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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준 가족의 마지막 선물 - 이진아기념도서관

인왕산의 모습이 맘에 든다는 딸아이와 다음 번 도서관 나들이를 기대하며 세상에 보물이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고마움과 따뜻함을 함께 느끼며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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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뭐야?”
“글쎄, 소미랑 소윤이지.”
“에이, 그것 말고, 엄마는 만날 그런 대답만 해.”

늘 똑같은 대답에 딸은 “에이, 시시해.” 하며 저만치 달려갔다. 하지만 세상에 자식만큼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하기야 나 또한 부모가 되기 전에는 이런 사실을 절대로 알 수 없었으니 세상의 가치라는 것이 정말 나이듦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그런데 엄마, 오늘은 어떤 도서관에 가?”
“이진아기념도서관.”
“어? 무슨 이름이 그래? 이진아란 사람이 만든 거야? 아니면… 이진아란 사람이 책을 너무너무 좋아하고 책을 많이 읽어서 그렇게 이름을 만든 거야?”

도서관으로 향하는 딸아이는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무래도 도서관 이름이 색다르게 느껴지나 보다.

도서관 가는 길 독립공원 안 순국선열 추념탑 앞에서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로 나오면 독립문이 서 있는 독립공원을 만나게 된다. 도서관을 올라가기 전 아이와 함께 독립공원을 한바퀴 둘러보았다. 독립문과 독립관, 서재필 선생 동상, 3.1독립선언 기념탑, 순국선열 추념탑 등이 들어서 있는 독립공원은 말 그대로 독립운동의 역사 유적이 숨쉬고 있는 곳이다. 그 옆에는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이 자리잡고 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표지판 앞에서

“여기에 무슨 도서관이 있어?”

딸아이는 바람이 꽤 차가운 날이어서인지 도서관 간다면서 공원 한 바퀴를 도는 엄마가 못마땅한 눈치였다. 딸아이의 찬 손을 꼭 잡고 중앙 계단을 올라갔다.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영천사 가는 방향으로 올라가다 보면 극동아파트 맞은편에 보물처럼 숨어 있었다.

이진아기념도서관

빨간 도서관 건물 앞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한 그루 서 있었는데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무 아래 수북이 쌓인 낙엽더미에 몸을 던져 놀고 있는 풍경이 참 한가로웠다. 겨울인데, 하얀 눈 자국이 아직 안 지워졌는데… 그런데도 도서관 앞의 아이들은 어찌나 신나게 놀고 있는지 마치 나무랑 아이들이랑 함께 씨름이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이제 막 도착한 우리에게 이진아기념도서관의 첫인상을 편안하고 푸근한 무엇으로 만들어주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진아 씨의 사진과 도서관 연혁이 적인 기념 부조 앞에서

도서관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면에 도서관의 역사를 말해주듯 커다란 동판 부조물이 걸려있었다. 활짝 웃는 이진아 씨의 모습과 함께 도서관 건립에 대한 짧은 이야기가 쓰여 있었는데 딸아이와 함께 조용히 읽어 보았다.

“1980년 9월 15일 서울에서 태어나다. 2003년 6월, 무너지는 슬픔. 미국에서 영원한 나라로 간 딸. 책을 좋아했던 딸을 그리며 가슴에 묻는 대신 영원히 살리기로 결심하다. 2005년 9월 15일. 마지막 선물을 하다. 엄마와 아빠와 언니가.”

갑자기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지며 나도 모르게 딸아이의 손을 꼭 잡게 되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1층에는 어린이열람실이 있었는데 책 읽는 아이들을 보더니 딸아이는 열람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 담당사서이신 이영화 님의 안내로 도서관 구경을 해보기로 했다.

어린이열람실 전경

서울시 건축가협회 건축상을 수상하기도 할 만큼 멋진 공간으로 탄생한 이진아기념도서관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4층으로 올라가면 도서관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쪽은 열람실 기능으로, 한쪽은 문화강좌 등을 여는 교양강의실로 쓰이도록 공간분배가 되어 있고 중앙을 탁 틔워서 실내지만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또 햇볕이 가득 쏟아지도록 만들어진 커다란 창은 이 도서관만의 특징 같았다. 만 36개월 이상의 어린이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열람실’에는 동그란 통유리 너머로 자연을 감상하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위한 앙증맞은 발 받침대, 동그란 디자인의 책상과 의자들은 모두 아이들을 위한 마음이 듬뿍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모자열람실에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는 가족
통유리에 복층으로 구성된 멋진 공간 정보열람실

맞은편 ‘모자열람실’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인데 이곳에서 매주 할머니 자원봉사자들이 손자뻘 되는 아이들에게 스토리텔링을 들려주는데 입소문이 나서 굉장히 인기 있는 강좌가 되었다고 한다. 또 전자정보열람실이 따로 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어린이전자정보열람실’과 어른들을 위한 ‘일반전자정보열람실’이 있다. 특히, 일반전자정보열람실은 예약을 통해 이용이 가능한데 주로 아침 시간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이용하신다고 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그분들을 위해 도서관에서 무료로 컴퓨터 활용강좌도 열었는데 아주 인기만점이었다고 이영화 님은 자랑을 했다. 들어서는 순간 통유리가 마음을 사로잡는 ‘종합자료실’은 복층 형식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청소년 이상 이용 가능한 도서열람실이다.

이진아 씨의 아버지 이상철 씨를 위해 도서관에서 마련한 공간
인왕산이 바라보이는 멋진 야외 테라스

또 위층에는 야외 공간도 있었는데 탁 트인 공간에 나무벤치가 있는 정겨운 곳에서 인왕산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눈과 마음을 식힐 수 있을 것 같았다. “주변에 대학들도 많고 교육열도 높은 반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부족했는데 도서관이 생기자 멀리서도 도서관을 이용하고자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 도서관에서는 일반도서관에 있는 독서실 개념의 열람실 대신 문화공간을 많이 늘리고 다양한 강좌들을 많이 만들어서 하루 종일 도서관을 이용하며 즐거운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지역문화공간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서선생님은 이야기 끝에 멀리서 이용하는 분들의 편의를 위하여 이번에 새롭게 ‘가재울어린이도서관’을 분관 형식으로 만들어 오픈했다고 알려주셨다. ‘모래내’의 옛 명칭을 따서 만들어진 이 도서관은 본관과 연계시스템을 운영하여 책을 본관에서 빌려도 분관에서 반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이용자의 편의를 돕는 시스템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멋진 사서 이영화 님

“정말 도서관 때문에 이사 오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도서관에 대한 자랑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는 사서 선생님께 부러움에 이야기를 드리자 “정말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하시며 활짝 웃으셨다. 자신의 일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소중하게 만들어 가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겨울방학 때도 ‘자녀교육 프로젝트’나 ‘북아트’ ‘가족 CD앨범 만들기’ 등 엄마들을 위한 실용강좌부터 유아부터 어린이, 청소년까지 겨울방학을 보람 있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독서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있다는 이진아기념도서관의 겨울은 어느 곳보다 따듯하고 알찬 공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우리 다음에 또 이 도서관에 와요.”

아직 다 못 읽은 책에 미련이 남은 듯 도서관을 나서는 딸아이가 연신 부탁을 한다.

“그래, 우리 다음에는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한번 놀아 볼까?”

인왕산의 모습이 맘에 든다는 딸아이와 다음 번 도서관 나들이를 기대하며 세상에 보물이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고마움과 따뜻함을 함께 느끼며 돌아왔다.

◆ 이진아기념도서관(//www.sdmljalib.or.kr/)
위치 - 서대문고 현저동 영천사길 40(서대문 독립공원 뒤 영천사 가는 방향, 독립문역 도보 10분)
전화 - 02-360-8600
도서대출 대상 - 서울시에 주민등록이 등재된 시민, 서대문구 소재 직장인,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도서대출증 발급비: 1000원, 신청: 1층 안내데스크, 준비물: 신분증, 어린이일 경우: 부모신분증, 가족관계 증빙 서류, 증명사진(본인 방문 시 불필요)]
관련 유적지 - 독립공원(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현저동 101번지 일대, 02-364-4686),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www.sscmc.or.kr/cultur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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