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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를 말한다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 『한미 FTA 역전 시나리오』

한미 FTA는 ‘한국땅=지옥땅’이라는 것이 우석훈의 외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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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의 『낯선 식민지, 한미 FTA』가 도화선이었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한미 FTA가 한국의 식민지화를 재촉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이어서 우석훈은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에서, 한미 FTA가 체결된다면 4인 가족 기준으로 연소득 6천만 원 이하는 이민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담 같은 말이지만, 농담이 아니다. 한미 FTA는 ‘한국땅=지옥땅’이라는 것이 우석훈의 외침이다.

반면에 최병일의 『한미 FTA 역전 시나리오』는 “‘한미 FTA는 한국이 식민지로 가는 길’이라는 식”의 “지나친 이념적 색안경은 사실도 아니거니와 우리에게도 해롭다”라고 말하고 있다. 최병일은 한미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받아낼 것만 잘 받아낸다면 우리에게 이롭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어떻게 같은 것을 두고 이렇게도 다른 말을 하는 것일까? 논란이 논란인 만큼 한미 FTA를 보는 입장이 상반된 두 권의 책을 주요 현안에 따라 살펴보도록 하자. 초대 손님은 경제학자이면서 정부 대표로 일했던 경험이 있는 우석훈과 최병일이다.

모두 멕시코를 말한다. 그런데 이유가 다르다.

TV든 신문이든 간에 한미 FTA를 언급하는 보도를 보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멕시코다. 멕시코는 미국과 FTA를 했다가 ‘쫄딱’ 망한 국가로 역사를 새로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쪽은 멕시코부터 짚고 넘어간다.

우석훈도 마찬가지다. 우석훈은 한미 FTA 체결 이후 서민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아보고자 멕시코의 ‘오늘’을 조명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멕시코의 국립대학은 1년치 등록금이 1달러다. 세계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들이 돈이 없어 휴학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놀라운 사실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대학이 있는 멕시코의 젊은이들이 죽을 각오를 하고 미국으로 도망가려 한다는 것이다. 우석훈은 간단히 말한다. 연간 460만 명이 국경을 넘다가 죽는다고.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에 의해 기반경제가 초토화됐기에 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이 멕시코의 전철을 밟지 않는다면 그 결과도 다르겠지만, 우석훈은 회의적이다. 한국 정부의 태도를 보건대 멕시코와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니 중단해야 한다고 한다. 멕시코는 우리의 또 다른 미래가 될 것이라면서.

최병일 또한 멕시코를 언급하는데 우석훈의 그것과는 다른 자료를 제시한다. 바로 경제 지수다. 멕시코의 경제지수가 FTA 이후 오히려 좋아진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병일도 멕시코가 ‘가난’하다는 사실에는 동감한다. 그런데 이유가 좀 다르다. FTA는 다른 문제일 뿐, 실질적으로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보지도 못했을 뿐더러 세계화에 뒤떨어진 문제를 개혁하지도 못했기 때문이라는 풀이를 내놓는다.

다시 말하면, 멕시코는 ‘개방’이 곧 ‘부유한 미래’가 될 것이라는 낭만적인 상상으로 나라를 말아먹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멕시코를 보고 배우자고 한다. FTA라는 좋은 기회를 저렇게 망치지 말자고.

정부는 잘하고 있는가?

한미 FTA가 시끄러워진 이유는 정부의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도 한몫한다. 가뜩이나 황우석 사태가 터지면서 국민이 정부, 언론 등을 불신하는 때에 정부는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협상을 신속하게 처리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반대 여론이 일어나자 뭔가를 하려고 했지만, 고작 해야 그것을 반박하는 의견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우석훈과 최병일은 이것에 관해서 만큼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차이가 있다. 우석훈은 정부가 국민여론에 귀를 닫고 일방적으로 처리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방식을 ‘아버지형 정부’라고 비유하기도 하는데, 이는 아버지가 알아서 할 테니 따라오라는 식이라는 것이다. 우석훈은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 국내 시장과 미국 시장을 제대로 파악 못한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계속한다는 말이다.

최병일도 국제협상보다 국내협상이 미약했던 것을 비판한다. 하지만, 책의 어조는 협상가에게 최선의 기회를 줘야 한다며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우석훈과 다르게, 최병쿀은 한국측 협상 대표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가. 이렇듯 보는 지점이 다르다.

굴욕 협상인가?

한미 FTA에서 논란이 됐던 것 중의 하나가 스크린쿼터, 의약품, 쇠고기, 자동차 등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한국이 먼저 내줬다는 사실이다. 우석훈은 이를 두고 협상을 하기도 전에 패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한다. 아쉬운 사람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들어준 셈이니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한다.

반면에 최병일은 협상을 이끌어내기 위한 미끼였다고 말한다. 미국을 협상 테이블에 불러들이려면 뭔가를 내줘야 하는데 그것만큼 적절한 것이 없었다는 말인 셈이다. 또한, 세간에 알려진 것과 다르게 굴욕외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굴욕외교니 뭐니 하는 것은 반미정서에서 비롯된 것이지, 실체는 없다는 말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문제를 두고 하는 말이 다 다르다. 가장 대비되는 것이 서민경제일 것이다. 우석훈은 ‘지옥땅’으로 말하는 데 반해 최병일은 그럴 리 없다고 말한다. 그 증거는 무엇인가? 두 저자 모두 경제학자인 만큼 뭔가 보여줘야 하는데 여기서 좀 미지근하다. 워낙에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탓도 있지만 경제적인 효과를 미리 예상하는 것이 섣부르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

책들이 말하는 바가 서로 다르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두 권을, 즉 양측의 주장을 모두 들어보고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특히, 한쪽만 들어서는 정말 곤란하다. 그것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즉, 우석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정부가 돈 없는 국민을 죽이려고 폭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최병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아이러니하게도 장밋빛 미래만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말과 달리, 대단한 경제적 효과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건 문제가 있다. 우석훈의 주장으로 보자면, 이완용 일당이 재림한 것도 아닌 마당에 정부가 무슨 이유로 국민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겠는가? 최병일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그렇게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미국은 무엇 하러 협상을 하려고 나오겠는가? 그렇다. 세계경제대국 미국이 바보가 아니고서야 나올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런 경우의 한미동맹 강화도 우리가 하는 말이지 미국이 하는 말이 아니라는 걸 생각하면 더 궁금해진다. 미국은 왜 협상을 하려 하는가? 아쉽게도 『한미 FTA 역전 시나리오』는 그것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주지 않는다. 반대를 반대하는 것과, ‘이렇게 하면 좋을 것이다’가 주를 이룬 탓이다.

그러니 두 권을 함께 봐야 한다. 아, 그렇다고 해서 두 권을 모두 외면하지는 말자. 골치 아픈 문제, 어려운 이야기로 가득 메운 것일지라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한미 FTA는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은 몇 배나 위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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