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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과도기에서 ‘나’의 존재를 일깨워 준 책

『절망이 아닌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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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면서 사람에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던가? 그 첫 기회라고 생각하던 때의 내 삶은 과도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머니의 가게에 얹혀살던 때였다. 아픈 어머니를 핑계 삼아 어린 사장 노릇이나 하면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고 있었지만 찾아질 리 없었다. 일도

채널예스 담당자의 메일을 받고 잠시 고민했다. 그동안 올라온 글과 글쓴이를 보면 다들 출판 쪽으로 관련이 있거나 혹은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이라 보잘것없는 나의 글 솜씨가 비교될 것 같아 더욱 망설였다. 머릿속에서 하라 마라 난리가 났지만, 과연 내 인생의 특별한 책으로 뭘 추천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 퍼뜩 떠오르는 책마저도 없다. 아니, 너무 많았다고 하련다. 어릴 때 읽은 세계문학이나 위인전은 제외하더라도 책 읽기에 재미를 붙여 준 박경리 선생의 『토지』와 그 당시 젊은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는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조금 더 특별한 책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 인생의 특별한 책이라니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사람에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하던가? 그 첫 기회라고 생각하던 때의 내 삶은 과도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머니의 가게에 얹혀살던 때였다. 아픈 어머니를 핑계 삼아 어린 사장 노릇이나 하면서 나름대로 의미를 찾고 있었지만 찾아질 리 없었다. 일도 결혼도 모든 것이 권태롭고 절망스러웠으며, 인생이 이대로 끝날 것만 같았다. 그 무렵이었을 거다. 마치 책 속에 길이 있는 것처럼 닥치는 대로 읽다가 모자라면 서점으로 달려가 읽고 또 읽은 것이. 그때 손에 잡힌 책 중에 한 권이 디오도어 루빈의 『절망이 아닌 선택』이었다. ‘사람이란 완전할 필요가 없다! 오늘 당장 그대 자신을 좋아하기 시작하라.’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절망이란 늪에서 빠져나올 것 같았는데, 표지에 적힌 그 문구를 보는 순간, 그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실, 『절망이 아닌 선택』을 읽기 전까지는 나의 정신 상태를 전혀 몰랐다. 내가 원한 삶은 아니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잘 살고 있었다. 심심하고 권태로워도 즐거운 척했고, ‘나는 어리석다’ ‘나는 형편없는 인간이다’ ‘나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줄을 모른다’ 등, 자기 증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건 마음일 뿐이었다. 조금 더 극단적인 예로 ‘그렇기는 하지만…’ ‘나는 당연히 그렇게 했어야 한다’ ‘만일 그랬더라면…’ ‘이제는 나도 환히 알겠다’와 같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없거나 완벽함에 미치지 못했다는 데 대한 반발로서 나에 대한 비난이 더 심해지고 그 비난이 최고조에 달하던 때였는데도 딴청만 피웠던 거다. 이런 자기 증오의 형태를 “자기 자신을 위해서 보람 있고 건설적인 무엇을 하려고 할 때면 가장 흔히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자율성 같은 현상을 보이며 거의 조건반사에 가까운 상태로 튀어나오고는 한다”라고 정의한 디오도어 루빈에게 내 마음속 깊이 숨겨 놓은 비밀이라도 들킨 듯, 자기 증오의 여러 형태를 읽으면서 연방 줄을 긋고 공감하는 나를 보며 한숨이 나왔다.

디오도어 루빈은 직간접적인 자기 증오의 형태를 열거하고 예를 들어가며 ‘너도 그렇지?’ ‘네 마음속도 투쟁의 연속이지?’ ‘그래, 네가 뭘 하나 제대로 할 수 있겠어’ 하며 날 약 올렸다. 자기 증오에 빠진 줄도 모르던 나는 그제야 마음이 급해졌다. ‘이건 아니구나. 벗어나야 하는구나. 어떡해야 하지?’ 그런 내게 그는 아주 뜻밖에 쉬운 처방을 내주었다. “적어도 그대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그 정도로는 그대가 자신을 대하여야 한다.” 즉, 나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라는 거다. 그것부터 실천해야 이력서 내놓고 연락 없다고 신세 한탄할 일도 없고, 매사에 나보다 못하던 친구가 잘나가는 걸 보며 ‘나는 왜 이럴까?’ 따위의 생각에 짓밟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자기 증오에 빠진다면 봉쇄하고 피해야 한다고 일러준다. “침울해질 때 사람의 기분을 북돋우는 효과가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고, 기분 전환을 할 만한 것을 찾는다거나, 어떤 건설적인 도움을 구한다거나, 아니면 자기를 증오하는 작용이 나쁜 방향으로 발동하기 시작하자마자 그것을 없애버릴 수 있는 행동을 무엇이라도 자신을 위해서 취하는 전반적인 태도가 자기 증오를 봉쇄할 수 있다.” 결국, 일이 뒤틀려졌다고 해서 나의 못난 점을 한탄할 생각 말고 그걸 밟고 일어서서 더 나은 길을 찾으라는 거다.

물론, 내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한 일이 오로지 『절망이 아닌 선택』이란 책 때문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의적절하게 그 책을 읽은 덕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며 지침서처럼 따랐을 뿐이다. 어쨌든 그 후로 나 자신에게 관용을 베풀기 시작했고, 쳇바퀴 돌 듯 시간만 죽이는 삶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으며 많은 자기 증오에 당당히 맞서 나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자신감 회복’이었다. 내가 집에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될 것이라는 ‘환상’에서도 벗어났다. 용기를 냈다. 다들 그 나이에 늦었다고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거부’당하는 것도 겁나지 않았다. 그렇게 나에게 온 첫 번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나는 어리석다’라는 생각에서 벗어났고 모든 일에 긍정적인 삶을 살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새삼스럽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을까? 지금 그렇게 하라면 할 수 있을까? 사람에겐 한 번쯤 결정의 기로에 서게 될 때가 있다. 그 결정의 기로에서 이대로 주저앉을 것이냐, 일어날 것이냐 결정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는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I am because I am.” 삶에서 기준이나 성취, 업적, 내가 벌어들인 돈이나 학위 따위는 있거나 없거나 마찬가지다. 내가 존재함으로써 그것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나 자신에게 귀 기울이고 나 자신의 얘기를 듣고, 나 자신에게 충실하다면 자기 증오에 빠질 일도 없고 절망 속에서 허우적댈 필요도 없다. 오히려 그 절망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채널예스의 원고 청탁을 받고 책꽂이 구석에 있는 『절망이 아닌 선택』을 꺼내 다시 읽었다. 다시 읽어도 이 책은 역시 많은 말을 한다. ‘요즘은 어떠니?’ ‘거부당하는 게 겁나진 않니?’ ‘불안하진 않니?’ ‘조금이라도 그런 마음이 든다면 『절망이 아닌 선택』 알지?’ 하고 말이다. 사람마다 인생의 전환점에서 도움을 받는 방법은 다르겠지만, 첫 번째 갈림길에서 읽은 『절망이 아닌 선택』은 그야말로 절망이 아닌 선택으로 나를 이끌어 준, 고마운 내 인생의 특별한 책이다.

“만일 나 자신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나의 욕구들을 진지하게 다루어야만 한다.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나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며,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얘기를 듣고 파악한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자기를 보살피는 자세에서 핵을 이룬다. 그것은 자기 태만과 상반되는 적이다.”(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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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blog.yes24.com/juncoo)는 파올로 코엘료의 『11분』을 읽고 지은 닉네임입니다.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는 말에 감동했죠. 십여 년 동안 하던 일을 잠시 중단하고 책과 관련한 일을 꿈꾸고 있는데 아직도 이 사회가 경력과 나이를 우선인 것에 잠시 좌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늘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이 세상에 나온 것은 어딘가에 쓸모가 있기 때문일 테니까요. 절망이 아닌 선택, 이 말은 늘 제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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