장우애들의 ‘조금 다름’이 생활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에 ‘무슨 날’도 ‘그때만 반짝’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라도 공감대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4월에는 ‘장애를 딛고 당당히 무대에 선 뮤지션들의 공연’도 상당수 눈에 띈다. 물론 그들에게 ‘장애’라는 수식어는 불필요하다. 그러나 그들의 ‘조금 다른 소통방식’이 무대에 서기까지는 얼마나 큰 아픔이고 어려움이었나를 생각하면 그 무대는 더욱 빛날 수밖에 없다. 공연이 끝난 뒤 자신이 치고 있는 박수의 밀도가 얼마나 다른지 직접 확인해 보자.

천상의 목소리, 레나 마리아 내한공연

생명과 희망을 노래하는 레나 마리아가 4월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17일 전주 소리문화의전당, 22일에는 부산 KBS홀에서 내한공연을 마련한다. 그녀는 1968년 스웨덴에서 두 팔이 없고 한 쪽 다리마저 짧은 중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먼저 15년간 9장의 앨범을 발표한 가수이자 작곡가로, 해마다 스웨덴은 물론이고 노르웨이, 독일, 홍콩,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콘서트를 열고 있다. 게다가 세계장애인 수영대회 4관왕 금메달리스트이며 취미는 십자수와 요리, 운전, 피아노 연주다(필자는 수영도, 십자수도, 요리도 운전도 피아노 연주도 못 한다.). 또한 그녀는 화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그녀가 쓴 ‘발로 쓴 내 인생의 악보’는 14개 국어로 번역돼 세계의 독자들이 읽고 있다.


레나 마리아는 이번 내한무대에서 가스펠을 비롯해 클래식과 재즈, 소울,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관객들에게 꿈과 희망을 노래할 예정이다. 자신의 장애를 단 한 번도 ‘장애’로 여긴 적이 없다는 레나 마리아. 온 몸으로, 아니 삶 전체로 노래하는 그녀의 공연에서 넘치는 사랑과 희망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재즈 디바, 다이안 슈어 내한공연

현존하는 여성 재즈 보컬 가운데 최고의 가수로 꼽히는 다이안 슈어가 4월 17일 서울여성플라자, 18일 대구예술문화회관, 20일 서울 LG아트센터, 21일에는 부산 KBS홀에서 내한무대를 연다. 1953년 미국 시애틀에서 태어난 다이안 슈어는 인큐베이터 사고로 시력을 잃었지만, 어릴 때부터 탁월한 보컬 능력과 피아노 연주 실력을 보이며 이미 10대에 작곡까지 손을 뻗쳤다. 1979년 몬트레이 재즈페스티벌에서 스탄 게츠와 협연으로 ‘Amazing Grace'를 부르며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1986년과 87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2년 연속 최우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상을 받으며 당대 최고의 재즈 디바로 자리를 굳혔다.


다이안 슈어는 백인이면서 맑은 음색을 지녔지만 재즈와 블루스 등 흑인 여가수들의 감성을 자신만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특히 ‘슈어 파이어’라는 별칭을 만들어낸 고음역의 보컬은 여전히 단연 최고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 최정상의 디바가 지어낼 환상의 재즈 레퍼토리와 따뜻한 삶의 무게를 함께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의 하모니카 스토리

국내 유일의 재즈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은 4월 18일 대구 달서구첨단문화회관, 25일 용인 여성회관에서 하모니카와 재즈가 어우러지는 무대를 선사한다. 생후 보름 만에 찾아온 열병으로 시력을 잃은 전제덕. 그러나 지금 그는 자신의 앨범 활동은 물론이고 동료 가수들의 음반 작업, 또 수많은 공연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세상에 알리고 있다. 언젠가 그를 만나 ‘장애로 겪은 어려움’을 조심스럽게 물어본 적이 있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은 심각한 장애이며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모든 것을 극복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적응해 나가고 있다’고. 음악을 할 때 가장 아쉬운 점은 ‘악보를 볼 수 있다면 1분이면 끝낼 일을 자신은 1시간이 걸릴 때’라고 했다.

선천적으로 음악적인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뛰어난 경지로 올리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어떠한 장애가 더해졌다면 그야말로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연주를 드러내기 위해 하모니카가 망가지고, 입술이 마르고 닳도록 연습했다던 전제덕. 그의 공연에서 그가 뿜어내는 아픔과 눈물, 환희와 기쁨의 멜로디에 젖어보자.

영혼을 울리는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내한무대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4월 22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마련한다. 선천적으로 녹내장을 앓았던 그는 12살 때 축구를 하다 머리를 부딪친 이후 시력을 잃었고,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대학에서는 법학을 전공했다. 그러나 음악을 향한 열정은 결국 그를 팝과 클래식을 오가며 6천만 장이라는 음반 판매고를 기록하는 세계적인 테너로 만들었고, 덕분에 그는 1999년 그래미상 38년 역사상 클래식 음악가로는 최초로 그래미 최우수 신인 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사라 브라이트만과의 듀엣곡 ‘Time to Say Goodbye’로 더욱 유명해진 안드레아 보첼리.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푸치니의 <토스카> 중에 ‘별은 빛나건만’, 베르디의 <춘희> 중 '축배의 노래', 또 '오 나의 태양' 등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인기 오페라 곡과 이탈리아 대표 가곡들로 밤하늘을 수놓을 예정이다. 자유로움과 깊은 그리움이 배어 있는 매혹적인 그의 음색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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