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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 대한 백과사전 혹은 신화 - 『불가사의한 소년』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째서 인간은 수천 년의 세월동안, 똑같은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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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어째서 인간은 수천 년의 세월동안, 똑같은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천재 유교수의 생활』을 그린 야마시타 카즈미의 신작 『불가사의한 소년』은 인간이란 존재의 모든 것을 탐구하는 만화다. 『불가사의한 소년』의 영감을 얻은 것은, 마크 트웨인이 쓴 동명의 소설에서였다. 영원한 생명을 가진 금발의 소년이 주인공이 된 것도 그런 이유다. 늙거나 병들지 않는 것은 물론 죽음도 없는, 금발 머리의 한 소년. 그는 인간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인간이란 어째서, 어째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기뻐하는 것일까, 왜 사랑하는 것일까.” 그래서 그는 인간 사회로 들어간다. 시공을 초월하여, 때로는 누군가의 가족이 되고, 때로는 누군가의 친구가 되고, 때로는 예언자나 구원자로 다가가 지켜보고, 질문한다. 때로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시험해보려고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신념이 무너지는 것이 분해 입술을 깨물기도 한다.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불가사의한 소년』은 그 불가사의한 질문을 영원히 반복한다.

『불가사의한 소년』은 연작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작은 ‘반사쿠와 유지로’다. 어느 형제의 이야기. 이 세상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살인은, 카인과 아벨 즉 형제 사이에서 존재했다. 어째서 인간은, 모든 것을 원하는가. 욕망이란 과연 어디까지 뻗어나가는가. 순수하고 심약한 듯한 아버지가 삼촌을 죽이는 것을 본 반사쿠는, 과연 똑같은 짓을 반복할 것인가. 그러나 ‘반사쿠와 유지로’는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추악한 것인지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욕망을 가지고 살아온 인간이, 바로 인간 그 자체라고 말한다. 욕망을 제거한다면, 인간은 행복해질 것인가. 이미 사회주의 사회에서 우린 보았다. 인간의 욕망은 사회적 교육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어쩌면 그 추악함이 또한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인간이란 진흙 속의 연꽃처럼, 그 모든 것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인간은 이상한 존재야’라고 소년은 말한다.

의미심장한 첫 에피소드를 지나가고, 『불가사의한 소년』은 심오한 이야기들을 계속 들려준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들을 곳곳에서 끌어와 자기 식으로 변주했는지 탄성을 자아낸다. 단지 교훈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란 존재를 해명하기 위하여 필요한 온갖 시도들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이 만화를 읽는 이가 누구건, 적어도 한 에피소드에서는 자신의 질문을 만나게 된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세상과 인간에 대한 질문이, 『불가사의한 소년』에서 누군가의 이야기로 재현된다. ‘여우 눈의 토라키치’에는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죽인 아이가 나온다. 그는 결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구원을 원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삶에 충실하고, 자신의 길을 달려갈 뿐이다. ‘두 사람의 레이디 엣샤’에는 몰락한 가문을 이어야 하는 처지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는 여인이 나온다. ‘난 정말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모든 것을 잃으면 내가 아닌 걸까?’라는 질문을 던진 그는 마침내 답한다. ‘마음이 원하는 대로 살겠어’라고.

‘불가사의한 소년’은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다. 그러나 과연 그가 인간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을까? ‘테츠오’에서 소년은, 배우지 못하고 얼굴도 못생긴 소년을 만난다. 모든 것이 파괴된 전후의 일본에서 비참하게 살아가는 소년은, 누구보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다. 불가사의한 소년은, 그 목소리를 좋아한다. 그리고 소년에게 모든 것을 얻을 기회를 준다. 하지만 수많은 청중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찬사를 받았던 소년은, 자신이 사랑했던 강아지의 곁에서 죽어간다. “남들이 인정해주든 주지 않든 그런 것은 뭐 상관없어.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굴 향해 노래를 부르면 기분이 좋은가 하는 것이었어.” 그런 소년을 지켜보던 불가사의한 소년은, 눈물을 흘린다. 어째서일까. 소년 역시 물어본다. “사람은 모두 죽는 거잖아요. 어째서 그런 얼굴을 하는 거죠”라고.

불가사의한 소년은, 인간이란 존재를 아직 모르기 때문에 여행을 거듭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에서 소년은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 소크라테스를 찾아 그리스 시대로 간다. 그리고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에게 모든 미래를 보여준다. 소크라테스는 암울한 미래의 역사를 모두 보고, 절망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 자신의 ‘대화’ 이외에는 방법이 없음을 알게 된다. 결국은 타인을 이해해야만 하니까. 다른 존재를 이해해야만 하니까. 소크라테스는 소년에게 말한다. “자네는 나를 설득할 수 없네. 자네의 생명이 만약 영원하다면, 자네는 영원히 죽음을 알 수가 없으니까.”

『불가사의한 소년』은 해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인간에 대해 정의를 하는 소년에게 누군가가 묻는다. ‘당신은 어째서 인간 같은 것에 흥미를 가지는 겁니까?’라고. 결국 그 소년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왜 미움이 사랑으로, 사랑이 미움으로 바뀌는지. 왜 인간의 어리석은 행동은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인지. 왜 인간은 욕망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인지. 소년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싶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가사의한 것은, 그 소년이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불가사의한 소년』은 인간에 대한 백과사전, 혹은 신화일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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