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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통해 세상을 배우다 - 『내 이름은 해사』

샐버는 단지 돈을 받고 누군가를 돕는 사람만이 아니다. ‘남들이 손사래 치는 지저분한 일도 오물투성이가 되어가며 공들여 해치우는 사람. 그게 바로 일류 샐버’다, 린타로의 미래도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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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끈 사토 슈호의 『해원』은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배와 사람들을 굽는 해양구조대의 이야기다. 구보 미쓰로의 『SOS 해상 특수구조대』도 마찬가지다. 타케무라 유지의 『내 이름은 해사』도 해난을 당한 배와 사람들을 구한다는 내용은 비슷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내 이름은 해사』는 인양업체의 활약을 그리고 있다. 해상구조대가 배와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최우선의 목적이라면, 인양업체는 침몰하거나 표류하는 배를 무사히 항구까지 운반하는 것이 임무다. 그리고 돈을 받는다. 인양업체는 공공의 이익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 민간 기업인 것이다.

그것이 욕을 먹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고가 나면 하이에나처럼 현장에 몰려 왔다가도, 자신들이 위험하면 침몰하는 배를 그냥 지켜보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위험요소가 있거나 혹은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가버리기도 한다. 해상보안청의 잠수사 난바 린타로가 인양업체를 싫어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몇 년간 소식을 끊었던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고향으로 간 린타로에게 남겨진 것은 아버지가 경영하던 인양업체 난바 샐비지였다. 친구 아버지의 배가 침몰했을 때 아버지가 돕지 않았던 것을 본 린타로는 아버지와 인양업체를 혐오하며 고향을 떠났다. 하지만 린타로는 알게 된다. 그때 아버지가 물에 뛰어들지 않았던 것은 기름이 유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뛰어든다면 함께 죽을 것을 뻔히 알았기 때문이다. 린타로는 그 순간과 동일한 사건을 경험한 후 아버지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탁월한 능력을 가진 샐버 사와무라, 모든 기계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히로, 배를 움직이는 할아버지와 함께, 난바 샐비지를 운영하게 된다.

린타로가 잠수사가 된 것은 아버지에 대한 복수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는 순수한 생각 때문이었다. 수익성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인양업체를 운영하면서도 린타로의 신념은 변하지 않았다. 물론 돈은 필요하다. 아버지가 남긴 15억 엔의 빚을 갚아야만 한다. 그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린타로는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돈이 안 되더라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내 이름은 해사』는 전문적인 능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가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감동을 주는 ‘전문직 만화’, 게다가 열혈 만화니까.

『내 이름은 해사』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거대하고도 복잡하다. 바다에 배 하나가 침몰한 정도로는 부족하다. 일본의 관문인 칸몬 해협에서 2,000톤의 화물선이 침몰한다. 칸몬 해협의 해로가 일주일만 막혀도 물가가 폭등하고, 일본 경제에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 최대한 빨리 화물선을 건져야 하지만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하필이면 침몰한 위치가 다리 아래, 가장 조류의 속도가 빠른 곳이다. 최대의 인양회사인 야마토 샐비지도 의뢰를 거부한 상황에서 난바 샐비지가 인양에 도전한다. 아래로 조류가 흐르는 침강류에 기중선을 위치하고, 간만의 차이가 가장 심한 보름에 작업을 시작하여 가장 수위가 낮아질 때 들어올리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완벽하게 들어맞아야만 성공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인 것이다. LPG 운반선이 하네다 공항 근처에서 표류하는 위급한 상황도 있다. 만약 운반선이 하네다 공항에 돌진하여 폭발한다면, 그것은 소형 원폭에 가까운 재난이 된다. 태풍이 몰려오는 상황에서 난바 샐비지가 출동하여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이처럼 린타로가 해결해야만 하는 사건들은 결코 수월한 임무가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내 이름은 해사』를 보게 된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난관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임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보기 위해서.

또한 그 과정들을 통해서 린타로는 성장하게 된다. ‘구조 활동에 나선다는 건 다른 사람의 목숨을 떠맡는다는 느낌’이다. ‘무거우면서도 숭고한 그런 일’이라는 정도의 인식밖에 없었던 린타로는 인양업체를 하면서 더욱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 수중에서 절단과 용접을 하는 방법을 배우고, 인양 시에 와이어 곁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상식도 배우고, 아버지가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위대한 인간이었음도 배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얼마나 좁은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단지 사람을 구한다는 생각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바다가 얼마나 잔인하고 무서운 것인지를 아는 것만이 아니다. 린타로는 바다가 단지 푸른빛만이 아니라 인간의 살육과 욕망으로 얼룩진 핏빛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바다는 무한히 넓고 자유로운 곳이 아니라, 국경이나 이권 등 모든 것이 얽혀 있는 경쟁의 장이기도 하다. 린타로는 바다를 통해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어떤 곳인지를 배우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신념으로 돌아간다. 남을 구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강해져야 한다. 실패하면 구조도 할 수 없고, 자신도 죽어버린다. 남을 구하려면 자기가 죽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녀석은 다른 이도 지킬 수 없다는 마음으로 린타로는 강해져야 한다. 샐버는 단지 돈을 받고 누군가를 돕는 사람만이 아니다. ‘남들이 손사래 치는 지저분한 일도 오물투성이가 되어가며 공들여 해치우는 사람. 그게 바로 일류 샐버’다, 린타로의 미래도 바로 그것이다.

내 이름은 해사
Komori Yoichi,Takemaru Yuji 글,그림 | 삼양(만화) | 2005년 09월

고된 훈련을 거쳐 해상 보안청 잠수사가 된 난바 린타로. 첫 출동 직후, 오랫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아버지의 사망소식에 고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린타로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버지가 남긴 15억 엔이라는 막대한 빚과 가업인 난바 샐비지를 아들에게 물려주겠다는 유서. 하지만 린타로는 인양업을 증오하고 있는데…. 해난현장에서 맹렬히 일하는 프로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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