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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의 사생활을 엿보지 마라 <디스터비아>

기본적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엿보기라고 할 수 있다.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하얀 스크린에 비추어진 이미지를 보는 행위는 열쇠 구멍이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관음증적 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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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터비아> 리뷰

21세기의 <이창> <디스터비아>

기본적으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일종의 엿보기라고 할 수 있다.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하얀 스크린에 비추어진 이미지를 보는 행위는 열쇠 구멍이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관음증적 행위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사의 걸작 리스트 중에는 이런 엿보기에 관한 영화가 종종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일찍이 훔쳐보기의 대가였던 알프래드 히치콕의 <이창> <현기증> <싸이코>가 있으며 마이클 파웰의 <피핑 톰> 역시 대표적인 영화다. 또 가까이로는 히치콕 오마주의 대가인 브라이언 드 팔마의 <베드룸 윈도우> <드레스드 투 킬> <필사의 추적> 등이 있다.

이들 영화에서 인간은 결코 ‘훔쳐보기’라는 근원적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인간은 그 처절한 욕망을 이기지 못해 그 욕망보다 더욱 처절한 고난을 겪게 된다.

<디스터비아> 역시 ‘훔쳐보기’에 관한 영화다. 더구나 <디스터비아>는 히치콕의 <이창>의 리메이크라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이창>의 기본 설정을 빼닮은 영화기도 하다. 영화의 주인공인 케일(샤이아 라보프)은 <이창>의 주인공 제프리(제임스 스튜어트)처럼 방 안에서 꼼짝할 수 없는 상태에 처하게 된다. (물론 10대인 케일이 교사를 폭행해 가택연금된 반면 제프리는 사고로 다리가 부러진 상태라는 정도의 차이는 있다.) <디스터비아><이창>의 유사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두 영화에서 주인공에게는 집을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움직일 수 있는 적극적인 조력자 두 사람이 존재하며 두 영화의 주인공 모두 정작 살인 장면을 목격하지는 못했다는 점까지 유사하다.

#1. 영화의 첫 장면에서 케일(샤이아 라보프)과 케일의 아버지(매트 크레이븐)는 제물낚시를 하고 있다. 다정한 부자의 모습이 보여진다.

#2.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잃게 된 케일. 영화는 죽은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고통스러워하는 케일의 모습만을 보여준다.

#3. 1년 후, 다정했던 케일은 냉소적인 말썽꾸러기로 변해 있다. 수업 시간에 아버지를 들먹이던 스페인어 교사를 때려 3개월간 집을 벗어날 수 없는 형벌을 받게 된 케일.

틴에이저 하이브리드 스릴러

하지만 <디스터비아>는 밀실 내부에서 모든 서스펜스를 만들어냈던 <이창>의 영화적 규칙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TV조차 그다지 보급되지 않았던 50년대를 살았던 <이창>의 제프리와 달리 21세기 캘리포니아의 중산층 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디스터비아>의 주인공 케일이 집에서 놀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졌음은 물론이다. 영화의 초반부 케일은 네트워크 비디오 게임을 즐기고 새로운 음악을 다운로딩하며 TV의 리얼리티 쇼를 보며 시간을 보낸다. 영화의 초반부에 ‘요즘 아이’ 케일은 이웃 훔쳐보기에는 별 흥미가 없어 보인다. 이미 세상에는 더욱 자극적인 훔쳐보기가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케일에게는 벌을 내릴 존재가 필요하다. 핸드폰을 제외한 모든 네트워크를 잘라 낼 강력한 어머니가 등장한다. <매트릭스> 3부작의 여전사 캐리 앤 모스가 케일의 어머니로 캐스팅된 것은 그런 강력한 이미지에서 기인한 것이리라.

<이창>에서 기본 설정을 그대로 따오기는 했지만 <디스터비아>는 최근 영화답게 온전한 스릴러물만은 아니다. 이 영화에는 코미디 요소와 로맨스적인 요소 그리고 틴에이저물의 요소가 뒤섞여 있다. 우선 케일과 동네의 꼬마들 그리고 친구 로니(아론 유)의 관계에서는 코미디적인 요소가 많이 발견된다. 또 관찰자-대상자에서 협력자 관계를 거쳐 연인 관계로 나아가는 케일과 애슐리(사라 로머)의 관계는 틴에이저 로맨틱 필름의 느낌이 묻어난다. 그리고 당연히 섹슈얼한 은유가 담긴 히치콕풍의 스릴러 장르 요소가 담겨 있다.

#4. 케일의 어머니 줄리(캐리 앤 모스)는 말썽을 부리는 아들에게 화가 나 아들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모두 끊어 버린다.

#5. 할 일이 없어진 케일. 엉뚱하게 이웃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잠깐 죄책감을 느끼지만 시트콤을 보듯 이웃의 일상을 즐기게 되는 케일.

#6. 우연히 미궁에 빠진 실종 사건의 범인으로 이웃을 의심하게 된 케일. 의심은 점점 커진다.

능란한 테크닉

<이창>의 주인공인 제프리와 <디스터비아>의 케일은 모두가 미성숙한 인물이다. 케일은 처음부터 청소년이며 제프리는 엄연한 직업인에 연인 리사(그레이스 켈리)도 있지만 결혼 생활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이들은 영화 속 사건을 통해 비로소 성적으로 완성된 인물로 성장한다. 물론 두 영화의 표현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이창>이 전적으로 제프리의 시점으로 구성된 영화인 것에 비해 <디스터비아>는 좀 더 직접적인 표현 방식을 선보이는데 <미저리><샤이닝> 같은 최근의 걸작 호러 영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디스터비아>는 사실 <이창>에 비하면 ‘훔쳐보기’ 자체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뉴 미디어를 통해 온갖 훔쳐보기가 성행하는 사회에서 이웃을 훔쳐본다는 것 자체는 그다지 큰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이 영화의 태도다. <디스터비아>는 ‘훔쳐보기’에서 여러 딜레마를 꺼내들기보다는 쾌락적 요소를 영리하게 부각하고 관객이 그것을 즐기면 그만이라는 가벼움으로 일관한다.

<디스터비아>의 고전적인 측면은 소재와 테크닉적인 면으로 한정된다. 이 영화에는 실제로 잔혹한 고어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우리는 사고를 당해 사망한 아버지를 보고 고통스러워하는 케일의 얼굴만을 볼 뿐이며 이 영화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디스터비아>는 최근 영화의 경향과 달리 고전적인 스릴러 영화의 기법을 잘 활용하는 영화다. 실제로 뭔가 할 것 같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캐릭터의 존재는 ‘맥거핀’을 재활용한 예며 등장인물을 갑자기 사라지게 했다가 재등장시켜 긴장감을 조성하게 하는 방법 역시 오래된 영화적 방법을 재활용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7. 로니(아론 유)는 영화 속 유머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캐릭터다.

#8. 케일의 훔쳐보기 대상이었던 애슐리(사라 로머)는 케일의 이웃 관찰(?)에 동참하게 된다.

#9. 케일이 살인자로 의심하는 터너(데이빗 모스)는 다음 날 아침 어머니를 도와 케일의 집을 방문한다.

웰 메이드 기성품 스릴러

그런 점에서 <디스터비아>는 훌륭하게 잘 만들어진 기성품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디스터비아>에서 파격적이고 새로운 영화적 요소를 찾아보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 영화는 기존 스릴러 영화의 여러 요소를 잘 조립해 만들어진 기성품으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였고 관객은 그 정해진 영화적 리듬에 잘 호응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말이 쉽기는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여름마다 만났던 한국산 호러 영화에서 ‘흙 속의 진주’를 찾기가 정말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장르 영화를 잘 만든다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디스터비아>는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가볍고 편안하게 영화에 빠져들 만한 즐거움을 갖춘 영화다. 독창적이지는 않아도 <디스터비아>는 가벼운 유머와 긴장감이 잘 조율되어 있다. 덤으로 <트랜스포머>와 내년에 개봉할 <인디아나 존스 4> 등을 통해 지명도를 높이고 있는 샤이아 라보프, <그루지 2>를 거쳐 젊은 스타로 성장하고 있는 사라 로머, 한국계로 알려지며 국내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아론 유 등의 젊고 생기 넘치는 젊은 배우들과 데이비드 모스와 캐리 앤 모스 등의 관록 있는 연기자들의 모습을 같이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즐겁다. ★★★

영화 속의 장면을 활용한 메인 메뉴

장면 선택 메뉴

#10. 캠코더, 휴대폰 등 가정용 전자기기를 통한 감시는 이미 일상적인 일. <디스터비아>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지닌 기기를 통해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을 관찰한다.

#11. 급기야 이웃의 집에 로니를 잠입시키는 케일.

#12. 어느덧 위험은 케일에게도 닥치고….

#13. 영화의 막바지에서 케일은 자신의 의심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시원한 느낌의 영상

바야흐로 차세대 매체(Blue Ray와 HD-DVD)가 서서히 급부상하는 시기다.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화질에 필적하는 차세대 매체에 비하면 DVD가 구현할 수 있는 영상 퀄리티의 한계는 점점 두드러져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터비아>의 영상은 DVD라는 매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꽤 우수한 수준이다. 캘리포니아라는 공간적인 배경, 10대 관객을 주요 관객층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이 중반부까지의 영상은 매우 화사한 색감을 선보여 시원한 느낌이다. 실내 장면의 묘사 역시 부드럽게 재생되는 편. 어두운 장면은 영화의 종반부에 많은데 검은색의 묘사가 좋은 편이라 그다지 답답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반적으로 시원한 느낌의 영상. ★★★★

음성 선택 메뉴

클라이맥스의 사운드 표현이 인상적

스릴러와 호러 장르에서 영상만큼이나 음향의 중요성이 높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 <디스터비아> DVD의 음향 퀄리티 역시 우수한 편이다. 사실 종반부를 제외하면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들이 많은 편이 아닌데 종종 BGM을 통해 영화적 긴장감을 높여준다. 또 10대 관객층을 의식한 삽입곡의 표현 역시 영화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물론 사운드적인 긴장감이 넘쳐나는 장면은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영화의 후반부에서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음산한 배경에 어울리는 칼의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 출렁거리는 물소리 등 각종 음향 효과들과 배경 음악이 5채널의 스피커에 잘 안배되어 있어영화적 긴장감을 2,3배 증폭시켜 준다. ★★★★

스페셜 피쳐 메뉴

Commentary with DJ Caruso, Shia Labeouf and Sarah Roemer

감독 DJ 카루소와 주연 배우인 샤이아 라보프, 사라 로머가 참여한 음성 해설. 보통 할리우드 영화들의 DVD가 감독이 장면과 촬영 과정에 치중하는데 비해 <디스터비아>의 경우에는 자유스럽고 경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다. 음성 해설 초반부에는 감독의 아내로부터 전화가 와 감독이 전화를 받기도 하고 영화 속에서 로니를 연기했던 아론 유가 사라 로머에게 전화를 해 농담을 늘어놓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음성 해설.

The Making Of Disturbia (14분 51초)

대략적인 제작 과정이 담겨 있는 메뉴. 주로 캐스팅에 관한 칭찬 릴레이가 많은 편인데, 후반부에는 로케이션 등에서도 약간이지만 담겨 있다.

Deleted Scenes (4분 35초)

4 장면의 삭제 장면이 서플먼트에 수록되어 있다. 특별히 중요한 장면이라기 보다는 본편의 내용을 보완하는 장면들이다.

Serial Pursuit Trivia Pop-Up/Quiz

이 메뉴를 선택하고 본편을 플레이하면 위의 이미지에서 보는 것처럼 영화의 삽입곡이나 잡다한 상식들을 볼 수 있다.

■ Outtakes (1분 27초)

촬영장에서의 장난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다. 끔찍하게 생긴 더미(만들어진 시체 모형)에게 장난을 치는 샤이아 라보프의 모습이나 낚시 장면에서 낚시줄이 엉켜 힘들어 하는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Music Video "Don't Make Me Wait" - This World Fair (4분 3초)

영화의 장면을 활용한 뮤직 비디오가 수록되어 있다.

와이드스크린을 지원하는 서플먼트

<디스터비아> DVD에는 많지도 적지도 않은 적절한 분량의 서플먼트가 포함되어 있다. 위에 서술된 서플먼트 외에 포토 갤러리와 극장용 예고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이 타이틀의 북미 제작사가 제공하는 DVD의 일반적인 분량 정도라고 말할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 타이틀에 담긴 서플먼트들이 모두 와이드스크린으로 제작되었다는 것. 북미쪽에서 HD-DVD로 출시된 만큼 최근의 추세에 발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이창>과 이 영화를 비교하는 메뉴가 들어있었다면 더욱 흥미로웠을 것 같다. ★★★

<디스터비아 (Disturbia)>

감독 : D.J.카루소

주연 : 샤이아 라보프, 데이빗 모스, 사라 로머, 아론 유


■ Spec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78:1
음향 Dolby Digital 5.1

더빙 영어, 태국어

자막 한국어, 영어, 북경어, 광동어, 태국어

상영시간 104분

지역코드 Dual Layer / Region 3

제작년도 2007년
                                        출시일자 2007-10-30


Special Feature

- Commentary with DJ Caruso, Shia Labeouf and Sarah Roemer
- The Making Of Disturbia
- Deleted Scenes
- Serial Pursuit Trivia Pop-Up/Quiz
- Outtakes
- Music Video "Don't Make Me Wait" - This World Fair
- Photo Gallery
- Theatrical 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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