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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혹한 현실과 순도 100% 개그의 조합 -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젊었을 때 팝송을 좀 들었던 30대라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란 제목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 것이다. 키스의 ‘디트로이트 록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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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때 팝송을 좀 들었던 30대라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란 제목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 것이다. 키스의 ‘디트로이트 록 시티.’ 70년대 후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키스는 얼굴 전체에 가부키 배우처럼 칠을 한 분장과 악마처럼 화려하고 기이한 무대의상과 퍼포먼스, 베이시스트 존 시몬즈의 길게 내민 혀 그리고 무엇보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가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록 밴드다. 얼굴 분장과 기괴한 퍼포먼스로 유명했던 앨리스 쿠퍼의 스타일을 더욱 대중적으로 변형한 키스는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동시에 부모들에게는 공공의 적이 되었다. 아이들의 정서를 망치는 대표적인 음악이 바로 키스의 노래라는 이유였다. 90년대 후반에 <디트로이트 록 시티>라는 영화가 만들어졌는데, 내용은 몇 명의 소년이 키스의 록 공연을 보러 가면서 벌어지는 소동이었다. 키스에 대한 추억이 있는 30대를 위한 영화인 <디트로이트 록 시티>를 보면 당시 키스라는 밴드가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디트로이트 록 시티’에서 록을 메탈로 바꾸어버린 와카스기 키미노리의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제목으로도 대강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키스처럼 분장을 하고 메탈을 연주하는 밴드 이야기가 아닐까? 맞다. 약칭 DMC로 불리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인디신에서 꽤 인기를 얻고 있는 카리스마적인 데스 메탈 밴드다. 키스처럼 얼굴 전체에 분장을 하고, 노래 가사는 키스 정도가 아니라 거의 막장이라고 할 정도로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다. 보컬인 크라우저 2세는 자신이 지옥에서 온 악마라고 말하며, 부모를 강간하고 죽였다는 가사를 마구 내뱉는다. 키스의 하드코어 버전이라고 할 정도로, DMC는 과격하고 극단적이다. 그렇다면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DMC의 음악 인생을 보여주는 음악 만화일까?

물론 음악 인생이 나오긴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음악 이야기를 소재로 한 개그 만화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원동력은 크라우저 2세를 ‘연기’하는 네기시란 청년의 고뇌다. 사실 네기시는 데스 메탈 같은 것은 하고 싶지 않았다. 네기시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음악은 일본식으로 말하면 ‘오샤레한 기타 팝’, 즉 달콤하고 부드러운 스웨디시 팝 같은 것이었다. 가장 좋아하는 가수도 간드러진 목소리로 속삭이듯 노래하는 카히미 카리에다. 대학 때 썼던 노래 가사도 연인과 함께 치즈 타르트를 먹고, 다이칸야마로 쇼핑을 간다든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쩌다가 현 기획사의 사장을 만나게 되고, 난데없이 데스 메탈 밴드 DMC의 보컬 크라우저 2세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나는 달콤한 노래를 부르고 싶지만, 끔찍한 표현으로 가득한 데스 메탈을 부를 때마다 인기가 높아지니 이 ‘괴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네기시의 현실과 이상의 엄청난 괴리에서 벌어지는 온갖 소동을 그린 개그 만화다.

네기시는 전혀 원하지 않지만, DMC의 인기는 날로 높아간다. 그리고 수많은 전설을 만들어낸다. 이런 식이다. 자신이 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 네기시는 공원에서 혼자 거리 공연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네기시의 노래를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건너편에서 DMC의 노래를 커버하는 밴드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화가 난 네기시는 크라우저 분장을 하고 밴드 앞에 나타나고, 마침 나타난 경찰과 실랑이를 하다가 소동이 벌어진다. 다음 날 아침, 신문에는 크라우저가 경찰에 대항하여 폭동을 일으켰다는 기사가 나온다. 시골집에 쉬러 간 네기시는 동생이 DMC에 빠져 어머니에게 폭언을 하고, 반항을 일삼는 것을 보게 된다. 네기시는 마침 가져간 크라우저 의상과 분장을 하고 동생을 감화시킨다. 네기시만이 아니라 DMC를 만들어낸 기획사의 여사장이나 DMC의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 역시 무척이나 기상천외하다.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완벽한 개그 만화인 동시에 또한 현실적인 이야기다. 이를테면 쇼크 록의 대명사인 마릴린 맨슨은 공식석상에서는 수많은 기행을 일삼지만 사실은 대단히 머리가 좋고 내성적인 사람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폭력과 섹스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실제 생활 자체가 망나니는 아닌 것이다. 물론 록 음악 등을 하는 뮤지션이 난잡한 생활을 하는 경우는 꽤 있지만, DMC 같은 극단적인 밴드는 오히려 정상적인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디신에서 뮤지션의 인기를 높이기 위해 온갖 이슈를 만들어내는 기획사의 음모나 자신이 원하는 음악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신인 뮤지션의 모습까지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는 냉혹한 현실의 이야기를 끌어들이면서도 그것을 화려한 순도 100%의 개그로 바꾸어버린다.

와카스기 키미노리는 뭔가 임팩트 있는 만화를 그려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편집자에게서 데스 메탈은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듣고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를 구상하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의 생각대로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임팩트는 확고부동하다. 처음에는 네기시의 처지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계속 보다 보면 오히려 네기시가 더욱더 고민을 하고 더욱더 고생을 하는 상황을 내심 바라게 된다. 게다가 네기시가 크라우저로 분장만 하면 마구 폭주하는 모습을 보면, 사실 네기시의 내면에는 ‘크라우저’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마저 든다. 평소에 얌전하고 수동적인 사람이 술만 취하면 평소의 스트레스를 마구 풀어내는 것처럼, 네기시의 숨겨진 야성이 사실은 본성이 아닐까란 의심이다. 그래서 다음 권이 더욱 기다려진다. 네기시의 진짜 본성은 무엇일까? 야들야들한 네기시의 내면에는 정말로 야수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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