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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경계』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진월담 월희』

원작 TYPE-MOON, 그림 사사키 쇼넨의 『진월담 월희』는 묘한 느낌의 전기(?奇) 만화다. 사고를 당한 후 ‘죽음’을 보게 된, 직사의 마안을 갖게 된 소년 토오노 시키. 운명처럼 만난 흡혈귀, 진조의 공주 알퀘이드 브륜스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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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TYPE-MOON, 그림 사사키 쇼넨의 『진월담 월희』는 묘한 느낌의 전기(伝奇) 만화다. 사고를 당한 후 ‘죽음’을 보게 된, 직사의 마안을 갖게 된 소년 토오노 시키. 운명처럼 만난 흡혈귀, 진조의 공주 알퀘이드 브륜스타드. 시키는 알퀘이드와 함께 사도 흡혈귀들을 죽이는 일에 나서게 된다. 이런 정도의 설정이라면 익숙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진월담 월희』는 이상하게 독자를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다.

시키가 가진 직사의 마안은, 모든 사물에서 선을 보게 한다. 그 선에 칼을 찔러넣으면 모든 것이 잘리고, 부서지게 된다. 존재할 때부터 모든 사물에 내포된 죽음을 보는 능력인 것이다. 흡혈귀에게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진조와 사도. 진조는 자연계와 흡사한 존재로, 일종의 정령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 중에도 재미로 피를 빠는 자들이 있어, 그들에게 피를 물리면 사도가 된다. 사도가 너무 많아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응징하기 위하여 진조의 암살자가 존재한다. 『진월담 월희』의 서두에서는 그렇게 진조와 사도를 나누고, 알퀘이드의 임무가 사도 사냥이라고 말한다. 단지 그것뿐은 아님이 후에 밝혀지겠지만.

사고가 일어난 후 친척집에 맡겨진 시키는 8년 후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토오노 집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던 시키는 한 여인을 보고, 죽여버린다. ‘죽이고 싶다’란 생각을 도저히 이기지 못하고. 하지만 그녀를 17조각을 낸 후 쓰러진 시키는 토오노 저택의 침대에서 깨어난다. 꿈이라고도 생각했지만, 시키는 그녀 알퀘이드를 다시 만난다. 알퀘이드는 자신을 죽인 책임을 지라면서, 자신의 방패가 되어 흡혈귀 사냥에 나서자고 한다. 그리고 사도 네로 카오스와 싸우게 된 시키는, 죽음 직전에서 알게 된다. 자신이 죽음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누군가의 말살을 원한다는 것을.

『진월담 월희』는 대단히 방대한 세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화 『진월담 월희』에 드러난 정보는 그 중 일부일 뿐이다. 『진월담 월희』는 비주얼 노벨 게임 『월희』로 시작되었고, 먼저 나온 라이트 노블 『공의 경계』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다. 게임 『월희』에서는 토우노 시키의 집안에 대한 비밀, 알퀘이드가 마지막 진조가 된 경위, 시엘이 선배로 가장하여 시키의 주변에 나타난 이유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캐릭터별로 다양한 스토리 전개가 가능한 게임과 달리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시키와 알퀘이드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공의 경계』는 료우키 시키란 소녀가 직사의 마안을 갖게 되고, 살의를 갖게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러브 스토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과거에는 하나의 작품이 성공하면 다른 매체로 바꿔가면서 차례로 각색을 하는 것이 관례였다. 라이트 노블인 『슬레이어즈』는 차례로 만화, 애니, 드라마CD, 게임 등으로 전개되었다. 어떤 작품이 호평을 받으면 우선 시리즈화되고 이어서 만화와 드라마CD화, 어느 정도 이상의 부수를 넘으면 애니메이션과 게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할리우드도 마찬가지다. <스타워즈>가 성공하면서 캐릭터 상품은 물론 다양한 소설, 코믹, 게임, 애니메이션 등으로 뻗어나갔다. <매트릭스> 역시 1편이 성공하자, 영화와 게임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동시에 만들었다. 영화의 2편과 3편을 동시에 만들고, 2편과 3편의 가운데에 끼인 스토리를 게임이 말해주고, <애니매트릭스>가 세계관을 공유한 상태에서 작가마다 독특한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처음부터 ‘미디어 믹스’를 시도하는 경우에는 더욱 치밀하고, 다양하게 전개가 될 수 있다. 이른바 기획 선행 타입의 미디어믹스로 만들어진 『사쿠라대전』 『세이버 마리오네트』 『R.O.D.』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등이 그렇다. 『R.O.D.』는 라이트 노블과 만화, OVA와 TV애니가 각각 다른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동일한 것은 세계관이고, 캐릭터의 유사성이다. 이 작품들의 경우 소설이나 만화가 하나의 완벽한 세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미디어와 보완관계로서 단기간에 거대한 세계로 확장되어 가는 매력이 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작품이 조금씩 변형되어 다른 작품으로 그려지는 것에는, 탁월한 매력이 있다. 그것은 『기동전사 건담』의 새로운 시리즈가 계속 나오는 것과 흡사하면서도, 다른 점 또한 많다. 과거에는 소설이나 영화의 메인 스토리가 있고, 거기에서 약간 삐져나오는 스토리나 인물의 이야기를 ‘외전’이라는 형태로 담아냈다. 하지만 지금의 미디어믹스에서는 ‘외전’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스토리가 메인인 동시에, 서브다. 모든 인물은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인공이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에서 에피소드마다 주인공과 조역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다. 거대한 세계 속에서 움직이는 주체적인 인물들은 자기만의 스토리를 가질 자격이 있다. 『진월담 월희』라는 작품 자체도 충분히 흥미롭고 즐겁지만, 그 이상으로 『진월담 월희』라는 작품이 등장한 배경과 과정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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