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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특별한 미래책- 『가상역사 21세기』VS 『미래』

그런데 어쩐 일인가. 소위 ‘미래책’들은 계속 등장하고 상당한 주목을 받는다.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할지라도 인간은 내일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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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미래 예측이 계속되는 이유?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박영숙은 『미래예측리포트』에서 1997년 ‘2010 글로벌 트렌드 리포트’가 미래의 다양한 모습을 예측했지만 아시아의 경제 위기를 예측하지 못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는데, 이러한 사실은 비단 ‘2010 글로벌 트렌드 리포트’만의 것은 아니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온갖 보고서들이 어처구니없는 오류를 보여준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그 탓에 비웃음을 사는 것도 새삼스럽지 않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소위 ‘미래책’들은 계속 등장하고 상당한 주목을 받는다.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할지라도 인간은 내일을 알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인간이 가장 궁금해 하는 영역 중 으뜸이 ‘미래’다. 때문에 미래를 말한다는 전망과 미래상을 제시하는 이야기들은 오늘도 정보 세계의 한복판을 자리 잡고 있다.

『가상역사 21세기』『미래』도 그 한가운데서 발견할 수 있는 미래책이다. 성격 탓에 응당 비웃음의 대상이 될 법 하지만, 이 두 권은 예외로 해야 할 터이다. 독특한 ‘비결’ 덕분에 이들은 어처구니없음과 비웃음을 비껴 설 수 있는 튼튼한 토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특별한 미래책으로 그들만의 위력을 발휘했으니 어찌 비웃을 수 있으랴.

22세기에 21세기를 돌아본다?

『가상역사 21세기』는 설정이 파격적이다. 대부분의 미래책들이 오늘에 서서 내일을 예측하는데 반해 이 책은 내일모레에서 내일을 돌아본다는 기발한 발상으로 구성돼 있다. 즉 22세기에 21세기를 돌아보는, 제목 그대로 ‘가상 역사’인 셈이다.

책 속을 들여다보자. 『가상역사 21세기』에 따르면 2011년 최초의 복제인간이 탄생하고 2018년에는 에이즈 바이러스 백신이 개발된다. 나아가 2028년에는 우주호텔이 등장하고 2031년에는 세계 인구가 100억을 돌파, 2037년에는 중국과 대만이 합병된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강대국으로 부상하던 중국이 2050년에는 미국을 대신해 세계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한국에 대한 예측도 있다. 21세기말에 이르면 ‘한국의 GNP와 생활수준이 일본을 추월’한다는 것이 예측의 핵심이다.

이것만 본다면 『가상역사 21세기』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미래책이다. 때문에 비웃음을 당해도 할 말이 없다. 생각해보라. 정말 시애틀에 지진이 일어나고 인도와 파키스탄이 무력충돌을 할 것인가? 이것들은 누구도 말할 수 없는 민감한 문제인데 『가상역사 21세기』는 과감하게 ‘예/아니오’로 말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은 공상만화에서도 다뤄주지 않을,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당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것으로 『가상역사 21세기』를 평가한다면 그것은 외모만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과 같다. 무슨 뜻일까? 『가상역사 21세기』는 ‘인간의 힘’을 믿는 미래책이다. 즉, 극단적이라고 할 수 있는 저 예측들을 가능케 하는 것이나 피할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인간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역사상 최고조의 갈등을 보이는 빈부 격차나 전쟁과 같은 인재 등이 몇 년도에 언제 일어날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상역사 21세기』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것을 언급하는 것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가상역사 21세기』의 한 장면을 보자. 랑거라는 부잣집 아들이 있다. 세계의 절망 따위에는 ‘무관심’한 인물이다. 그런 랑거를 ‘함께하는 세계’로 끌어들인 것은 루디라는 청년이다. 루디는 어떻게 랑거를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직접 들어보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힘도 없을까요? 정말 그럴까요? 상황을 변화시킬 능력이 없다고 회의에 빠질 때마다 나는 20세기의 위대한 과학자 마거린 미드가 한 말을 상기합니다. ‘소수의 헌신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결코 의심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세상을 바꾼 것은 그들이었어요.”」

-가상역사 21세기, 루디의 말 中-


루디의 이 말은 『가상역사 21세기』의 의도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이 말은 『가상역사 21세기』의 진가를 눈치 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한다. 바꿀 수 있다는 인간의 힘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순수하지만 간절한 몽상적인 발상을.

미래에 인간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가상역사 21세기』에 비하면 『미래』는 현실적이다. 『미래』는 교육, 직업, 생활방식, 로봇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를 예측하지만 대략적인 생활상을 제시할 따름이다. 때문에 『가상역사 21세기』의 외모처럼 화려하지 못해 눈길을 사로잡지는 않는다. 유비쿼터스 시대를 토대로 인공지능로봇들의 도움을 받는 먼 훗날을 예상하는 『미래』는 굳이 비교하면 우직하다고 할 수 있을 테다.

책 속을 들여다보자. 『미래』에 따르면 미래에는 집 밖으로 나갈 일이 없다. 인공지능 덕분에 구태여 나가지 않고도 집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운동은 물론이고 소풍이나 인간들과 맺는 관계 또한 그렇다. 기술의 발전 덕분에 방 안에서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는 세상이, 인간들이 그렇게 꿈꿨던 여가로 가득한 세상이 바로 미래인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장 좋은 생활태도를 추구하려는 그 시대에는, 인간들이 모두 비슷해진다는 것이다. 『미래』는 미래책으로는 드물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살고 있는 집과 옆집, 나아가 이 동네와 이 사회의 인간들이 모두 비슷한 생활을 할 때 인간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인간이 인간보다 기계를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럴 때에 인간이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또한 인간이 ‘인간답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책은 후반부에 이르러 매서운 질문들을 던진다. 중반부까지 흥미롭게 미래 사회를 엿보던 구경꾼은 갑작스러운 질문 세례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미래책들이 질문이 아니라 답을 내놓기에 급급했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당황스러운 감정은 배가 된다. 하지만 당황스러움을 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이 질문이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을 테니까.

미래,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의 준비를

『미래』에서 묻는 것은 『가상역사 21세기』가 말하는 인간의 힘을 가능케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막연한 희망보다는 냉철하고 치열하게, 『가상역사 21세기』에서 언급한 그것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가상역사 21세기』를 몽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미래』를 현실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점과 달리 『가상역사 21세기』『미래』에는 특이할 만한 공통점도 있다. 이들이 물질이 아니라 정신의 영역에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이다. 두 권의 책에는 미래책들의 필수요소인 ‘미래예측통계’들은 부족하다. 하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그것들이 범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끄집어냈다. 예측되는 미래에 맞춰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가는 당사자로서 고민해야 할 문제들을 알려준 것이다.

5년 뒤, 10년 뒤 경제상황을 알려준다는 미래책들이 있다. 사회에서 어떤 직업이 뜨고 어떤 공부를 해야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지를 알려주는 미래책들도 있다. 그것에 비하면 두 권의 책은 당장 이용할 데가 없다. 5년 동안의 경제성장률이나 전도유망한 직업으로 부상할 일거리 같은 건 없으니 그렇게 말할 수밖에.

그렇다고 해서 『가상역사 21세기』『미래』를 뒤로 제쳐둬야 할까? 아니다. 자신을 당사자로 만들어주는데 어찌 그것을 버려둘 수 있겠는가. 미래책들이 무의미하다고 평가받는 사이에도 ‘영원성’의 가치를 지닐 이 책들을 제쳐두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니 질문을 받아보는 것이 어떤가? 인간의 힘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인간의 의미를. 당장 쓸모는 없을지언정 미래에는 무엇보다 쓸모가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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