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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과 조재현을 만나다! 영화보다 재밌는 <연극열전 2>

올해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는 바로 <연극열전 2> 시리즈다. 2004년 <연극열전>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마련된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는 ‘연극의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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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젝트는 바로 <연극열전 2> 시리즈다. 2004년 <연극열전>에 이어 4년 만에 다시 마련된 이번 프로젝트의 기획 의도는 ‘연극의 대중화’. 2007년 12월 7일부터 2009년 1월 4일까지 무려 13개월 동안 12개 작품을 통해 연극무대가 갖는 쏠쏠한 재미를 대중에게 알릴 계획이다.

<연극열전 2> 프로그래머 조재현

특히 이번 <연극열전 2>에는 <에쿠우스>와 <경숙이, 경숙아버지> 등으로 연극무대를 찾았던 배우 조재현이 프로그래머로 나서 제작에서 홍보, 마케팅까지 참여하고 있다. 또 그만큼 친숙하고 존재감 있는 유명 배우들과 코믹하고 현대적인 작품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다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연극이 재밌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일단 이 글을 읽고 다음에는 직접 공연장을 찾아간 다음 얘기하도록 하자. 웬만한 개그콘서트는 명함도 못 내밀게 생겼다.

장진의 코믹 소란극 <서툰 사람들>

<연극열전 2>의 첫 번째 작품은 장진 감독의 <서툰 사람들>이다. 말 그대로 코믹하고 소란한 작품이다. 25살의 영어교사 유화이. 엘리베이터도 없는 꼭대기층 집에 올라가면서 점점 무가 되는 다리를 걱정하느라 현관문 잠그는 것도 잊는다. 그날 밤 그 집에 찾아든 좀도둑. 잠기지도 않은 문에 이 열쇠 저 열쇠 꽂아가며 애를 태우는데, 그 같은 운명의 장난과 서툶의 미학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면 호기심을 가져보겠는가?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어딘가 별난 구석이 있는 집주인 여자와 허우대에 비해 너무나 서툴고 여린 좀도둑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해프닝. ‘하룻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말이 정말 그냥 나온 게 아닌가 보다.

천의 얼굴 장영남

<서툰 사람들>은 장진 감독이 23살 때 직접 쓴 대본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출까지 맡은 그는 당일 연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 인사에 나서 관객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 작품에는 이른바 ‘장진 사단’으로 불리는 연기파 배우 류숭룡, 강성진, 장영남 등이 출연하는데, 특히 장영남의 연기는 대본 못지않게 기발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다채로운 표정과 웃음소리, 각양각색의 말투와 몸짓에 객석에서는 소곤소곤 ‘연기 정말 잘한다’는 말이 쏟아져 나온다. 아마도 ‘앞으로 장영남이 나오는 연극은 꼭 봐야겠다.’ 다짐한 사람이 절반은 됐을 것이다. 또 이번에 <서툰 사람들>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도전하는 한채영도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다.

<연극열전 2>의 첫 번째 작품으로 무대에 서며 더욱 관심을 모았던 <서툰 사람들>. 연극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재밌는 작품일 것이고, 그래도 연극 좀 봤다 하는 관객들에게는 연극무대가 갖는 치밀함과 진중함에서 다소 서툶을 인정한다면 역시 즐겁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폭소 싹쓸이범 <늘근도둑 이야기>

<연극열전 2> 그 두 번째 작품은 재밌기로 소문난 <늘근도둑 이야기>. 초연 이후 공연 때마다 줄 이은 관객들로 그 인기를 입증했던 <늘근도둑 이야기>는 이번에 영화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연출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다. 운 좋게도 당일 공연에는 조재현과 김지훈 감독이 직접 나와 관객들을 맞았다. 김 감독은 ‘조재현 씨를 무척 존경한다. 또 실망할 때도 있다. 존경할 때와 실망할 때가 번갈아 있는데, 존경할 때 연출 제의를 받아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는 얘기를 아주 무덤덤하게 전했다. 조재현은 또 ‘공연 중에 전화 받는 건 대중탕에서 볼일 보는 것(사실 더 적나라한 표현이었다)과 같다’며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달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입담에서 벌써 이 작품의 농도가 가늠되지 않는가.

그렇게 열린 무대는 시작부터 웃음이 새어 나온다. 새 대통령 취임에 맞춰 특별 사면된 두 늙은 도둑. 갈 곳도, 오라는 사람도 없는 이들은 마지막 한 탕을 위해 팔다리를 덜덜 떨어가며 보기에도 불안한 도둑질에 나선다. 얼떨결에 찾아든 곳은 꽤 있어 보이는 커다란 집. 마침 찾아낸 금고를 앞에 두고 짖는 개들이 깊게 잠들기를 기다리는데, 그 사이 이 늙은 도둑들의 온갖 과거사와 포복절도할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진다. 결국 떠들다 잡혀간 이들은 이제 간첩으로 몰리는데, 도대체 그 집이 어디기에? 수많은 미술품들이 있긴 했는데 말이다.

코믹연기의 진수 박원상, 박철민

<늘근도둑 이야기>의 스타는 단연 박철민이다. 온갖 영화와 연극, 드라마에서 이미 특유의 입담과 독특한 연기력으로 사랑받아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전과만큼이나 지저분하고 걸출한 말로 관객들을 자지러지게 만든다. 연기를 하는 것인지, 친구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모를 자연스러운 말투와 몸짓, 정곡을 콕콕 찌르는 애드리브는 신의 경지다. 정치와 사회 풍자극으로 다소 남성중심적인 면이 있어 불편할 수도 있지만, 관객들도 자연스럽게 극에 참여하게 되는 매력은 놓칠 수 없다.

<연극열전 2>, 그 1년을 향한 기대

<서툰 사람들>과 <늘근도둑 이야기>는 현재 동숭아트센터 소극장과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각각 무대에 오르고 있다. 이렇게 <연극열전 2>는 내년 1월 초까지 2~3편의 연극을 대학로 무대에 함께 올려 관객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특히 3번째 작품으로 예정된 <블랙버드>에 참여할 추상미를 비롯해, 이순재, 나문희, 윤소정, 문성근, 조재현, 황정민, 고수, 유지태 등 관록 있는 연기파 배우들은 물론 신세대 스타들까지 대거 무대에 오른다.

<연극열전 2>로 무대에 서는 배우들

물론 연극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스타를 앞세운 것’이 전부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배우들 스스로 돈 안 되는 연극무대를 주저 없이 떠나는 마당에 존재감 있는 배우들을 연극판으로 끌어들여 생생한 연기를 보여준다는데, 관객 입장에서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왠지 연극이라는 장르의 문턱을 높게 생각했던 관객들이 이번 기회에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고 즐길 수 있다면, 그래서 연극에 대한 부담을 덜고 새로운 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연극열전> 프로젝트의 취지가 충분히 살지 않겠는가.

<연극열전 2>는 올 한 해 공연계의 큰 축제다. 일 년 내내 멋진 연극무대를 기다리는 기쁨에 동참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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