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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벨로의 마녀』 출간 기념 특별 기고

가수 박기영의 '코엘료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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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를 읽고 직접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떠난 가수 박기영의 파울로 코엘료 이야기

『포르토벨로의 마녀』 출간 기념 특별 기고 가수 박기영의 ‘코엘료와 나’
글/ 박기영

2004년 겨울. 오랫동안 앓고 있던 마음의 병이 도졌다. 그 무엇도 나를 바꾸어놓을 수 없다고 느껴졌다. 당시 『연금술사』라는 책이 내 앞에 놓여 있었지만 나는 글자 한 자 읽어 내려갈 수 없었다. 코엘료의 책은 그렇게 나의 책장에 2년 동안 방치되었다. 2006년 가을. 소울 메이트로부터 『연금술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 ‘어디선가 들어본 책인데’ 하며 책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책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책은 “나를 읽어주겠니?” 하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스르르 꺼내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장을 덮은 후 뜨거운 눈물이 솟았다.

 

 

 

 

 

다친 나의 마음, 내 자아의 외침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몰랐던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반문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는 영혼의 연금술, 자아의 신화를 찾으려는 노력, 주인공 ‘산티아고’의 여정이 곧 나의 여정이 되리라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코엘료를 ‘신의 언어를 알고 있는 사람’ 정도로 칭하고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나에게 사건이 일어났다. ‘이쯤이면 되었겠지’ 하고 꿰매어 덮어두었던 내면의 자아는 손댈 틈도 없이 풀어헤쳐졌고, 마음은 선혈이 낭자한 채로 이리저리 방황하며 자해를 해대는 통에 나는 먹을 수도, 잠을 잘 수도, 제대로 소통을 할 수도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6집 앨범의 후속곡인 ‘흐르는 강물처럼’을 부르며 활동해야 했고 공연을 준비해야 했다. 그 어떤 것도 원활하지 못했음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당시 나에게 삶이란 ‘사는 것’이 아닌 ‘살아내는 것’이었고, ‘미래’란 존재하지 않았다. 다시 코엘료의 책을 읽었다. 머리로는 원하나 마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상실감에 자포자기하고 있을 때, 내게 ‘자아의 신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나는 다시 태어났다. 『연금술사』의 주인공처럼 자아의 신화를 찾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순례를 감행하게 된 ‘카미노 데 산티아고!’. 코엘료가 섰던 그 길. 성 야고보가 걸었던 그 길에 ‘순례자’라는 이름으로 나도 서게 되었다. 운명이란 것은 참으로 예고도 없이 삶을 새로운 길로 이끈다. 그 길에 들어설 준비가 되었을 때만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때에는 아무리 두드리고 나아가려해도 헛수고가 되고 만다. 내 운명은, 자칫 오만할 수 있는가수라는 직업을 가진 나를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게 하기 위해 나를 그렇게 이끌었나보다. 2004년 겨울에 『연금술사』를 읽었다면 내 운명이 산티아고로 보내졌을까?

 

코엘료는 내게 말했다.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되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 또한 ‘연금술사’가 내게 던진 화두는 ‘마음이 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사막 속에 잠길 수 있는지 묻는 산티아고에게 연금술사는 이렇게 말한다. “그대의 마음에 귀를 기울이게. 그대의 마음이 모든 것을 알 테니. 그대의 마음은 만물의 정기에서 태어났고, 언젠가는 만물의 정기 속으로 되돌아갈 터이니.”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33일 동안 코엘료가 걸은 그 길을 걷고 난 후, 나에겐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알고 있으나 몰랐던 그 무엇을 다시 찾게 된 걸까? 순례여정이 끝난 후, 순례자 ‘박기영’은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혔던 이유도, 성 야고보가 순례를 통해 복음을 전파한 이유도 온 인류가 지속되는 무한한 힘의 원천도 바로 ‘사랑’이었다. 나는 이미 내가 가지고 있고 알고 있던 ‘사랑의 힘’을 의심하고 시험하며, 때로는 무언가 다른 게 있을 것이라 확신하며 이 길에 서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사랑의 힘이 나를 그곳까지 이끌게 되었다.” 소설 속 산티아고의 연인인 사막의 여자 파티마도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사막의 모래언덕은 바람에 따라 변하지만 사막은 언제나 그대로인 것처럼, 나의 사랑도 사막과 같을 것이다. 마크 툽.

산티아고 길에서의 가수 박기영

코엘료를 접한 지 이제 일 년이 되어간다. 그 일 년 동안 내게 일어난 변화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분명 코엘료가 내게 미친 영향력은 ‘무모한 도전’을 넘어선 ‘영적 지침’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 코엘료의 다른 작품들을 읽으며 『연금술사』에서와 똑같은 영적 울림을 기대했으나 내 생각과는 달랐다. 『연금술사』 이후의 작품에 일어난 변화는 작가의 영적 성장에 의한 변화인지, 발전을 위한 시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브리엘 G. 마르케스 이후 남미 최고의 작가로 평가받는다는 코엘료의 새로운 작품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은 것은 나 혼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코엘료의 소박하지만 세세한 문체가 또다른 색과 새로운 성격을 가진 『포르토벨로의 마녀』로 다시 태어난다. 그의 작품이 이번에는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본다. 가수 박기영에 대하여

뛰어난 가창력과 탁월한 작곡 실력을 겸비한, 국내에 보기 드문 여성 싱어 송 라이터 '박기영'. 전통적인 록에 기반한 파워풀한 보컬 실력을 바탕으로 강렬한 하드 록과 얼터너티브 록, 그리고 모던 록 등 다양한 스타일을 오가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넓혀온 실력 있는 뮤지션이다.

 

그녀는 그 록에 기반한 보컬으로 감미로운 팝 발라드는 물론 블루지한 스타일의 곡까지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며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마음껏 발휘해왔다.

 

※ 가수 박기영 음반 보기 파울로 코엘료 신작 『포르토벨로의 마녀』에 대하여

 

파울로 코엘료가 돌아왔다. 지금까지 쓴 모든 작품 중 가장 뜨겁고, 가장 담대한 작품을 들고서. 그의 신작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에로스와 아가페, 관능과 욕망, 모성과 인류애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코엘료는 주인공인 아테나가 사랑했고 또 그녀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시선과 행적을 좇으며, 인류가 지닌 가장 큰 힘의 근원인 사랑을 말한다. 지금까지 그가 써온 모든 소설 중에서 가장 대담하게, 가장 멀리 나아간 이 작품은, ‘마녀’라는 모티프에 그 모든 것을 축약하며 소설가로서 코엘료의 장인적 힘을 가장 극명하고, 뜨겁게 드러내고 있다. 타인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이, 치유와 기적을 행하는 이, 강한 직관을 지닌 이, 저항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이, 자연과 소통하는 모든 이들을 우리는 마녀라 부른다. 이는 사실 모든 여성 안에 내재된 성정을 극대화한 양상이다.

 

우리는 그들을 사랑하는 동시에 두려워한다. 결국 마녀란, 모든 여성 안에 깃든 신(神)의 얼굴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포르토벨로의 마녀』는 ‘아테나’라는 이름의 한 비범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영적인 존재들과 소통하고,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보며, 매혹적인 구도의 춤을 추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아테나, 혹은 셰린 칼릴. 그녀는 런던 중심가인 포르토벨로에 ‘마녀’ 붐을 일으킨다. 코엘료는 불꽃같은 여자 아테나의 행적을 통해 우리가 그동안 여성을 성녀와 마녀, 혹은 온순한 여자와 길들일 수 없는 여자로 나누었던 우리 안의 이분법을 넘어서서, 숨겨진 ‘신으로서의 여성’을 탐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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