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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아테네로, 가는 거야! - 『살라미스 해전』 &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이 책들은 이것이 아니면 엿볼 수 없는 세계를 알려주는 열쇠이니 그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전쟁을 통해 고대 아테네를 엿보는 기회가 되는 『살라미스 해전』과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이 책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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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학자 최한기는 책값이 비싸다고 푸념하던 지인에게 “책을 지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천 리라도 불구하고 찾아가야 하지만, 지금 이 책으로 나는 아무 수고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그를 만날 수 있으니, 식량을 싸가지고 먼 여행을 떠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확한 지적이다. 요즘 책값이 비싸다고 푸념하는 이들 이 많지만, 책에서 얻는 이로움을 곰곰이 따져본다면 그것을 어찌 불평하겠는가.

뜬금없이 최한기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은 이번에 살펴볼 책들이 비교적 가격이 비싸다고 말해지기 때문이다. 허나 최한기의 말처럼 어찌 그것을 불평할까? 이 책들은 이것이 아니면 엿볼 수 없는 세계를 알려주는 열쇠이니 그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다. 전쟁을 통해 고대 아테네를 엿보는 기회가 되는 『살라미스 해전』『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이 책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테네 연합군, 성숙한 정신으로 대국을 무너뜨리다!

세계사 교과서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전쟁이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페르시아 전쟁’이고 두 번째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이다. 페르시아 전쟁은 아테네 도시들이 연합을 이뤄 대국 중의 대국 페르시아와 싸워 승리한 전쟁을 일컫고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세력이 격돌한 전쟁을 일컫는다.

흥미롭게도 두 전쟁은 서로 이어지고 있다. 무슨 뜻일까? 먼저 페르시아 전쟁의 극적인 장면을 보여주는 『살라미스 해전』을 보자. 아테네 도시에는 오늘날 민주주의의 기초라고 불리는 의식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기독교 정신과 함께 서양 문명의 근간을 이룬다는 아테네 문명이 꽃을 피우려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무슨 우연인지 바로 코앞에 강대국 페르시아가 있었다. 페르시아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영향력을 지닌 세계의 패자 중 하나였다. 그런 페르시아는 아테네를 호시탐탐 노리고 마침내 군대를 동원해 아테네를 향해 돌격한다. 페르시아의 돌격은 곧 아테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된다.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동맹을 맺어 굳건하게 조상들의 땅을 지키자고 결의하지만 아테네 연합군은 계속 밀리고 마침내 살라미스까지 퇴각하기에 이른다.

아테네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지고 누가 봐도 페르시아의 승리를 점칠 수 있을 정도로 승패는 기울어졌다. 그러나 아테네군은 포기하지 않는다. 지형과 상대의 허실을 이용한 명장들의 뛰어난 책략도 있었거니와 군사 개개인이 ‘나라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싸움에 임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페르시아는 절대왕권 체제로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보다 ‘왕에게 왜나라 함대를 무찌르듯 아테네군은 병력의 열세를 딛고 페르시아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다.

배리 스트라우스는 이 전쟁을 ‘세계의 역사를 바꾼 전쟁’의 하나라고 평가하며 직접 그곳에서 배를 저어보고 지형을 살펴본 뒤에 『살라미스 해전』을 내놓았다. 덕분에 그 시대 아테네와 페르시아의 대결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기회는 물론이고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정신’이 ‘물질’을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확인시켜줬는데 그 과정을 하나의 영화처럼 멋들어지게 그려냈다. 읽을수록 빠져든다고 해야 할까? 작품의 흡인력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눈을 뗄 수 없다’는 수식어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놀랍다. 빠른 장면 전환과 소설적인 구성으로 『살라미스 해전』은 유쾌하고도 신명나게 고대 사회로의 초대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제국이 된 아테네 도시들, 멸망의 전쟁을 일으키다

그런데 『살라미스 해전』의 말미에서 지은이는 미묘한 대목을 남겨놓았다. 페르시아를 꺽은 아테네가 페르시아를 닮아간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뜻할까? 몡살라미스 해전』은 환상적인 전쟁 이야기로 충분히 끝맺음 할 수 있었지만 굳이 ‘제국적 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언급해 궁금증을 자아낸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그 답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얻을 수 있다. 『살라미스 해전』에 나와 있듯이 페르시아라는 공동의 적이 사라진 아테네 연합군은 다시 뿔뿔이 흩어진다. 동시에 잊혀졌던 갈등이 다시 불거지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반목이었다.

이들은 페르시아를 상대로 승리한 뒤 강력한 국가로 변모했는데 특히 아테네가 그랬다. 강해진 아테네는 욕심을 품는다. ‘제국주의’적 색채를 띄게 된 것이다. 민주주의적인 가치를 지닌 아테네였지만, 그것은 배타적이었고 또한 세계가 아니라 자신들만을 위한 논리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테네는 일대의 도시 국가들에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을 적용하면서 점차 세력을 넓혀나간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는 법. 결국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자신들의 동맹국가와 함께 상대의 가슴을 향해 창을 든다. 승자는 누구일까? 해군이 강성한 아네테와 육군이 강성한 스파르타의 싸움은 아테네가 승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최종 승자는 스파르타였다. 이유를 뽑자면 정신력의 쇠퇴라고 할 수 있다. 참으로 놀랍게도 아테네인들은 『살라미스 해전』에서 보여준 정신력을 잊고 되레 페르시아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결국 전쟁을 기점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스파르타 등 승전국들은 마찬가지. 새로운 물결 앞에서 과거의 행태를 반복한 이들은 빠르게 멸망하게 된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어렵지만 그만큼의 재미가 있다

이 과정을 쫓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살라미스 해전』에 비해서 대단히 읽기가 어렵다. 읽기가 어렵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살라미스 해전』이 영화처럼 생생한 묘사와 소설적인 구성으로 흥을 돋우는데 반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논문이나 학술서처럼 무미건조하게 장면들을 쫓는다.

현미경으로 그 시대 곳곳을 확대해본다고 해야 할까? 쉽사리 흥을 붙이기가 어려우며 사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들까지 언급하다보니 『살라미스 해전』에 비할 수 없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더군다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두 권이다. 때문에 『살라미스 해전』을 접한 뒤에 읽는다면 처음부터 쉽게 정을 주기가 어려울 게다. 하지만 참고 참으며 길을 따르다보면 『살라미스 해전』과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살라미스 해전』은 언급했듯이 소설적인 구성을 취한 덕분에 독자가 지은이의 생각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양쪽 모두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있기 때문에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넓다. 또한 그것은 독특한 재미를 만끽하게 해준다. 바로 냉전시대를 엿보는 즐거움이다.

상상해보자.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전쟁을 벌이기 전, 그리고 전쟁을 벌이는 때는 과거 소련과 미국이 대립했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공작, 음모 등 다양한 계략들이 등장하며 서로의 세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데 투키디데스의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글 덕분에 이러한 모습을 확실하게 감상할 수가 있다. 『살라미스 해전』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고대 아테네로 떠나는 여행, 어찌 멀리할 쏘냐?

『살라미스 해전』『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이렇듯 독특한 방식으로 우리를 고대 아테네로 초대하고 있다. 어떤 초대에 응할 것인가? 이 질문은 의미가 없다. 초대에 모두 응해야만 즐거움은 완성이 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마음가짐이다. 자, 『살라미스 해전』을 방문할 때는 캐주얼 차림으로 영화를 보러 가듯 부담 없이 준비하자. 그러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방문할 때는 긴장하시라. 연구원 복장으로 현미경 잡을 준비를 해야 할 테니까.

여하튼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떠랴. 타임머신이 발명되지 않는 이상 절대 겪을 수 없는 장면들을 확실하게 체험시켜주는데. 더군다나 그것을 이토록 싼(?) 값에 맛보게 해주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까. 그러니 준비하자. 고대 아테네로 향한 발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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