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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날엔 이런 자극이 필요하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누군가의 서재를 엿보는 걸 좋아한다는 것! 둘째, 책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듣는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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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첫째, 누군가의 서재를 엿보는 걸 좋아한다는 것! 둘째, 책에 관한 에피소드들을 듣는데 시간을 아까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책을 말하는 책들, 즉 책에 관한 산문집이나 서재를 이야기하는 작품이 등장하면 망설이지 않는다.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하지 않는다. ‘책’이라는 기치 아래 모인 이야기는 그것만의 동질감을 형성해주면서 미묘한 자극제가 되기에 주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와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는 어떨까? 명실상부하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두 작품은 애서가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으로 꽉 차 있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이유는? 다치바나 다카시처럼 책 이야기를 화끈하게 펼쳐놓는 이도, 앤 패디먼처럼 귀엽게 들려주는 이도 없기 때문이다.

미쳐야 미친다!
‘불광불급’이라고 했던가? 다치바나 다카시를 보고 있노라면 정민의 책 제목이 떠오른다. 바로, 미쳐야 미친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스스로 털어놓기를 지적 호기심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라고 한다. 그러니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단순히 읽기만 하는가? 엄청나게 읽는다. 작은 건물 하나가 책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다독가다. ‘책벌레’라는 별명은 이 남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그렇다면 다독가는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제목만 놓고 본다면 일종의 에세이나 독후감 같은 성격의 책으로 생각하게 된다. 한동안 유행했던, 20대에 읽었던 책 혹은 인생을 좌우한 책 같은 시리즈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의 다른 작품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이와 같은 것이 엄청난 착각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왜 그런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싱숭생숭한 이야기를 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잠깐 책 속을 들여다보자. 첫 번째로 눈에 띄는 것은 독서편력이다. 이것들은 상당히 논란을 일으킬 만 한데, 이유인즉 고전을 공격(?)하는 것도 있고, 소설보다 비소설에 대한 확고한 예찬도 있기 때문이다. 욕(?)먹을 말들이 넘치고 있다. 분명히 다독가도 이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그럼에도 그는 멈추지 않는다. 기어코 ‘나만의 독서편력’을 공개하고 말겠다는 의지와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는 확신이 엿보인다.

아마 다른 사람이 이런 의지를 보이고 그것을 확신한다면 논란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다치바나 다카시는 예외다. 왜? 그는 책을 보았고, 그것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가 책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도 ‘주체적’으로 책을 소화해 냈기에 가능한 것이다. 읽어보지도 않고 고전을 칭찬하는 것, 마찬가지로 책을 펼쳐본 적도 없으면서 ‘20대에 읽어야 할 책 100개’의 목록을 외우고 그것을 찬양하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훌륭한 것인가. 더욱이 이 화끈한 솔직함이란!

게다가 다치바나 다카시는 책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가령 주제 하나에 대해 공부를 한다면 책 한권 달랑 보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20-30권의 책을 살펴보며 공부한다. 책 또한 누군가의 ‘생각’임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어떤 결과가 있는지를 알기에 스스로 만든 경계법이다!

매력적인 사실은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책을 구입하는 것에 대한 생각이 있다. 그는 책을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에서 말했듯이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정보를 다른 방법을 통해 입수하려면 그 몇 십 배, 몇 백 배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것은 어떤가? 그는 편식을 경계한다. 성장을 하고 싶을 때, 한 장르만 읽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내용들은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의 일캺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느껴지지 않는가? 왜 이 책이 애서가들 사이의 바이블이 됐는지를? 그렇다. 미쳐서 미친 경지, 그것이 있기 때문이다.

서재를 결혼시킨다면 책 배치는 어떻게 하지?
‘당신’이 누군가의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그 사람도 ‘당신’만큼 책을 사랑한다. 마찬가지로 소장하고 있는 책도 어마어마하다. 일단 그 사실에 기뻐할 만한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그렇지만도 않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재밌는 상상을 한번 해보자.

만약 ‘당신’이 귀한 소설 초판을 갖고 있는데 배우자의 것은 3판이다. 일반적인 가치로는 초판이 앞선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그 소설을 두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배우자의 것이 사인본이라면? 그럼 어떻게 할까? 두 개를 사이좋게 꽂아둘까? 이게 한 권이면 답이 쉽게 나온다. 그런데 개수가 엄청나다면?

이런 경우는 어떨까. ‘당신’은 이문열의 『삼국지』를 좋아해서 가장 손쉽게 뽑을 수 있는 자리에 그 책을 두고 싶어 한다. 그런데 배우자는 황석영의 『삼국지』를 좋아해서 그 자리에 이것을 두기 원한다. 그렇다면 어느 ‘삼국지’를 그 자리에 둬야 할까? 다른 경우도 있다. ‘당신’은 소설을 국적별로 분류하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배우자’는 감동받은 순서대로 정리한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앤 패디먼의 『서재 결혼 시키기』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것과 분위기가 정반대다. 책 이야기인지 일상사인지 구분이 안 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인데 이것이 바로 『서재 결혼 시키기』만의 매력 중에 매력이다. 독서를 이벤트로, 혹은 취미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재 결혼 시키기』는 앤 패디먼 개인의 이야기로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더욱 맛깔스럽다. 이른바 ‘서재 결혼 시키기’는 어떤가. 취향이 다른 배우자와 책을 어떻게 분류하고, 배치할 것인지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느 이야기보다 매력적이다. 또한 가족 모두가 오타 찾기에 열을 올리는 것, 호텔에서 아이가 책의 장면을 따라하는 것 등도 마찬가지다. 책을 생활의 일부분으로 생각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묻어나 있다. 그러니 『서재 결혼 시키기』도 경지에 미칠 수밖에 없다. 또 하나의 바이블로서!

무더운 여름날을 위한 자극!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책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하는 걸까? 혹시 경험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 아니면 ‘다름’을 통해 길을 찾아보려는 건 아닐까? 또는 걸어갈 길을 가늠하게 해준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이유는 무엇이든 좋다. 어쨌거나 책 이야기만큼 책 좋아하는 ‘당신’을 자극하는 녀석이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일 테니까.

본격적인 여름철, 시간마저 지쳐버리는 더위 속에서 일상마저 흐물흐물해진다. 축 처지는 몸만큼이나 책을 바라보는 시선도 늘어지고 말 터! 그러니 자극을 준비해놓자. 이 자극이 있다면 도끼 썩는 줄 모르고 신선놀음하듯 책의 즐거움에 푹 빠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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