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우리문화박물지』 두 번째 이야기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은 책이라는 미디어의 종말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인간의 지성을 깨우고 감성을 채우는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로 남아있는데요.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다듬이, 논길, 물레방아, 병풍, 비녀, 엽전, 그리고 산사의 처마에 매달린 풍경. 그저 나름의 쓸모를 가진, 평범한 사물들입니다.

그런데 이 물건들앞에 이런 수식이 붙으면, 그 의미는 달라집니다. 악기가 된 평화로운 곤봉 '다듬이', 움직이는 벽 '병풍', 마음의 빗장 '비녀', 우주를 담은 돈 '엽전' 그리고, 대기를 헤엄치는 물고기소리 '풍경'.

이렇게 평범한 사물에서 우리 문화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마술같은 일. 『우리문화박물지』에서 펼쳐집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 그냥 읽기만 해요

이 프로그램은 책을 가장 빠르고 싸게 사는 방법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함께합니다.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어제에 이어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 이어령 교수의 『우리문화 박물지』 함께 읽어봅니다.

서양 사람들은 가방을 만들었고, 한국인들은 보자기를 탄생시켰다. 가방의 원형은 상자이다. 들고 다닐 수 있는 상자가 곧 가방인 것이다. 그래서 물건을 많이 얺었을 때나 혹은 아예 물건을 넣지 않았을 때라 할지라도 가방 자체의 크기와 형태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자기는 그 싸는 물건의 부피에 따라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또 물건의 성질에 따라 그 형태도 달라진다. 그러다가 풀어버리면, 3차원의 형태가 2차원의 평면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보자기는 싸고, 쓰고, 두르고, 덮고, 씌우고 가리고 맬 수 있는 것이다. 복면도 되고, 가방도 되고, 심지어 붕대도 되는 것이다.

이 융통성과 다기능. 만약에 모든 인간의 도구가 보자기와 같은 신축자재의 기능과 컨셉으로 변하게 된다면 현대의 문명은 좀 더 융통성있게 달라졌을 것이다.

만약 모든 도구, 모든 시설들이 가방이 아니라 보자기처럼 디자인되어 유무상통의 그 철학을 담게 된다면 앞으로의 인류 문명은 좀 더 인간적이고 좀 더 편하지 않겠는가. 보자기에는 탈근대화의 발상이 숨어있다.

이어령 교수의 통찰력과 명쾌한 문장력이 녹아있는 명문들을 접하다 보면, 다독, 다작, 다상량의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언제 그 숱한 책을 읽고 쓰고 연구할 수 있는 걸까요?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닐까요?

“그러한 경지에 가지 않으면은 문화라고 하는 건 하나하나 사전의 항목 찾듯 하는게 아니다. 하나를 꿰뚫어보고 임파텐션 되면은 그 다음엔 한국문화가 딱 보면 눈에 착착 띈다는 거죠.”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사람들은 책이라는 미디어의 종말을 예고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책은 인간의 지성을 깨우고 감성을 채우는 가장 영향력있는 매체로 남아있는데요.

이어령 교수는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 다매체 시대에 책이 가지고 있는 효용성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지금 인터넷이 방송이니 기자재는 많이 바뀌어도 이거 뭐 많이 바뀌어봐야 옛날하고 비슷하잖아요, 별 차이 없잖아요.”

이어령 교수는, 지금도 여전히 서가에 꽂힌 못 다 읽은 책들의 유혹에 시달리며 가슴뛰는 설렘을 느낀다고 하는데요..우리가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를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한국 여성들은 화장대와 장독대를 통해 얼굴을 보였다. 곧 외면의 얼굴과 내면의 얼굴이다. ‘화장대’ 앞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가꾸고 지켜갔듯이 ‘장독대’ 앞에서는 가정의 맛과 그 화평을 가꾸고 지켜갔다.

장을 담는 장독, 장독이 놓인 장독대. 이어령 교수는 이 평범하기만 한 장독대의 의미를 이렇게 새롭게 밝히고 있습니다. 사전에서도, 역사책에서도 읽을 수 없는 문화가 『우리문화 박물지』에 담겨있습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오늘의 책

산업의 흐름으로 반도체 읽기!

『현명한 반도체 투자』 우황제 저자의 신간. 반도체 산업 전문가이며 실전 투자가인 저자의 풍부한 산업 지식을 담아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이는 반도체를 각 산업들의 흐름 속에서 읽어낸다.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산업별 분석과 기업의 투자 포인트로 기회를 만들어 보자.

가장 알맞은 시절에 전하는 행복 안부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는 사람, 작가 김신지의 에세이. 지금 이 순간에 느낄 수 있는 작은 기쁨들, ‘제철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1년을 24절기에 맞추며 눈앞의 행복을 마주해보자. 그리고 행복의 순간을 하나씩 늘려보자. 제철의 모습을 놓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은 우리 곁에 머무를 것이다.

2024년 런던국제도서전 화제작

실존하는 편지 가게 ‘글월’을 배경으로 한 힐링 소설. 사기를 당한 언니 때문에 꿈을 포기한 주인공. 편지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하며, 모르는 이와 편지를 교환하는 펜팔 서비스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성장해나간다. 진실한 마음으로 쓴 편지가 주는 힘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소설.

나를 지키는 건 결국 나 자신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물질적 부나 명예는 두 번째다. 첫째는 나 자신. 불확실한 세상에서 심리학은 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무기다. 요즘 대세 심리학자 신고은이 돈, 일, 관계, 사랑에서 어려움을 겪는 현대인을 위해 따뜻한 책 한 권을 펴냈다.


문화지원프로젝트
PYCHYESWEB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