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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몽상가의 위대한 삶, 『존 레논의 이매진』

다큐멘터리 감독 앤드류 솔트가 존 레논의 미망인 오노 요코의 협조를 얻은 제작자 데이비드 L 볼퍼의 의뢰로 제작한 <존 레논의 이메진>은 故 존 레논의 삶을 압축하는 동시에 그의 음악가로서의 성취와 느낌을 동시에 담아내려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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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몽상가의 위대한 삶


1980년, 12월 8일,22시 50분

이 날짜는 존 레논이 마크 데이빗 채프먼에게 살해당한 날과 일치한다.

하지만 나에겐 이 우연의 일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나에게 중요한 사실은 그 날, 그 시각에 그녀가 태어났다는 것 뿐이다.

그녀의 이름은 릴리 슈슈.


이와이 슈운지의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첫 장면에서...


■ 릴리 슈슈와 존 레논

이와이 슈운지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14살의 아이들은 (영화 속 가상의 아이돌 스타) 릴리 슈슈의 음악을 들으며 한없이 고통스럽지만 처연히 아름다운 14살의 삶을 돌파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위의 자막은 현재의 14살들에게 '릴리 슈슈'라는 가상의 아이돌이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존 레논'과 같은 의미임을 설명한다.

DVD 시장이 더 이상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시장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작품들이 결국 사장되고 마는 상황이다. 아직도 국내에는 비디오 시절에 만날 수 있었던 많은 작품들을 DVD로 만날 수 없다. 더구나 DVD에는 본편 외에도 감상자의 감상을 도울 수 있는 여러 가지 자료들을수록할 수 있어서 극 영화 외에도 교육용 다큐멘터리나 음악, 스포츠 분야의 다큐멘터리 등에도 적절한 매체이기에, 상대적으로 시장성이 적은 이들 작품들이 많이 등장하지 못하는 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존 레논의 이메진>은 그런 상황 속에서도 간혹 만날 수 있는 질 높은 뮤직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앤드류 솔트가 존 레논의 미망인 오노 요코의 협조를 얻은 제작자 데이비드 L 볼퍼의 의뢰로 제작한 <존 레논의 이메진>은 故 존 레논의 삶을 압축하는 동시에 그의 음악가로서의 성취와 느낌을 동시에 담아내려한 작품이다.




■ 몽상가, 존 레논

존 레논은 물론 위대한 아티스트이지만, 조용히 자신의 예술 세계에 집중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레논은 비틀즈 시절부터 끊임없는 크고 작은 스캔들을 만들어 냈다.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비틀즈 시절에는 '비틀즈는 예수 그리스도보다 유명하다'라고 언급해 KKK단의 위협을 받기도 했으며, 요코와의 실험적인 앨범 [Too Virgins]의 자켓에는 자신들의 전라 사진을 앨범의 앞뒤 커버로 장식하며 격렬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해 여왕에게 받은 훈장을 반납했고 'War is Over'라는 반전 구호를 담아 보드빌 광고를 자비로 게재했으며 마리화나 흡입 사건으로 인해 미국 입국이 거부됐고 FBI의 블랙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존 레논의 이메진>은 인간적이지만 혼란스럽기도 하고 격렬하기도 한 존 레논의 삶을 차분하게 담아내고 있다.

존 레논은 반전 운동에 참여하고 급진주의에 경도되었지만, 일관된 진보주의자나 행동가는 아니었다. 그는 누구보다 사랑에 탐닉하고 때로는 방탕했으며 모순된 행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레논을 결코 미화하지 않는다. 다행히 레논은 요코와의 침대 장면을 포함한 200시간 분량의 영상 자료를 남겼고, 요코의 협조로, 이 자료들을 모두 사용할 수 있었다.

영화는 1971년 영국 애스컷에 있던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티튼허스트 저택에서 영화의 타이틀이기도 한 앨범 [imagine]을 작업하던 시점을 기점으로, 성장 과정으로부터 비틀즈 시절까지를 플래시백의 형태로, 그 이후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려나가고 있다. 특히 이 영화는 100 시간이 넘는 존 레논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그의 목소리를 나레이션 삼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인 사실을 따라가기 보다는 존 레논의 삶과 생각을 담아내는데 이 영화가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레논은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의 첫 머리에 올라있는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앨범의 녹음 당시의 (약물에 의한) 환각적 경험이 실재와 같았다는 토로하기도 하고 그의 반려자 오노 요코와의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과정이나 73년 요코와의 2년간의 결별 후 방탕한 생활에 대한 언급 등 자신의 삶과 음악 그리고 사랑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려준다. 물론 부족한 부분들은 미망인인 오노 요코와 아들들인 줄리안 레논과 숀 레논, 전 부인인 신시아 레논과 그의 지인들의 목소리를 빌었다.



■ 존 레논 바로잡기 ?

사실 <존 레논의 이메진>은 레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나 6,70년대의 서구 사회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리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그렇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 작품의 나레이션이 앞서 밝힌 것처럼 존 레논의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이기 때문이다. 제 3자의 목소리였다면, 좀 더 사실 관계에 충실한 서술이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레논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라면, 레논의 생각을 담고 있는 주관적인 나레이션과 감성 풍부한 레논의 노래들로 가득한 사운드트랙으로 진행되는 서술 방식들이 감성적으로 더욱 풍부한 아련함을 전해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실 비틀즈 이후의 존 레논은 우리 사회에서 그다지 많이 알려진 존재가 아니다. 무정부주의적인 비전을 담아낸 'Imagine'은 러브 송 정도로 인식되었고 정치 의식을 담아낸 'Working Class Hero'같은 노래들은 독재 정권의 금지곡 목록에 올라 소개되지도 못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은 존 레논의 음악을 받아들였던 우리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존 레논의 이메진>은 우리가 알고 있는 존 레논의 달콤한 이미지 그 이상을 보여준다. 비틀즈 시절부터 재치있는 언변을 무기로 삼았던 존 레논은 'Hair Peace', 'Bed Peace' 구호를 걸어놓고 침대에서만 생활한 두 차례의 'Bed In'을 비롯한 그의 사회 참여를 생생히 담아내고 있다. 그들의 행동 방식에 대해 격렬히 비판하는 보수주의자 만평가와의 대화를 포함한 모습은, 레논이라는 개인 뿐 아니라 시대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내면서 우리가 잘 모르는 존 레논의 삶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존 레논의 이메진>은, 그 자체로 격렬한 반응을 얻을 만한 영화는 아니다. 레논 사후 8년 후인 88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은, 갑작스런 죽음으로 생을 마감한 위대한 뮤지션에 대한 추억에 기반하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팬들로서는 비틀즈의 다른 멤버들인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등이 인터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쉬움을 준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비틀즈 시절보다는 솔로 시절에 집중하고 있는 편이다.

존 레논은 당시의 시대 정신과 자신의 자의식을 그대로 음악에 담아낸 사람이다. 물론 자신의 자의식을 담아낸 쪽이 더 훌륭했다는 것이 중평이지만, 그의 삶 자체에 두가지 요소가 충돌하며 격렬한 화학 작용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존 레논의 이메진>은 레논과 그의 음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꽤 훌륭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더구나 이 영화 속에는 'Imagine', 'Mother', 'Beautiful Boy'를 비롯한 그의 솔로 곡들과 'Come Together', 'Help' 등의 그의 비틀즈 시절 노래들까지 가득 담겨 있어 듣는 사람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




메뉴 화면

1장 짜리로 구성된 메뉴 화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한 구성이다.







5.82 Mbps의 평균 비트 레이트를 선보이는 영상을 깔끔하다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오랜 자료 화면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영상은 거친 필름 입자가 도드라져 보인다. 특히 레논의 홈 무비를 인용해 담고 있는 영상은 더욱 거칠게 느껴진다. 오래된 다큐멘터리 필름이 선보일 수 있는 한계라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



영어와 포르투갈어를 지원하는 음향은 돌비 디지털 스테레오만을 지원한다. 역시 기본적인 원본 필름의 한계라고 할 수 있는데, 나레이션과 음악 위주로 구성된 사운드는 깔끔한 편이며 음악 표현은 좀 더 부드럽게 구현된다. 포맷 자체가 평범한 만큼 사운드의 구현력 역시 크게 두드러진 부분은 없지만 감상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사운드 퀄리티를 지니고 있다. 사운드보다 아쉬운 점은 레논의 노래 가사에 아무런 자막이 붙어있지 않다는 점. 영화의 장면에 어울리게 배치된 노래의 가사들이 들어있었다면 더 감동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스페셜 피쳐 메뉴


John Lennon Trivia Track

마치 음성 해설처럼 선택할 수 있는 이 메뉴는, 자막으로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메뉴다. 나름대로 괜찮은 정보를 전해주기는 하지만, 충실하다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음악 평론가 등의 음성 해설이 수록되었더라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A Tribute to John Lennon : The Man, The Music, The Memories (14:48)

오노 요코와 다큐멘터리 제작진의 존 레논에 대한 회고와 제작 과정에 대해 담고 있다. 감독 앤드류 솔트와 각본가 샘 이건, 제작자 데이비드 볼퍼 그리고 편집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실 고령의 제작자인 데이비드 볼퍼는 자신은 프랭크 시나트라를 좋아한다며 존 레논을 잘 모르나 그로 인해 존 레논을 객관적으로 담아낼 수 있어 요코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이 메뉴는 DVD 속에서 제작진을 볼 수 있는 메뉴이기도 한데, 좀 더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준다.


John Lennon : Truth Be Told (05:39)

1971년 레논의 집에서 진행된 BBC와의 라디오 인터뷰를 레논의 영화팀이 촬영한 클립이다. 성과 상품화에 대한 존 레논의 입장을 들어볼 수 있다. 특히 인터뷰 말미에 레논이 말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 받고 싶어서요. 사람들은 누구나 그래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Acoustic Imagine (03:36)

1971년 뉴욕 아폴로 극장에서의 공연 장면으로, 어쿠스틱 버전의 'Imagine'이 담겨있다.


Island House (08:23)

존과 요코가 영국에서 거주했던 13만평 짜리 저택 티튼하우스에서의 평화로운 일상을 담고 있다. 조그마한 집을 구매해서 자신의 저택에 포함된 섬에 작은 집을 설치하고 작은 호수에서 뱃놀이를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후반부에 오노 요코의 노래를 바탕으로 레논과 요코가 작은 집에 들어가는 장면은 꽤 초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The Headmaster Looks Back (09:53)

존 레논의 모교인 쿼리뱅크 고등학교의 윌리엄 어니스트 팝조이 교장이 등장해 고등학교 시절의 '악동' 존 레논에 대해 이야기한다. 넉넉한 웃음으로, 레논을 말썽꾸러기보다는 '재치있었다'고 이야기하는 스승의 모습이 여유롭다.

그 외 <존 레논의 이메진> DVD에 포함된 서플먼트로는 국내에 이미 출시된 <제임스 딘 콜렉션>의 예고편이 포함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존 레논의 이메진>에 포함된 DVD는 꽤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제작진의 본격적인 메이킹 필름이나 존 레논에 대한 설명들은 포함되지 않아 질적인 측면에서는 아쉬움을 준다. ★★★


팝 음악과 친숙하지 않은 젊은 세대에게 존 레논은 꽤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7,80년대에 10대를 보낸 중장년층에게 존 레논이라는 이름은 커다란 아우라를 지닌 존재일 것이다. <존 레논의 이메진>은 존 레논에 대한 본격적인 다큐멘터리로서, 존 레논의 삶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중을 채워줄 수 있는 작품이다. 서플먼트의 함량이 부족하기는 하지만 본편 자체에 많은 것을 담고 있으므로, 존 레논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타이틀일 것이다.

『존 레논의 이메진』

■ 제품 정보

감독 : 앤드류 솔트 주연 : 존 레논, 오노 요코

화면 Anamorphic Widescreen 1.85:1
음향 Dolby Digital 2.0
더빙 영어, 포르투갈어
자막 한국어, 영어, 태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중국어, 인도네시아어
상영시간 105분 56초
지역코드 Dual Layer / Region 3
제작년도 1988년
출시일자 2006-02-10

Special Feature
- John Lennon Trivia Track (한글자막)
- Tribute to John Lennon : The Man, The Music, The Memories (한글자막)
- Truth Be Told (한글자막)
- Acoustic "Imagine"
- Island House (한글 자막) - The Headmaster Looks Back (한글자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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