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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서 더 좋았던 이승철 콘서트

여름에 댄스곡이 강세라면 가을에는 역시 발라드다. 발라드도 부르는 가수 나름이겠지만, 이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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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댄스곡이 강세라면 가을에는 역시 발라드다. 발라드도 부르는 가수 나름이겠지만, 이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과거 ‘희야~’ 한 소절로 오빠 부대를 실신케 했던 그는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그 감성 그대로 팬들의 마음을 뒤흔든다. 오랜 세월, 골수팬은 물론이고 보다 대중적인 사랑과 인정을 받으며 ‘라이브의 황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승철! 그가 8집 앨범 발매를 기념해 전국 투어에 나섰다.

이승철 8집 발매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
9월 17일 일요일 오후 7시30분,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 가을 야외공연, 상상만 해도 분위기 최고다. 그러나 실상은 여의치 않다. 이미 해는 져서 캄캄한 데다,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강한 바람에 빗방울까지 떨어진다. 모두들 입장할 때 나눠준 흰색 비옷을 입고,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걸까, 빗줄기가 더 강해지는 것은 아닐까, 기온이 더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을 한 아름씩 안고 있다.

그러나 무대 위에 세션들이 오르고 7개 대형 화면 가득히 들어찬 이승철이 ‘이 순간을 언제까지나’와 ‘희야’로 공연의 문을 열자, 바람도 비도 어둠도 콘서트를 위한 특수효과가 되고 만다. 분위기를 띄우는 다른 팀의 오픈 무대도 없었지만 이미 우비집단은 벌떡 일어나 이승철의 열정적인 무대매너에 화끈한 객석매너로 보답하고 있다. 보통 야외공연은 소리가 흩어지기 때문에 실내공연보다 1.5배의 스피커가 필요하다는데, 이승철의 폭발적인 가창력과 밴드의 힘 있는 사운드는 야외라서 더욱 시원시원하게 전달된다.

9월 말 발매예정인 8집이 이 노래들처럼 대박나길 바란다며 ‘긴 하루’와 ‘안녕이라고 말하지마’를 선사한 이승철은 자신이 정규앨범은 물론 영화음악에 드라마 주제곡, CM송까지 불렀다며 추억의 노래들(아카시아 껌, LG카드 등)을 짤막짤막 들려준다. 말하는 중간 중간 반주도 없이 부르는 노래지만 음정, 박자, 감정 어느 것 하나 소홀함이 없다. ‘노래를 가지고 논다’고 할까? 목소리는 또 얼마나 감미로운지. ‘노래 정말 잘 한다’라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다.

이승철은 리메이크도 많이 했다며 ‘난 행복해’와 ‘비처럼 음악처럼’을 노래한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각종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빼놓지 않고 틀어주는 ‘비처럼 음악처럼’을 비를 맞으며 라이브로 듣는 느낌이란, 직접 비를 맞으며 이승철의 라이브로 듣기 전에는 절대 모를 것이다. 계속해서 ‘비와 당신의 이야기’, ‘잠도 오지 않는 밤에’ 등 비와 관련된 노래가 이어지면서 내리는 비와 밤하늘을 수놓은 오색찬란한 불꽃은 생각지도 못한 선물처럼 근사할 따름이다.

어둠 속에 울리는 환상의 발라드

이승철은 한때 ‘음악’이 아닌 ‘음학’을 하려했다고 말했다. 왠지 어렵고 복잡해야만 할 것 같았다고. 하지만 좋은 노래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노래는 30분 만에 결정된다고. 그렇게 힘을 빼고 우연히 써 내려갔던 노래가 바로 이 곡이라며 ‘마지막 콘서트’를 선사하자 팬들은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더 큰 함성으로 답한다. 물론 이승철의 음악세계는 발라드에 머무르지 않는다. 보라색 셔츠 단추를 세 개쯤 풀어헤친 섹시한 모습으로 ‘소녀시대’ 댄스버전과 ‘방황’, ‘오늘도 난’ 트로트버전까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모습을 온 몸으로 쏟아냈다.

진정한 라이브의 황제
‘인연’을 시작으로 열린 앵콜 무대는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샴푸의 요정’, ‘Never Ending Story', 그리고 8집 타이틀 곡 ‘소리쳐’까지 풍성하게 이어졌다. 초대가수도 없이 숨 가쁘게 달리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역시 ‘라이브의 황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무대였다. 또한 공연 내 이어진 수많은 노래들이 모두 낯설지 않음에, 그럼에도 이번 공연에서 듣지 못해 아쉬운 노래들이 있음에, 그의 방대한 히트 곡에 또 한번 놀라는 바이다.

문득 누군가에게 콘서트 티켓을 선물해야 한다면 ‘이승철 콘서트’ 티켓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개인적으로 이승철보다 좋아하는 가수, 더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공연이 있지만, 그의 공연은 노래나 무대 연출, 대중성에 있어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도 만족할 공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가수에게 더해지는 세월의 흔적을 살펴본다. 아마 대부분의 팬들이 초창기 앨범에 실린 이승철의 음색이나 감정처리보다는 새롭게 태어난 지금의 노래들을 더 좋아할 것이다. 그것은 그가 노래하는 ‘사랑과 삶’에, 시간과 경험 없이는 채울 수 없는 ‘깊이’가 배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따라서 앞으로도 가수 이승철이 부르는 노래와 그가 선사하는 공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무엇보다 힘을 뺀 노래가 대중에게 사랑받듯, 좀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무대도 기대해본다.
이승철 8집 발매기념 전국투어 콘서트 (서울공연)
2006년 9월 16일 ~ 17일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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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8집 - Reflection of Sound
이승철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루이 엔터테인먼트(기획사) |
20년전 이승철의 앳띤 모습과 20년후의 이승철의 모습을 확연히 구분할수있을만큼의 한층 완성되고 성숙된 음악으로 돌아온 라이브 황제 이승철.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보컬과 완벽에 가까운 사운드로 벌써부터 음악인들과 평론가들에게 올해의 앨범으로 첫손가락에 꼽힐만큼 전문가들의 관심이 큰 이번 8집 앨범은 늘 신예 작곡가들만을 기용한다는 이승철의 기획의도대로 또 한번 놀라운 신인들을 대거 발굴하여 가요계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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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8집 - Reflection of S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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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를 대견해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완성된 人間 을 향한 첫스케치를 마치며... 이시대 진정한 딴따라이길 바라는 이승철의 새앨범 [Reflection of Sound] 가 발표되었다. 20년전 이승철의 앳띤 모습과 20년후의 이승철의 모습을 확연히 구분할수있을만큼의 한층 완성되고 성숙된 음악으로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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