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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 『문라이트 마일』
『문라이트 마일』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은 그런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결코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인간에게 우주란 어떤 존재였을까? 하늘을 나는 생물은 새밖에 없다고 믿었던 과거에는, 하늘과 우주는 인간에게 허락된 영역이 아니었다. 신이 하늘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다고 믿었고, 오직 신만이 하늘과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이 신의 영역으로 올라가려는 교만함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었다. 바벨탑이 그렇고, 이카루스가 그렇듯이. 단 하나 신에게 허락받은 자만이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될 수 있었다.
인간이 결코 닿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하늘은 바로 그런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이 하늘에 올라가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누구는 신을 만나기 위해, 누구는 인간의 가능성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 그리고 마침내 인간은 위성을 쏘아 올렸고, 우주정거장도 만들게 되었다. 그리고 달에도 착륙했다. 하지만 아폴로 계획은 왜 중단된 것일까. 달에 몇 번 발을 딛기는 했지만, 왜 계속해서 가지 않은 것일까? 단지 예산이 부족하기 때문에? 혹시 음모론자의 말처럼 달 착륙 영상은 조작된 것이 아닐까? 그 모든 질문에, 누구도 정답을 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언젠가는 다시 인간이 달에 발을 디딜 것이다, 그리고 달만이 아니라 화성과 금성에도 인간의 족적이 남을 것이다. 이미 우주는 꿈이 아니라 현실인 것이다.
친구 사이인 사루와타리 고로와 우드브릿지 로스트먼은 에베레스트까지 지구의 모든 산을 등정한 후, 우주로 가겠다는 목표를 세운다. 고로는 모든 중장비 자격증을 취득하며 빌딩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로스트먼은 미국 공군에 들어가 비행사가 된다. 마침 미국에서는 우주개발을 위한 네크사스 계획을 시작한다. 고갈 위기인 화석연료를 대신하여 달의 헬륨3를 채취하고 핵융합 에너지를 얻으려는 것이다. 미국의 주도 하에 일본과 러시아 등 많은 나라가 네크사스 계획에 참여하게 된다.
오타사키 야스오의 『문라이트 마일』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우주 개척의 과정을 보여준다. 영웅적인 주인공이 등장하여 온갖 고난을 물리치고 나아가는 영웅담이 아니다. 탁월한 지력과 체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고로는 결코 영웅이 아니다. 이 세상에 개인의 힘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고로는 단지 우주 개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서 최선을 다한다. 고로는 일찌감치 프로 건설작업원이 우주비행사가 될 것이라고 감지하여 캐리어를 쌓는다. 로스트먼은 군대에 들어가 캐리어를 쌓는다. 공군의 최정예 비행사는 당연히 우주개발에서도 최전선에 설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각자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우주로 나가지만, 그들 앞에 놓인 것은 현실이다.
우주개발은 결코 낭만적인 꿈만으로 그려질 수 없다. 우주로 나가려던 왕복선이 사고가 생겨 지구로 추락한다면 도시 전체가 괴멸될 수 있는 위기상황이 닥친다. 우주에서 폭발사고가 나서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진다면, 언젠가 그 파편은 우주왕복선이나 정거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데브리가 된다. 이렇듯 『문라이트 마일』은 실제 우주개발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갖가지 상황들을 리얼하게 그려낸다. 게다가 정치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지금 우주개발을 한다면 아마도 이유는 『문라이트 마일』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다면 달에서 얻은 에너지를 과연 평화적으로, 공정하게 배분하여 지구 전체가 사용할 수 있을까? 그런 이상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 미국은 네크사스 계획을 추진하는 동시에, 스페이스 플랜 나이트메어를 진행한다. 네크사스 계획이 대중의 눈에 보이는 우주개발이라면, 나이트메어는 우주에서도 미국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마련되는 군사계획이다. 활주로에서 바로 이륙하여 우주상에서 전투를 하고 다시 지구로 귀환할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고, 인간이 우주복을 입고 우주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위험한 일을 대신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고, 지구의 인간이 결코 볼 수 없는 달의 뒷면에 군사기지를 만든다. 그 계획은 네크사스 계획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미국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네크사스가 아니라 나이트메어 계획이다. 단지 우주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우주의 지배자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자 미국의 음모를 감지한 중국은 네크사스 계획에서 소외된 나라들과 함께 독자적인 우주개발 계획 ‘장정’을 시작한다. 지구에서 벌어지는 분쟁은 우주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과거의 우주 개발계획은 미국과 소련의 치열한 체제 경쟁 덕에 가속화되었다. 또한 현재 쓰이는 첨단 기술의 상당수는 군사적인 목적에서 개발된 경우가 많았다. 인터넷처럼.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하고,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우주 개발 역시 ‘인류 평화’ 같은 숭고한 목적보다는 에너지를 확보하고 우주의 지배권을 장악하기 위한 현실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문라이트 마일』은 그런 비정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문라이트 마일』이 단지 냉정한 시각만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문라이트 마일』을 보면서 감탄하는 것은 그런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결코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의 강인한 생명력이다. 아무리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그들의 꿈과 눈물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꿈이란 미래를 만드는 첫걸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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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가키 야스오> 글,그림3,150원(10% + 1%)
2009년 6월 도쿄만. 지상 335m. 대형 건설회사 사원, 사루와타리 고로의 직장. 대형 크레인 조작실에서 다른 작업을 하고 있는 고로. 이 시점에서 NASA의 BS(빌딩 스페셜리스트)의 공모 전형에 어떻게든 남아있다. 2009년 7월 페르시아만 상공. 이라크 공군 미사일이 미군의 스텔스기에 명중. 파일럿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