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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하게 싸워 얻은 자유와 사랑 - 『레인보우 - 2사 6방의 7인』

1955년, 일본의 쇼난 특별소년원에 6명의 소년이 들어온다. 담임선생을 폭행한 마리오, 역시 폭행죄를 저지른 병정, 원폭 피해자인 절도범 자라, 혼혈로 푸른 눈을 가진 죠, 거대한 몸집에 힘이 센 양배추, 머리는 좋지만 인간을 믿지 않는 발리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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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일본의 쇼난 특별소년원에 6명의 소년이 들어온다. 담임선생을 폭행한 마리오, 역시 폭행죄를 저지른 병정, 원폭 피해자인 절도범 자라, 혼혈로 푸른 눈을 가진 죠, 거대한 몸집에 힘이 센 양배추, 머리는 좋지만 인간을 믿지 않는 발리모토. 그들은 모두 범죄를 저지르고 소년원에 오게 되었지만, 저마다 이유가 있다. 담임은 여학생을 강간하려 했다. 병정은 어머니를 보호하려고 남자를 폭행했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는 ‘살아남고자’라는 절실한 이유가 있었다.

아베 죠지가 쓰고 카키자키 마사스미가 그린 『레인보우 - 2사 6방의 7인』의 도입부엔 이런 말이 쓰여 있다. ‘전쟁에 패하고 10년 후, 일본은 피폐할 정도로 피폐해져서 살 집은 물론 입을 것, 먹을 것도 없었다. 어른들이 저지른 전쟁으로 가장 피해를 본 건 바로… 여자들과 노인, 그리고 아이들과 같은 약자였다.’

일본이 저지른 전쟁이기에 일본인이 ‘벌’을 받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간접적인 책임이 있을 뿐이다. 오히려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정치가와 군인, 군수재벌은 미군정 아래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과거의 지배자, 강자는 여전히 일본을 지배하며 호의호식했고, 여성과 아이 같은 약자는 오히려 전쟁 시기보다도 어려운 나날을 보냈다. 극악한 상황에서 마리오 같은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살아남으려는 발버둥이었다.

아이들을 교화한다는 소년원도 바깥세상과 똑같다. 아이들을 배려하고 이끌어주는 어른은 어디에도 없었다. 소년원 의사인 사사키는 어린 소년을 탐하는 남색가고, 간수 이시하라는 가혹한 폭력으로 소년들을 길들이는 부패한 관리다. 소년원은 바깥세상보다 더한 지옥이었다. 하지만 2사 6방에 들어간 소년들은 ‘강하고 친절한’ 사쿠라기 로쿠타로를 만난다. 처음으로 연장자에게 배려받은 소년들은 사쿠라기를 큰 형으로 모시기로 한다. 조폭의 절대복종이 아니라 존경과 믿음에서 우러난 존경을 바치는 것이다.

『레인보우 - 2사 6방의 7인』은 사쿠라기를 중심으로 모인 소년들이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과 세상과 맞서 싸우는 악전고투를 보여준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싸움이지만, 소년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싸워 이기는 것만이 그들이 살아갈 길임을 알기 때문이다. “확률 따윈 명문가 도련님이나 생각하는 거다. 우리같이 사회 쓰레기들은 털끝 같은 기회에도 목숨을 걸지 않으면 그 즉시 패배자가 되어버린다. 그래서 용기만이 유일한 희망의 끈인 것이다.”

하지만 이기는 것은 물론, 싸우는 것조차도 너무나 힘들다. 사쿠라기는 사사키와 이시하라의 약점을 알았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사사키와 이시하라는 사쿠라기를 죽일 음모를 세운다. 사쿠라기를 다른 방으로 옮겨 다른 원생들에게 사쿠라기를 죽이라는 지령을 내리기도 하고, 독방에서 굶겨 죽이거나 동사하게 하는 수법을 쓰려고도 한다. 그러자 2사 6방의 소년들은 사쿠라기를 살리고자 탈옥 계획을 세운다. 1부의 이야기는 사쿠라기를 둘러싼 소년들의 성장담이다. 탈옥한 소년들을 이시하라가 다시 쫓아오고, 사쿠라기를 잃은 소년들은 복수를 다짐한다. 복수가 어리석은 것일지라도, 복수에 운명을 거는 것 또한 청춘의 증명이다. 그리고 그들이 현명한 복수의 길을 택했을 때, 그들은 진정한 어른에 조금 더 가까워진다.

『레인보우 - 2사 6방의 7인』의 2부는 소년들이 어른이 되는 이야기다. 병정은 자위대에 입대하고, 마리오는 바텐더로 일하고, 양배추는 프로레슬러가 되고, 발리모토는 공부를 하고, 죠는 가수가 되려고 밴드를 시작하고, 자라는 미군부대의 물품을 밀매하는 일을 하다가 대금업에 뛰어든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일이 벌어진다. 이루지 못할 사랑에 빠져들기도 하고 엉뚱한 싸움에 휘말리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 사건 하나하나가 감동적이다. 때로는 눈물이 흐르고 때로는 분노가 치민다. 소년 시절에도 고통스러웠지만, 어른이 된 후에도 그들은 여전히 힘든 길을 갈 것이다. 그들도 안다.

자라는 우연히 대금업을 하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자라를 데리고 목욕탕으로 간다. 옷을 벗은 할아버지의 몸에는 지독한 흉터로 가득했다. 그 상처는 전쟁 중에 생긴 것이 아니다. 대금업을 하면서, 돈을 빌려준 이들이 만든 상처다. ‘스기 할아버지는 자기 몸에 난 칼자국으로 이 일이 얼마나 가혹한지를 가르쳐주는 거야. 세상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짐승보다 못한 인간들도 있으니까. 그래, 대금업은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정상적인 직업이 아니야. 하지만 죽음이 두렵지 않은 나한테 이보다 더 적성에 맞는 일은 없어. 앞으로 이 자그마한 몸에 몇 개나 되는 훈장이 새겨질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이 원치 않는 깊숙한 상처가 무수하게 몸에 새겨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상처가 남긴 흉터를 볼 때마다 떠올릴 것이다. 자신이 사랑과 자유를 얻고자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아베 죠지는 『레인보우 - 2사 6방의 7인』을 시작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1937년생인 전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한 아프가니스탄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었던 일본에서 소년기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자유와 사랑이 없는 삶은 노예나 가축과 다를 바 없는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나 권력이 아무리 많아도 자유와 사랑이 없다면 허무하고 슬플 뿐이죠. 하지만 그렇게 소중한 자유와 사랑을 손에 넣으려면 올바른 가치관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레인보우』를 시작했습니다. 사랑과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말입니다.”

무고한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다르지만, 어쨌건 무고한 아이들이 가혹한 현실을 맞이했다는 것만은 같다. 아베 죠지는 자신이 겪었던 어린 시절의 고통을 돌이키며, 자유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말하려 한다. 역으로 말한다면, 너무나 풍요로운 지금 일본에는 자유와 사랑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레인보우 - 2사 6방의 7인』이 감동적인 이유는 마리오와 친구들이 치열하게 싸우면서 얻는 자유와 사랑의 무게가 무척이나 묵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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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bow 레인보우 2사 6방의 7인 1

<아베 죠지> 글/<카키자키 마사스미> 그림3,150원(10% + 1%)

살아남아라, 바깥 세상 공기를 마실 때 까진!! 1955년, 쇼난 특별소년원에 갇힌 일곱명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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