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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을 찾아주세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

뭐가 그렇게 재밌느냐고? 일단 <김종욱 찾기>는 창작 뮤지컬임에도 시나리오가 탄탄하다. 첫사랑을 찾아 나선 여자와 그 첫사랑을 찾아주려는 대행사 직원의 로맨스가 짜임새 있으면서도 코믹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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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것이 일이 되다 보니 봐야 할 공연 때문에 보고 싶은 공연이 뒤로 밀려날 때가 있다. ‘공연인데 일주일 내내라도 보겠구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사람인지라 주어진 시간과 체력에 한계를 느낄 때가 있다. 특히 2~3시간에 달하는 공연을 같은 자세로 앉아 관람하다 보면 ‘내 머리가 이렇게 무거운가?’ 싶을 정도로 경추와 척추에 무리가 오며, 다리도 퉁퉁 붓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보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이제껏 보지 못한 공연들이 있고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였는데, <김종욱 찾기>가 봐야 할 일이 되면서 드디어 보게 됐다는 얘기다. 그동안 수많은 매체에서 <김종욱 찾기>를 추천했지만,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물 정도겠지.’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출연 배우 인터뷰 기사를 쓰기 위해 공연장을 찾았는데, 평일 저녁인데도 빈자리가 보이지 않더란 말이다.

대개 기사 때문에 공연을 보게 되면 ‘잘 봐야 잘 쓴다’는 취지에서 좋은 자리를 제공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취지를 앞서는 것이 있으니 바로 ‘돈 내고 보는 관객’이다. 명성대로 연일 매진 사례를 이어가고 있는 <김종욱 찾기> 인기 덕분에 결국 관객들에게 밀려 밀려 필자에게 주어진 좌석은 가생이(가장자리) 한 자리. 관객 90% 이상이 암수(당시에는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쌍쌍이건만, 이 무슨 못할 짓이란 말인가.

게다가 소극장인 이곳은 나름 각자의 자리가 나뉘어 있지만 옆 사람이 덩치가 크면 내 자리가 좁아지는 지하철 의자 구도를 띄고 있다. 당일 여자 친구를 동반하고 옆에 앉은 덩치가 산만 한 남아는 내 자리를 1/3이나 차지했으며, 헛기침을 하거나 코를 킁킁거릴 때는 여자 친구를 피해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행동을 취했다. 참으로… 서글펐다. 그래서 또 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공연이 재미가 없었다면 당장에라도 박차고 나가려고 했으나, 어찌나 재밌던지 그 비참한 상황에서도 혼자 허리를 앞뒤로 꺾어가며 웃어댔다는 것이다(옆 자리 남아는 가끔 ‘뭐 이런 사람이 있지?’ 하는 눈길로 쳐다봤다).

3대 김종욱 훈남 김무열

뭐가 그렇게 재밌느냐고? 일단 <김종욱 찾기>는 창작 뮤지컬임에도 시나리오가 탄탄하다. 첫사랑을 찾아 나선 여자와 그 첫사랑을 찾아주려는 대행사 직원의 로맨스가 짜임새 있으면서도 코믹하게 펼쳐진다. 또한 첫사랑인지 첫경험(?)인지 모를 김종욱을 찾아 나서는 과정이 19세 등급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게다가 소심하고 멋없는 이 대행사 직원과 운명의 첫사랑 김종욱을 한 배우가 번갈아 연기하는데, 말투며 시선, 몸동작에 의해 사람이 얼마나 달라 보이는지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김종욱’은 여인들이 껌뻑 죽는 ‘외로운 각도의 턱선과 날카로운 지성이 흐르는 콧날’을 지닌 이른바 ‘훈남’인데, 오만석, 엄기준, 원기준, 신성록, 김무열, 김재범 등에 이르기까지 거쳐 간 배우만 봐도 얼마나 멋질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국가대표 오나라

김무열, 김재범, 오나라 등 잘나가는 배우들과 함께 시즌 3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 그러나 멀티맨이 없다면 이 작품이 지금과 같은 날개를 달지는 못했을 것이다. 요즘 소극장 공연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멀티맨들. 소규모 공연에서 극을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인물들을 몰아서 연기하는 이들은 사실 누구보다 탄탄한 연기력과 무대 경험을 필요로 한다. <김종욱 찾기>에도 무려 1인 18역을 담당하는 멀티맨이 등장하는데, 엄한 군인 출신 아버지에서 상냥하지만 성깔 있는 항공사 여직원에 이르기까지, 고도의 순발력과 재치, 뛰어난 미모와 연기력으로 잠시도 쉬지 않고 무대를 누비며 관객들에게 넘치는 웃음을 선사한다. 특히 화려한 의상과 과감한 변신, 역할마다 포인트를 콕 짚어내는 경지에 이른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당장에라도 연기대상을 주고 싶은 심정이다.

1인18역 인기만점 멀티맨들

이렇게 신나게 웃다 공연장을 나올 때는 아마 곁에 연인이 있더라도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것이다. ‘나의 첫사랑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혹 누군가 첫사랑을 찾아준다면 어떻게 할까?’ 대부분 첫사랑을 찾는 일 따위는 절대 하지 말라고 한다. 소중한 추억마저 훼손될 수 있다고. 하지만 극 중 여인처럼 첫사랑을 못 잊어 지금의 생활이 영향을 받는다면, 아마도 심리상담가들은 다시 만나 현실을 직시하라고 조언할 것이다. 마음에 꽉 들어찬 과거를 밀어내고 대신 현재를 채우라고 말이다. 물론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각각의 주장에서 한발 물러서 그저 멀리서 한 번 바라보는 건 어떨까,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는 소심한 생각도 해 본다).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마감이 정해지지 않은 Open Run으로, 관객들이 찾는 한 쭉 이어질 예정이다. 연말에, 눈 내리는 겨울날에, 꽃 피는 춘삼월에 연인이 함께 보기에 딱 좋은 공연이다. 그렇게 입소문도 나 있으니, 필자처럼 쉽게 상처받는 동성 관객들은 관람을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한 연인들은 혹여 옆 자리에 동성 친구들이 앉았을 경우 가진 자의 미덕을 발휘하여 극심한 연애 행각을 자제할 것이며, 솔로들은 기회에 심기일전하여 <김종욱 찾기>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임과 함께 다시 왕림하여 설욕하는 쾌거를 거두기 바란다.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김종욱 찾기>
2007년 10월 23일 ~ open run(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1관
2007년 11월 10일 ~ 11일(고양)
고양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
2007년 12월 13일 ~ 16일(대구)
대구시민회관 대극장
2007년 12월 28일 ~ 31일(부산)
부산금정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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