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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미국인 그림책 작가 에드 영

그는 각각의 그림책에서, 그림이란 매체를 사물의 표면을 스쳐 지나가는 독자들의 시선 안쪽의 영혼에 감동을 호소하기 위한 교량으로서 충실히 봉사할 수 있도록 가장 효과적인 예술적 작업 형태와 양식을 추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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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포포 - 국내 번역본을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이 남는 그림책

마녀는 예전에 미국 교과서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에드 영의 『론포포』를 알게 되었습니다. 하코트 출판사와 맥그로힐 출판사의 3학년 영어 교과서에 나란히 실린 중국계 미국인의 작품 『론포포』를 보고 삽화 속의 주인공들도 우리네처럼 낮은 코의 주인공임을 알게 되었죠. 그러자 ‘론포포’란 단어의 뜻이 무엇일지 자못 궁금해졌습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것인데 ‘론포포’란 ‘늑대 할머니’란 뜻이더군요. 마치 우리나라의 전래 동화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떠올리게도 하고, 서양의 동화인 『Red Riding Hood』를 떠올리게 하는 서사 구조로 되어 있는 『론포포』가 새삼스럽게도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참신한 이야깃거리 때문도 아니고, 세상 여러 문화가 서로 비슷한 전래의 동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야 이미 오래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책으로 마주하게 되니 그 느낌이 새롭더군요.

몇 군데 수소문해 보았지만 1996년에 보림출판사를 통해 우리말로 번역 출판되었지만 구할 길이 막막하더군요. 몇몇 인터넷 중고 서점을 검색하다 용기를 내어 출판사 담당자에게까지 전화를 해보았지만, 애석하게도 절판이라는 서운한 소식을 접하고 말았지요. 아이들이 좋아할 훌륭한 그림책이 절판이라니 더욱 섭섭한 마음이 커졌습니다.

이야기는 엄마가 할머니 댁으로 간 사이, 집을 지키던 세 자매의 집에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가 찾아와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Red Riding Hood』와 매우 유사합니다. 아이들은 늑대에게 속아 문을 열어 주게 되는데 맏이이자 가장 영리한 샹은 의심을 풀지 않고 늑대의 정체를 알아내고 맙니다.

샹은 늑대의 못된 욕망을 간파하고, 그것을 역이용해서 한 번 먹으면 영원히 살 수 있는 아주 맛난 열매를 따다 준다고 늑대를 속이고 커다란 은행나무 위로 올라갑니다. 샹은 영생의 욕망을 품고 있는 늑대에게 열매를 직접 따 먹어야 효과가 있다며 또다시 속여 바구니와 줄을 이용해 늑대를 나무 위로 끌어올립니다. 한참을 끌어올리는 시늉을 하다 샹이 손에 잡고 있던 줄을 놓아버리자 늑대는 땅에 떨어져 죽고 세 자매는 나무에서 무사히 내려오게 됩니다.

너무나도 익숙한 두 가지의 전래 동화가 한데 어울려 있는 듯한 『론포포』에서 담론의 미학만을 음미하려 한다면 진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 표지를 넘기면 빨간색 테두리 선 안에 할머니(포포)와 늑대를 합성한 듯한 그림이 보입니다. 표지의 번진 듯한 늑대의 실루엣이 그대로 연결되면서 할머니의 옆얼굴과 겹치게 되는 것이죠.

여기서 우리는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리해봐야 합니다. 그러나 에드 영이 스스로 작품의 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으니 우리의 궁금증 해결은 한결 쉬워지게 됩니다. “우리들의 어두운 면에 대한 명징한 상징으로서 자신들의 좋은 이름을 빌려 준 세상의 모든 늑대들에게”라는 뜻은 이야기 속에서 악역을 맡은 늑대가 기실은 우리 인간들 자신의 본성에 숨어있는 악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즉 파괴적인 본능과 포악한 욕망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와 동시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요소가 또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서 늑대는 처음에는 영리하고 자기의 목적에 걸맞게 행동하다 뒤에 가서 어린이들의 꾀에 속아 넘어갑니다. 그토록 영악한 존재인 늑대조차 자신의 욕망 때문에 어리석은 존재로 추락하게 되는 과정을 통해 에드 영은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슴 것입니다. 인간의 악마적 모습은 우리 안에 있는 것이므로 우리가 그것을 깨닫기만 한다면 스스로 조정할 수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바로 그 모습이 모든 선량한 의도까지 헤치게 되고 자기 파멸의 길로 이끌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겠지요. 그림책이란 여러 층위에서 읽힐 수 있는 것임을 입증한 작품이 바로 에드 영의 『론포포』입니다.

잠시 삽화의 구도적 기능에 대해 언급을 해야겠습니다. 사실 미술에 대해 무지한 마녀가 여러분에게 그림의 스타일이 어쩌고저쩌고하는 것이 다소 주제넘게도 느껴지지만, 『론포포』 이외에 『Mouse Match』란 작품에서도 같은 미술적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을 듯싶네요. 페리 노들먼은 에드 영이 중국 고대의 ‘판자 그림’에서 스타일과 프레임을 빌려 왔다고 하는데요, ‘판자 그림’이란 병풍을 두고 오해한 것이라는 비평가들도 있긴 합니다.

병풍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로, 2쪽, 4쪽, 8쪽 하는 식으로 폭 수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도 있고, 한 폭이 독립된 구도와 구성을 갖춘 그림이면서도 몇 폭을 잇댄 전체로도 커다란 구도 속에 종속되는데요, 에드 영은 이러한 병풍의 특성을 이야기 속 인물들의 관계 -대립과 중심 갈등- 을 표출하는데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즉 펼쳐진 화면 하나에 한 장면씩을 담아 전체로 연결하면서도 나뉜 화폭마다 독립된 구도로 연출하여, 인물들이 대립적 관계일 때는 서로 다른 세상에 속한 존재(선과 악의 대립)임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죠.

예컨대 위의 그림을 보면, 왼쪽에는 할머니로 분장한 늑대를 경계하는 세 자매가 나란히 있고, 대립하는 존재인 늑대는 매서운 눈초리로 날카로운 이를 드러낸 채 맞은 쪽 그림 속에 독립되어 존재하면서도 두 삽화는 별개의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에 처한 서로 다른 입장의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병풍의 특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이용한 작품은 에드 영의 작품 경향을 설명하는, 마녀가 여러분을 위해 펼쳐놓고 찍은 아래의 사진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중국의 장대한 역사와 웅혼한 문화를 그림책 속에서 펼치는 작가 에드 영

세상에 대한 그치지 않는 질문, 대자연에 대한 존경심, 대담하고 강렬한 디자인 감각은 에드 영의 그림책 속에 함께 녹아들어 경이의 세상을 펼쳐 보입니다. 에드 영은 중국적인 기법인 종이 오려붙이기(『The Emperor and the Kite, 1967』), 목탄과 파스텔화(『Mice and Nice, 1990』), 그림자 효과 및 실루엣의 효과적 활용(『일곱 마리 눈먼 생쥐, 1992』), 콜라주(『피노키오, 1996』, 『원숭이 왕, 2001』) 등 다양한 미술적 기법을 다양한 작품 속에서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술가로서의 그의 목표는 단순히 이야기의 영감만을 창조해내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그는 각각의 그림책에서, 그림이란 매체를 사물의 표면을 스쳐 지나가는 독자들의 시선 안쪽의 영혼에 감동을 호소하기 위한 교량으로서 충실히 봉사할 수 있도록 가장 효과적인 예술적 작업 형태와 양식을 추구하였습니다.

예컨대 1990년도 칼데콧 명예상에 빛나는 『론포포』에서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는 숨겨진 위험요소들에 불안감과 긴장감을 더해 주기 위해 파스텔과 수채물감으로 형태가 흔들리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섬세한 감각의 그림책 독자라면 삽화에서의 번진 효과 및 흔들리듯 다가오는 물상으로부터 그의 의도와 소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중국인의 후손인 그는 중국의 우화 및 민담 등을 여러 작품을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에드 영에 대한 추가적인 소개는 스칼라스틱 출판사에서 마련한 에드 영과의 인터뷰 내용을 통해 대신할까 합니다.

어떤 계기로 아이들을 위한 책에 삽화를 쓰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저는 수년간 아이들이 읽을 책의 삽화 일을 하다 점점 더 그림책에 관심므 두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동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제가 그리던 것에는 동물들이 많이 등장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좋아하는데, 아이들이 읽을 책에 동물들을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저한테는 꽤 자연스럽게 느껴졌지요.

어디에서 삽화를 위한 영감을 얻으시는지요?
저는 여러 가지로부터 영감을 얻는데 자연에서부터 특히 많이 영감을 구하게 됩니다. 스케치를 좋아해서 스케치를 위해 자주 여러 장소를 찾곤 해요. 저는 제가 읽거나 들은 적이 있던 옛 이야기들을 재구성해서 들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나 그림을 보게 되면 그림책으로 풀어내고픈 욕심이 생깁니다.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에 중국에는 얼마나 사셨나요?
10대까지는 중국에 있었습니다. 대학에 다니기 위해 미국에 왔습니다.

선생님은 중국에 계실 때 ‘빨간 망토’나 ‘중국판 신데렐라’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중국의 민담이나 우화 같은 것을 개인적으로 많이 접하고 공부하신 건가요?
둘 다 했습니다. 저는 어린 시절에 민담이나 우화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즐겼지요. 그러면서 서양에서 전해 내려온 유사한 이야기를 듣고는 점점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지요. 그런 것이 계기가 되어 우화를 제 스타일로 창조하기 위해 ‘신데렐라‘ 류의 이야기를 수집하기 위해 국회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국회도서관에서 세 종류의 신데렐라 이야기를 접했고, 가장 원본다운 것을 선정했는데, 그 이야기는 중국어로 쓰여 있었습니다. 제가 중국어를 할 줄 알아 참으로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야기를 영어로 전할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직접 쓰시거나 그리신 책 중에서 가장 좋아하시는 것은 어떤 건가요?
저는 『Mouse match』를 가장 좋아합니다. 그 책은, 진정한 가치는 다른 곳이 아닌 자기 자신 안에 있는 것이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선생님에게 영향을 주신 분은 있으신가요? 있다면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중국 화가이자 제 스승이셨던 챙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전통 중국화를 그리시는데요, 저는 미국에 건너와 그림을 배웠지만, 중국화가 서양의 그 어떤 그림들보다 더 엄격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중국에서는, 화가는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부수적인 조사 따위는 필요 없이 그림으로 표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1990년에 칼데콧 메달을 받으셨을 때 감회가 어떠셨나요?
저한테는 커다란 기회였습니다. 저는 한편으로는 흥분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더욱 많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필요를 느끼게 되었고 그 후로 더욱 자주 여행을 가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요즘은 책상에 앉아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데 시간을 덜 할애하는 편이죠.

현재 어디에 사시나요?
저는 뉴욕에 살고 있습니다. 그곳에 제 스튜디오와 집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 남아있는 제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일 년에 한 번씩은 중국에 들르죠.

자제분은 계신가요, 그리고 아이들이 작품에 반영되기도 하나요?
저에게는 딸아이가 한 명 있는데 당연히 제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아직 어린데요, 딸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작업을 하게 되곤 하더군요.

이상은 에드 영에 대한 인터뷰 내용입니다. 그럼 에드 영의 딸이 가장 좋아한다는 에드 영의 작품 『일곱 마리 눈먼 생쥐』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요?

현명한 생쥐들?

“간접적 체험이 지식은 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비로소 그 지식은 지혜가 된다.” 어때요? 마녀가 불혹이 되기까지의 인생을 통해 느낀 점이에요. 불현듯 왜 갑자기 교훈을 꺼내는지 아직 어리둥절하시겠지만, 이제부터 이 마녀가 전하는 그림책 『일곱 마리 눈먼 생쥐』의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왜 어줍지 않은 말을 불쑥 꺼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거예요.

검은 배경의 아래 부분에서 위쪽을 향해 활처럼 휜 빨간 줄이 하나 보입니다. 책의 표지를 넘긴 첫 장의 그림입니다. 또 한 장을 넘기면 제목 밑으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노랑, 그리고 흰색이 앞의 그림과 같이 한결같이 위를 향? 유연하게 ‘휘익’ 뻗어있어요. 아직까지는 무엇인지 짐작하긴 이릅니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어느 날, 일곱 마리 눈먼 생쥐가 연못가에서 아주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게 뭐지?” 생쥐들은 몹시 궁금해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앞장에서와 마찬가지로 활같이 휜 선이 위치만 바뀐 채 고스란히 그려져 있습니다. 독자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마치 이야기에서 생쥐들이 몹시 궁금해 하며 “이게 뭐지?”라고 갸우뚱한 채 집으로 돌아간 것처럼, 호기심으로 다음 장을 넘기게 됩니다.


흠… 그렇다면 여섯 마리 생쥐가 부분적으로 살펴본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여섯 마리 생쥐는 각자가 다른 부분을 보고 확신에 찬 주장을 했기에, 이제 그림책을 읽는 독자는 잠시 조바심을 가라앉히고 생쥐들이 전해 준 정보의 조각들을 짜맞춰 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책 속의 하얀 생쥐처럼 아무런 선입견을 갖지 않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관찰을 시도해야 합니다. 하얀 생쥐는 이쪽저쪽을 살피고 아래를 보고 위를 보고 한참을 관찰한 후에야 “아하, 이제 알았다!”라고 말합니다.

여섯 마리의 생쥐들이 본 것은 그들이 경험한 일부에 한해서는 충실한 묘사이자 한 치의 거짓도 아니지만, 어디까지나 부분에 불과한 진실일 뿐, 총체적 진실은 사물의 모든 면을 고찰한 후에야 간신히 얻어지는 것이니까, “아하, 이제 알았다!”에서 ‘이제’라는 부사어에는 강조점을 찍어두어야 할 듯합니다.

책에서는 “전체를 말하자면 코끼리야”라고 하얀 생쥐가 알려줍니다. 그렇지요. 독자들에게 각각의 생쥐들이 부분적으로 전한 정보는 코끼리를 묘사하고 기술하는 정보의 조각들이었습니다. 색색의 여섯 마리 생쥐 어느 누구도 좀 더 신중하게 전체를 보려 하지 않고, 서둘러 자신의 본 것이(경험한 것이) 전부인 양 목소리를 높여 주장했던 것이죠.

에드 영은 하얀 생쥐의 입을 통해 귀한 교훈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분만 알고서도 아는 척할 수는 있지만 참된 지혜는 전체를 보는 데서 나온다.”

그런데 이 그림책은 교훈을 전달하기 위해 삽화가 이야기에 종속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림 자체만으로도 독특한 매력을 풍기고 있습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검정 바탕 위에 강렬한 원색을 띠고 있되 평면적 캐릭터로 묘사된 생쥐들과 생쥐들의 관찰대상이 되고 있는 콜라주를 통해 입체성을 갖게 된 코끼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 다른 미술적 표현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녀는 이 점에 대해서, 평면적 캐릭터로 부분만을 보고 전체의 것으로 성급히 판단해 버린 여섯 색깔의 생쥐들의 단순성을 표현하기 위해 작고도 강렬한 원색을 작가가 사용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하게 되네요. 그에 비해 작은 동물들인 생쥐들의 호기심의 대상인 코끼리는 7개의 시선에서 관찰되어야 하기 때문에 입체성이 있어야겠지요.

에드 영은 이 그림책을 통해 칼데콧 아너상을 받게 되었는데요, 그림책이 전달하는 메시지와 그에 적합한 미술적 표현 양식이 구현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성과처럼 느껴집니다. 다시 교훈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 마녀가 여러분께 드리고 싶었던 말, “간접적 체험이 지식은 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 비로소 그 지식은 지혜가 된다.” 어떠세요?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보고 싶지 않으신지요?

로디와 제트가 만나기까지

강아지를 기르고 싶어 하는 아이, 로디와 좋은 주인을 찾던 강아지 제트가 만나게 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다룬 그림책 『내가 찾던 바로 그 강아지/내가 찾던 바로 그 아이』는 꼬마 로디와 강아지 제트, 두 화자의 이야기가 대응을 이루면서 책의 앞과 뒤에서 시작됩니다. 로디는 강아지를 키우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고양이를, 아빠는 거북이를, 고모는 카나리아를, 삼촌은 토끼를 권합니다. 로디가 원하는 것은 같이 뛰어놀고 침대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강아지인데 말이죠. 한편, 강아지 제트는 자기를 맡아줄 아이를 찾습니다. 첫 번째 주인한테는 매를 맞고 두 번째 주인은 늘 제트를 묶어두고 세 번째 만남으로 알게 된 꼬마 아이들은 제트를 어릿광대 취급합니다.

로디가 화자로 등장하는 이야기 속에서는 검은 바탕 위에 단순화된 형상을 오려붙인 듯한 느낌의 삽화를 그렸다면, 강아지 제트가 화자로 등장하는 이야기 속의 배경으로 쓰인 알록달록한 원색 위로는 오려붙인 강아지 제트와 제트가 만난 인물들의 형체만이 있습니다. 단순한 모양으로 두 주인공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지만, 마치 그림자극에 쓰이는 종이 인형 같은 느낌을 전달해 주는 삽화 속 주인공들은 역시 그림자극의 배경이 되어주는 간결한 무대 위에 올라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에드 영이 이 그림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를 편리하게 얇은 표면 층위에서 보면 어린 아이와 강아지의 만남으로 단순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결혼에 도움을 준 로봇과 제넥타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쓴 헌사는 왠지 조금 깊어진 내면의 층위에서 이 그림책을 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는 듯합니다. 물론 이 그림책의 글을 쓴 저자는 도리시어 시버란 분이지만, 그분의 이야기 위에 입혀진 그림들에 나름의 목적이 있다는 전제하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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