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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남’들의 반란! - 『플라이, 대디, 플라이』 & 『전차남』

텔레비전에서는 럭셔리하고 잘 생긴, 용감무쌍한 남자가 아니면 설 자리가 없다. 이 세상 절대다수와 닮은 ‘소심남’들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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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는 럭셔리하고 잘 생긴, 용감무쌍한 남자가 아니면 설 자리가 없다. 이 세상 절대다수와 닮은 ‘소심남’들은 어떤가? 우스꽝스럽거나 눈에 띄는 재주가 있으면 조연이라도 꿰찰 수 있지만 평범한 소심남은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게 대부분이다. 물론 이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소심남은 정말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고는 어느새 글자들 사이로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두 명, 너무 소심해서 답답한 두 남자는 글자들 속으로 사라지길 거부했다. 오히려 소설의 전면에 등장하더니 자신들의 세상을 선언했다. 그들은 누구인가?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소심한 아빠 ‘스즈키 하지메’와 『전차남』의 순둥이 ‘전차남’이 그 주인공이다.

스즈키 하지메는 딸이 깡패 같은 복싱 선수에게 폭행을 당했는데도 복수는커녕 눈 한 번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전차남은 어떤가? 본의 아니게 취한(醉漢)의 소동을 잠재운 덕분에 아름다운 여인과 인연을 맺게 됐는데 인연을 어떻게 이어나갈지 알지 못한다. 혼자 가슴앓이만 할 뿐이다. ‘전화해볼까?’ 하다가도 ‘당연히 안 되겠지’ 하는 지레짐작으로 그녀를 포기하려 한다.

이렇듯 이들은 정말 소심하다. 보는 사람의 속이 뒤집힐 정도다. 하지만 하늘의 뜻인지 이들에게도 기회가 찾아온다. 하늘로 한 번 뛰어오를 일생일대의 기회가!

평범한 아빠, 친구들의 도움으로 파이터를 꿈꾸다!

스스로 생각해도 창피한 모습을 보여준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아빠는 도저히 복싱 선수를 용서할 수 없기에 칼을 든다. 그리고 녀석이 있는 학교로 찾아간다. 하지만 상대는 전도유망한 복싱 선수!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살던 아빠가 녀석을 제압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아빠는 길을 나섰는데 창피하게도 아빠는 녀석의 학교도 제대로 찾지 못해 다른 학교로 가게 된다. 게다가 그곳의 엉뚱한 고등학생들에게 한 번에 당하고 마는 민망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아빠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창피함을 넘어서 살아가는 것에 자괴감이 들 정도다. 그래서일까? 자신을 제압한 녀석들이 무슨 일로 그렇게 어설프게 칼을 갖고 다니느냐고 묻자 순순히 자신의 속사정을 털어놓는다. 그런데 이게 기회였다. 녀석들, 그중에서도 재일교포 박순신이 아빠의 코치가 되기로 한다. 무슨 코치? 복싱 선수와 정식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아빠가 파이터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는 코치다!

아빠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코치에게 인사를 하고 회사에 휴가를 신청한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한다. 그러나 초심과 달리 아빠는 금방이라도 포기하고 싶어진다. 공포의 외인구단도 손사래를 칠 정도로 지옥훈련을 받는다는 것, 그것은 무거워진 몸으로 살던 아빠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빠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이 아니라면 평생 딸에게 미안한 아빠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빠는 미친 듯이 훈련을 한다. 보는 사람이 오싹해질 정도로.

노하우가 없으면 어때? 누리꾼들이 있잖아!

만나고 싶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모르는 전차남에게는 어떤 기회가 올까? 전차남은 평소 자신이 이용하던 남성 전용 사이트에 자신의 경험담을 올린다. 그런데 난리가 난다. 누리꾼들이 당장 전화하라고 성화를 내는 것이다! 전차남은 자신도 그러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누리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도와주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노하우를 알려주는 것이다!

덕분에 전차남은 그녀에게 전화를 하고 만날 약속을 정하게 된다. 하지만 전차남, 또다시 소심해진다. 어디서 만나고, 만나서 뭘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인가?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도 모른다. 전차남은 이제껏 데이트라고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왕소심남’이 될 수밖에 없다. 전차남은 인터넷에 또다시 고백한다. 자신이 없다고….

그러자 누꺸꾼들이 다시 한 번 나선다. 옷은 어디서 사고, 머리는 어떻게 하고, 어디를 가면 좋은지 등등 데이트에 필요한 정보를 몽땅 알려주는데 그 정성이 하늘마저 감동시킬 정도다. 인터넷과 누리꾼들 덕분에 전차남에게는 거칠 것이 없다. 진심만 있다면 나머지는 누리꾼들이 알아서 도와주는데 무엇을 걱정하랴. 그렇게 하여 전차남은 다시 태어나고 사랑을 향해 적극적으로 달려 나가게 된다.

그들의 반란, 소심남들을 감동시키다!

멋진 남자들이 주름잡던 세계에서 스즈키 하지메와 전차남의 등장은 의외였다. 이토록 소심한 이들이 무얼 할 수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원하는 바를 이뤘고 그것으로 진한 감동을 만들어줬다.

사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전차남』의 줄거리 자체는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반짝할 뿐 눈을 사로잡을 정도는 아닌데 이유인즉 ‘딸을 위한 복수’와 ‘사랑 만들어가기’라는 주제가 평범하기도 하거니와 내용을 다루는 방식도 그다지 새롭지는 않기에 그렇다. 그러니 줄거리만 본다면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들은 놀랍게도 감동을 만들어낸다. 주인공들, 작품을 보는 수많은 소심남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들의 변신이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아빠는 ‘아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지닌 인물이다. 친숙해도 너무 친숙한지라 내용이 뻔히 보여도 박수치고 싶어진다. 『전차남』의 주인공은 어떤가? 소심남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는 그는 소심한 독자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러니 굴곡 하나하나가 신경을 자극할 수밖에 없고 성취 하나하나가 남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플라이, 대디, 플라이』『전차남』, 이 땅을 지키는 소심한 사람들을 위한 멋진 선물이다. 진한 감동을 예약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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