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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의 못 말리는 웃음 바이러스(2006년 5월 27일 대학로 질러홀)

세계여행과 신혼여행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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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과 신혼여행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한다는 것(결혼은 안 해도 신혼여행은 가고 싶다더라),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돈도 상대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 두 가지 여행 계획을 모두 달성한 행운아가 있다면 당연히 그의 비결을 전수받아야 하지 않을까?!

그 행운아는 바로 이한철이다. 듣고 있노라면 무겁기로 소문난 엉덩이도 저절로 들썩여지는 그의 노래는 유쾌함의 대명사로 꼽히는데, 그가 이 노래들로 데뷔 12년 만에 월드투어를 단행했다. 이한철과 함께하는 신개념 여행 시뮬레이션 콘서트!


색다른 컨셉에 따라 공연 티켓에는 떡하니 ‘boarding pass’라고 찍혀있는가 하면, 면세점 코너에서는 이한철의 음반과 각종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다. 전세기인 질러홀에 탑승하니 공연장 양옆에는 비행기 창문이 그려져 있고 뽀얀 구름도 떠다닌다.

비행기가 이륙준비를 마치자 기장인 이한철의 안내방송이 이어진다. “항공기에 탑승해 주신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 항공기는 라틴아메리카를 거쳐, 미국과 파리, 일본을 경유해 다시 한국에 돌아오겠으며, 운항시간은 이륙 후 미친 듯이 달려봐야 알겠습니다. 좌석에 안전벨트는 마련돼 있지 않사오니 흥분되면 마음껏 뛰노시기 바랍니다.”

이미 공연장은 웃음바다다. 게다가 이한철을 비롯해 세션들 모두 승무원 복장을 제대로 차려입고 무대에 올라서자 팬들은 그들의 참신한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첫 번째 여행지, 아르헨티나! 남미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무대를 연 이한철은 한껏 무더운 표정을 자아낸다. 어디선가 스페인어로 얘기하는 효과음까지 들리고 제일 시끄러운 애가 카를르소라며 너스레를 떤 이한철은 ‘바티스투타’를 노래한다.

바티스투타는 아르헨티나의 축구 선수이자 이한철의 앨범 기획을 맡았던 프로듀서의 애견 이름으로, ‘너의 노란 머리칼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휘날리고 있구나’ 등 전체적인 가사가 둘 모두에게 적용되는 센스(역시 이한철답다^^)를 발견할 수 있다.

열정의 나라 스페인! 기다렸다는 듯 ‘El Disco Amor’와 ‘O' My Sole'가 이어진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면서도 흥겹고 경쾌한 리듬에 애초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승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저마다의 안무를 선보인다.

이 노래에 팬들이 더욱 열광하는 이유가 있다. 한마디로 노래가 재밌기 때문. ‘El Disco Amor’의 경우 공연장에서는 ‘엘 디스크 아 목’이라고 따라 부르는데, 특히 ‘아 목’ 부분에서 목을 조금 뒤로 젖히고 뻣뻣하다는 듯 뒷목을 부여잡는 게 포인트다. ‘O' My Sole’에 숨은 재미는 중간에 추임새가 곁들여지는데 잘 들어보면 ‘이 문디 가시나 와 이리 이쁘노’가 매우 스패니시틱하게 발음됐음을 알 수 있다.

기장의 맘이 바쁘다. “3시간 동안 세계일주 하려면 바빠, 이제 웬만한 건 Pasa(=pass)~!”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비행기는 미국과 프랑스로 이동하고, ‘나성에 가면’이나 ‘사랑은 구라파에서’처럼 여행지에 맞는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비록 속성 관광이기는 하나 무대에는 에펠탑이 등장하기도 하고, 나름의 기내식도 있다.

특히 비행기가 일본에 도착했을 때는 후쿠오카 출신의 4인조 밴드 Velvet Peach Seven이 직접 가이드로 나섰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이들 또한 흥겹고 유쾌한 리듬이 둘째가라면 서러워 탑승객들은 자리에 앉을 줄을 모른다.

월드투어를 무사히 끝마치고 한국에 도착하자 이한철은 솜사탕이라도 먹는 듯 단물을 뚝뚝 흘리며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과 ‘fall in love'을 선사한다. 조만간 신혼여행을 떠날 거라며 한껏 자랑이다. 세계여행에 신혼여행까지….

자자, 마냥 부럽거나 어느 것 하나 못 가봐서 배가 아픈 사람들은 귀를 쫑긋 세울 때가 됐다. 장시간 비좁은 항공기 안에서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과 가무(歌舞)에 시달린 승객들을 위해 특별히 이 자리에서만 밝히는, 이한철이 행운을 거머쥔 비결!

이미 눈치 챈 사람들도 많겠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웃음 바이러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솔로 때는 물론 그룹 ‘지퍼’와 ‘불독맨션’을 거치면서도 변하지 않은, 그의 음악 전체를 지배하는 웃음 바이러스!


실제로 공연 때마다 앞서가는 관객문화를 선도하듯 팬들보다 더 잘 노는 이한철은 카메라를 들이대면 포즈를 취하고, 팬들의 특이한 율동은 질세라 따라하며, 노래를 부르면서도 추임새를 연발하는 등 시종일관 떠드는 통에 팬들은 배꼽 간수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그의 노래는 햇빛, 운동, 비타민제와 함께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며, 한 번 그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다시 듣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게다가 이 웃음 바이러스는 긍정의 힘으로 되살아나 지칠 만도 했던 그의 음악 인생을 쉼 없이 약진케 했고, 덕분에 독특하면서도 탄탄한 그만의 음악세계를 다질 수 있게 했다.

앵콜곡은 예상대로 ‘슈퍼스타’다. ‘괜찮아 잘 될 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가수 생활 12년 만에 처음으로 한철 모친께서도 흥얼거리신다는 이 노래 가사처럼, 그가 ‘자신만의 인생의 슈퍼스타’가 되어 앞으로도 세상의 시름을 덜 수 있는 더욱더 강력한 웃음 바이러스를 퍼뜨리길 희망해 본다. 이한철의 음악을 듣는 모든 이가 다 잘 될 수 있도록!

관련 상품 보기

『이한철 - Organic』 이한철 노래 | 서울음반/서울음반(기획사) | 2005년 12월
불독맨션 리더 ‘이한철’의 8년 만에 발표하는 솔로 미니앨범. 1994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이후 2장의 솔로앨범과 듀엣 ‘Zipper’로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한 후 ‘불독맨션' 결성, 꾸준한 밴드활동을 해오던 이한철이 무려 8년만에 자신의 이름을 건 솔로앨범을 발표한다. 이번 미니앨범은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베이스, 드럼을 더한 소규모 편성의 미니멀한 연주로 오거닉한 해피사운드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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