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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두 번째 이야기

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신경숙의 ‘리진’ 함께 읽어봅니다. 인간의 내면을 향한 따뜻하고 깊은 시선을 보여준 작가 신경숙. 그녀에게 흐른 20년의 세월, 작가로서의 나이테는 어떤 무늬로 새겨져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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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처럼, 꽃처럼, 나비처럼..
그 누구보다 나긋한 춤사위를 구사할 줄 아는 여자..

열정적으로 사랑을 받아들이되
추하지 않게 사랑을 놓아보낼 수 있는 여자..

격동의 19세기를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살았던 여자.
그녀의 이름은 리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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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읽어요 / 날마다 읽어요 /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 그냥 읽기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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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라디오 책 읽는 사람들, 오늘도 어제에 이어 신경숙의 ‘리진’.. 함께 읽어봅니다.

인간의 내면을 향한 따뜻하고 깊은 시선을 보여준 작가 신경숙. 그녀에게 흐른 20년의 세월, 작가로서의 나이테는.. 어떤 무늬로 새겨져 있을까요?

INT) 신경숙

30대를 지나오고 나면서 마음가짐이나 이런게 나 중심에서 타자중심으로 넘어간 것 같아요. 그래서 나이먹는 일은..

(중략)

그런 지점에 문학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들이 더 훨씬 이전보다 발화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작가는 산고를 통해 한 생명을 세상에 꺼내놓듯 리진에게 숨을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낯선 땅 빠리로 안내합니다.

하지만, 리진은 그리운 조선의 산천을 찾아.. 뒤란에는 대나무가 자라고 아궁이가 놓인 반촌의 고향으로 어느 누구의 배웅도 마중도 거부한 채 혼자서 돌아옵니다.

낭독 : 신경숙

나는 당신의 나라에서 ‘소인’이 아니라 ‘나’ 로 살았으며 행복했습니다.

길린. 나를 당신에게서 내려놓으세요. 사랑하는지 아닌지 이젠 알 수 없어졌다는 당신의 말을 나는 이해합니다. 오해하지 않습니다. 서운해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나를 버릴 수는 없다고 했던 당신의 갈등을 알기 때문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그랬는걸요. 당신을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 수 없으면서도 당신을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땐 내가 ‘소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떠나면서 내 머리를 빗겨주고 싶어했던 것을 거절한 것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당신이 내게 미련을 가질까봐 그랬지만 그 정도의 미련도 없다면 우리가 함께 한 세월이 무엇이었겠습니까. 왜 그때는 그 생각을 못 했는지 어리석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신은 그리 많은 것을 내게 주었는데 나는 끝내 인색했습니다. 당신을 강자라고 생각했고 나는 약자라 여겼 습니다. 나도 모르게 당신은 프랑스이고 나는 조선이라 여기는 마음이 내 안에 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이나 나나 우리는 남자와 여자였을 뿐이었는데.

길린. 나, 리진을 내려놓고 모쪼록 자유로우세요. 그래야 나도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당신을 만나지 못해도 이따금 당신의 후두염이 염려되겠지요. 당신도 나를 만나지 못해도 이따금 내 머리를 빗기고 싶겠지요. 이것으로 우리는 충분하다 여깁니다.

1895년 6월 3일 조선에서 리진

한국의 근대와 전 근대가 만나는 지점에서 비극적인 삶을 살아야 했던 무희 리진... 그녀의 생은 비상 발린.. 누런 사전종이를 찢어 입에 넣는 것으로 마감됩니다.

INT : 신경숙

사실은.. 저는.. 소설쓰는 마지막이 항상 지금까지는 애매하게 이렇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그러냐면.. 내가 주는 메시지를 무화 시키는 작업이기도 해요. 그래야.. 연못에 이렇게 돌을 던지면.. 그게 파문이 일잖아요. 작가가 자기 말로 강하게 하면.. 그 소설을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읽는 사람 마음 안에는.. 작가의 주장만 남아있지.. 사실은 본인 읽는 사람 안으로 들어가서 해석될 여지가 다 없어진다고 봐요..

저는 그렇습니다. 여러 가지 복층적인 지점을 많이 만들어놨으니까요.. 읽는 사람이 자기 식으로 자기 식으로 해석을 하고.. 그리고 마침표는 읽는 사람이 찍었으면 좋겠어요.

왕비의 총애 속에서 궁중의 무희로 자라나, 조선의 궁 안에서 나비와 같이 춤을 추고, 물빛 드레스를 입고 파리의 거리를 거닐고, 모파상의 작품을 불어로 낭독하던 여인 리진.

길지 않은 일생을 아름답고도 외롭게 살았던 이 여인에게 곁을 내어주고 함께 호흡하기를.. 그의 삶이 뿜어내는 향기에 흠뻑 취해보기를.. 작가는 소망합니다.

오늘 들으신 프로그램 KBS 홈페이지 kbs.co.kr과 온북티브이 홈페이지 onbooktv.co.kr을 통해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책 읽어 주는 사람 신윤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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