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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쾌감을 탁월하게 전해준다! - 『클레이모어』

‘악마와 싸우는 동안에 악마와 닮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잔인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와 싸우려면 보통의 정신과 힘으로는 견뎌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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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싸우는 동안에 악마와 닮아간다’라는 말이 있다. 잔인하고 강력한 힘을 가진 악마와 싸우려면 보통의 정신과 힘으로는 견뎌내기 어렵다. 초월적인 힘을 내고자 자신을 혹사하거나 다른 것의 힘을 빌리기 시작하면, 애초의 순수했던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다. 왜 싸우기 시작했는지, 자신이 진정으로 싸우는 목적이 무엇인지 잃어버린다. 야기 노리히로의 『클레이모어』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클레이모어’는 요괴와 싸우고자 특별하게 교육받은 전사를 말한다. 요괴의 피와 살을 이용하여 반인반요의 몸으로 만들어진 클레이모어. 그들은 요괴의 힘과 스피드로 요괴와 싸우지만, 자칫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요괴 자체로 변해버린다. 아니, 인간과 요괴 그 이상의 각성자로.

『클레이모어』의 세계는 요괴가 인간과 섞여 살아가는 곳이다. 인간으로 위장한 요괴들은 주식인 인간의 내장을 마음껏 포식하며 살아갈 수 있다. 인간을 위협하는 요괴들을 잡기 위하여 클레이모어가 만들어졌다. 온몸이 탈색되고 요기를 감지하는 은빛 눈을 가진 존재들. 처음에는 남자 전사도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여성뿐이다. 그들은 이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서, 오직 요괴의 말살만을 위해 움직인다. 요괴가 나타났다는 마을에 클레이모어가 들어가 요괴를 잡고 떠나면, 조직에서 수고비를 받아 챙긴다. 클레이모어에게는 어떤 감정도 허락되지 않는다. 그들은 오로지 전사일 뿐이다. 요괴와 싸우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가치도 없는.

클레어 역시 요괴를 잡는 것 이외에는 어떤 감정도, 목적도 없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한 마을에서 요괴를 잡은 후 떠나는 클레어에게 한 소년이 다가온다. 일가족을 잃고 버려진 소년 라키. 사람들은 요괴의 희생자 옆에 있었던 사람들조차도 두려워하기 때문에, 라키는 갈 곳이 없다. 결국, 클레어와 라키는 동행이 된다. 여기까지는 익숙한 줄거리지만, 클레어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그들의 동행이 필연적임을 알게 된다. 클레어 역시 라키와 비슷한 과거가 있다. 요괴에게 잡혀 장난감 같은 존재가 되었던 클레어는 요괴를 죽인 테레사라는 이름의 클레이모어를 쫓아간다. 그리고 테레사 역시 클레어를 받아들인다. 하지만, 라키와 달리 테레사가 클레어를 받아들이는 데는 더욱 극적인 사건이 필요했다.

테레사는 클레어를 위해 사람을 죽인다. 죽은 자들은 악인이다. 테레사가 요괴를 죽이고 떠나온 마을을, 그들은 거침없이 약탈한다. 요괴보다도 잔인하게 사람들을 학살한다. 그럼에도, 클레이모어는 그런 그들을 죽일 수 없다. 반인반요인 탓에, 자신들이 인간의 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레사는 그들을 용서할 수 없었다. 테레사는 단지 임무이기 때문에 요괴를 죽이는 전사에서, 자신의 감정과 논리를 따르며 악인을 죽이는 전사가 된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사람을 죽인 클레이모어를 반드시 처단한다. 그래서 테레사를 죽이려고 클레이모어들이 뭉쳐 공격을 한다. 테레사는 다른 클레이모어들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내지만, 넘버 2인 프리실라가 분노를 못 이겨 변한 각성자에게 살해당한다. 테레사의 죽음을 본 클레어는 조직에 들어가겠다고 간청한다. 클레어는 처음으로 조직의 문을 스스로 두드린 자가 된 것이다. 그런 과거가 있었기 때문에, 클레어는 라키의 손을 잡아주었다.

『클레이모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클레이모어라는 존재 자체다. 요괴와 싸우려고 요괴의 살과 피를 교배한 존재. 그들은 강한 상대와 싸우고자 몸에 들어 있는 요력을 조금씩 해방하며 능력치를 올린다. 하지만, 요력을 지나치게 해방하면 폭주하여 각성자가 되어버린다. 남성 클레이모어가 사라진 이유는, 그 각성이 성적 쾌락과 흡사하여 스스로 폭주를 시도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남성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리실라는 테레사를 이기겠다는 경쟁심과 분노 때문에 폭주하여 각성자가 된다. 그런 프리실라가 각성자가 되어 처음으로 내뱉은 말은 “하나도 참을 필요가 없었잖아?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인 줄도 모르고…”였다. 각성자는 단순한 요괴가 아닌 것이다.

『클레이모어』는 클레어의 과거를 들려준 후에야 본격적인 스토리를 진행한다. 오로지 각성자, 그중에서도 프리실라를 잡는 것이 목적인 클레어는 과연 프리실라를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것도 많다. 도대체 각성자란 어떤 존재일까? 클레이모어를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클레어는 각성자를 잡고자 만난 넘버 6인 밀리나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클레어와 함께 소집된 클레이모어들은 모두 한 번 이상 각성의 위기를 넘긴 자들이었다. 밀리나는 그것이 이미 각성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한계를 넘은 다음에 되돌아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면서. 조직에서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고, 무엇인가 다른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밀리나는 그런 조직을 믿을 수 없어서 오래전부터 조직의 비밀을 캐고 있었다. 조직의 이면에는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클레이모어』의 작가 야기 노리히로는 착한 남학생이 흉악스러운 얼굴 때문에 온갖 사건을 만나는 『엔젤전설』로 인기를 얻었다. 『클레이모어』『엔젤전설』의 코믹한 분위기와는 달리, 아주 심각하고 처연하게 진행된다. 클레이모어와 요괴의 격렬한 전투신도 멋지지만, 각성자들이 차례로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거대하고도 웅장한 대결은 도저히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클레이모어의 슬픔이 은은히 깔리면서, 『클레이모어』는 ‘전투’의 쾌감을 탁월하게 전해주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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