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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앞 Lonely Planet 서점을 찾아서

요즘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어서 가방을 메고 떠나라’고 부추기는 것만 같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만 보아도 왠지 운동화끈 조여 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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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늘을 올려다보면 마치 ‘어서 가방을 메고 떠나라’고 부추기는 것만 같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흰 구름만 보아도 왠지 운동화끈 조여 매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그런 하늘이 있던 주말, 아이들과 홍대 앞을 찾았다.

늘 볼거리 많고 먹을거리 많은 곳이라 주말 한나절의 나들이로는 제격이기도 한 장소다. 아이들과 쇼윈도를 구경하며 이리저리 걷다 보니 홍대 앞 놀이터였다. 그곳에는 어느새 6주년을 맞이한 프리마켓이 시끌벅적하게 열리고 있었다. 뙤약볕에도 아랑곳없이 개성 만점의 물건들을 내놓고 손님과 흥정을 하거나 6주년 기념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한참 구경을 한 다음 홍대 쪽으로 다시 발길을 돌렸다.

출출해진 배를 채우려고 뭘 먹을까 하며 아이들과 걷고 있는데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LONELY PLANET이라는 간판이었다.

“어? 여기에 이런 곳이 있었네. 우와~~”

그랬다. 그곳은 1996년 여행전문서점과 여행카페를 열었으며 최근에는 국내 최초로 남극여행상품을 내놓은 배낭 여행자들의 로망 ‘신발끈여행사’의 1층에 자리한 ‘론리 플래닛 숍’이었다.

론리 플래닛 서점 쇼윈도 앞에서

내가 환호성을 지르자 아이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엄마, 론리 플래닛이 뭐야?”
“그건 말이야….”

여행 좀 한다 하는 사람치고 론리 플래닛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Lonely Planet이란 이름은 현재 전 세계 17개 언어로 650종의 여행서를 출간하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행안내서로 평가받는 이름이다. 그렇지만 대단한 결과의 시작이 사실 알고 보면 작고 단순한 계기에서 출발한 것이 많듯이, 론리 플래닛의 창시자 토니 휠러도 그의 아내 모린과 처음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했을 때는 그 끝이 이렇게 장대할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토니와 모린은 1972년에 영국에서 호주까지 9개월간에 걸친 여행을 끝내고 ‘Across Asia on the Cheep’이라는 여행안내서를 처음 출간하면서 그들의 ‘론리 플래닛’ 호를 출발시킨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라마다 2~3명의 전문 필자를 두어 최신 여행정보를 수록하고 2년마다 개정판을 내며 인기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곳도 발굴하여 소개하며 세밀한 지도와 편견 없는 정보를 특색으로 ‘여행’에 관련된 다양한 책을 출간하는 등 론리 플래닛은 세계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책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서점의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가 보니 담당자 분이 환한 미소로 맞아 준다. 둘째는 천정을 올려다보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와. 배다!!” 아이가 가리키는 곳에는 정말 파란색 1인용 카약이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한쪽 벽은 온통 세계지도로 뒤덮여 있었다.

커다란 세계지도가 그려진 한쪽 코너에서 책을 읽는 아이

“신발끈 여행사는 론리 플래닛의 한국 총판이에요. 이곳 대표인 장영복 님과 어성애 님이 론리 플래닛을 처음 한글로 번역하여 소개한 분들이지요.”

그들은 신혼여행 중에 호주 본사에 들러 론리 플래닛과 계약을 맺은 다음 한국에 소개하게 되었다고 한다. 아, 그런 스토리가 있었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작은아이가 하는 말, “엄마, 그런데 여기는 다 영어뿐이야? 한글 책은 없어?”

담당자 분이 웃으시며 “이곳은 모두 영문판이란다”라고 말해주었다. 이곳에서 직접 판매도 하고 또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서 신간과 각종 주문 등을 접수하고 배송도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워낙 자세한 사진과 지도 등이 장점인 책인지라 조금 전까지도 투덜대던 둘째는 어느새 의자에 앉아서 일본판 론리 플래닛을 꺼내 펼쳐보면서 “맞아, 나 여기 갔었는데…” 하며 연방 아는 장소 찾기에 여념이 없었다.

영문판 론리 플래닛의 다양한 책이 가득하다

작은 공간이었지만 왠지 자꾸 살펴보면 뭔가 보물을 발견할 것만 같은 기분 좋은 공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큰아이가 “우와, 남극이다!”라고 소리친다. 아이가 가리킨 곳은 작년 국내 최초로 남극점에 도착해서 파란 남극 하늘을 배경으로 장영복 대표가 찍은 포스터였다. 갑자기 그 하늘과 아까 본 하늘이 오버랩되면서 마음이 두근거렸다. ‘떠나고 싶다. 여행 가고 싶다.’

남극 여행 포스터

한 권 한 권 꺼내어 읽지 않아도, 그냥 그 장소에 가만히 있기만 해도 온갖 여행서가 온갖 나라의 말로 내 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 “떠나라, 가방 하나 둘러메고 일단 집을 나서 보는 거야, 작은 공간에서 아등바등 살지 말고 한번 뛰쳐나와 봐. 너만의 울타리를 뛰어 넘어보라고.”

아이들도 그런 기분을 느꼈는지 각자 가고 싶은 나라의 책을 꺼내서 말없이 책장을 넘기며 그 속에 빠져있는 듯했다. 그렇게 아름다운 세계 각지의 사진이 들어 있는 론리 플래닛 2008년 달력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다가 집으로 갈 시간이 되어 서점 문을 나섰다.

2008 론리 플래닛 캘린더

“엄마, 우리 이번 여름에 어디로 여행을 가볼까?”

아이들은 벌써 여름 방학이 기다려지는 눈치다.

“기말고사나 잘 봐” 하며 머리를 콩 쥐어박았지만 나 또한 벌써 여름 방학이 기다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각자 이번 여름 론리 플래닛을 옆구리에 끼고 낯선 곳을 여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TIP]
* 론리 플래닛 서점 (신발끈 여행사) //www.shoestring.co.kr/
- 전화번호: 02)333-4151
- 위치: 신발끈 여행사 1층
- 운영: 월요일~토요일(오전 9시~오후 6시)/일요일 쉼

* 홍대 앞 프리마켓 //freemarket.or.kr

※ 이벤트 소식 - 지금 론리 플래닛 전 품목 30% 세일! 푸짐한 사은품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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