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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간이란 무엇인가? - 『히스토리에』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지구에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심오한 질문들로 가득했던 『기생수』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는 이제 고대의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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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성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지구에게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심오한 질문들로 가득했던 『기생수』의 작가 이와아키 히토시는 이제 고대의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유레카』의 배경은 기원전 216년 로마와 카르타고의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이고, 『히스토리에』는 그보다 100여년을 더 올라간 기원전 340년경이다. 인간에 기생하는 기생수의 존재를 통해서 인간을 탐구했던 이와아키 히토시는 고대세계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아니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일까.

『히스토리에』는 마케도니아 제국 알렉산더 대왕의 개인 서기관이었던 에우메네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아테네의 식민지인 칼데아는 흑해방면의 밀을 수입해오는 수송로에서 중요한 거점인 동시에, 아시아 지역에서 포획한 토착민(바르바로이)들을 노에로 아테네 등에 보내는 중계기지이다. 칼데아의 유지인 히에로뉴모스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다. 장남은 평범한 육체와 머리를 가진 범인이지만, 차남인 에우메네스는 개인 도서실의 모든 책을 읽고 육체도 강건한, 미래의 영웅을 예감케 하는 인물이다. 에우메네스에게는 반복해서 꾸는 꿈이 있다. 아름다운 바르바로이 여인이 칼을 들고 수 명의 남자들을 베어버리는, 그러나 결국은 붙잡혀 참혹하게 죽어버리는 꿈. “그 때의 기분을 표현하자면 단순하게 불쾌하다기보다는 어떤 종류의 슬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스키타이 노예 트라쿠스가 주인 일가족을 참살하고 도망친다. “유목민족인 스카타이인은 용감하고, 자존심이 강하며...게다가...잔인하다.” 그 말처럼 트라쿠스는 가는 곳마다 수많은 사람을 죽여버린다. 집으로 돌아가던 에우메네스는 부상을 당해 쓰러진 트라쿠스를 발견하고, 아버지의 부하인 헤카타이오스에게 알려준다. 그러나 사건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잠에서 깨어나 뭔가에 홀린 듯 마당으로 나간 에우메데스는 아버지와 트라쿠스의 시체를 보게 된다. 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헤카타이오스는 에우메네스의 뒤를 따라온 트라쿠스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말한다. 에우메네스의 실수로 아버지가 죽었다는 것이다.

비극적인 사건이 모든 것을 바꿔버린다. 에우메네스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고, 꿈에서 본 여인이 누구였는지도 알게 된다. 에우메네스는 귀족의 아들에서, 순식간에 노예의 신분으로 떨어져버린다. 그가 알고 있던 세상이, 한순간에 돌변해버린 것이다. 아버지의 수수께끼같은 말 “그래, 넌 그 때 울지도 않았느니라”라는 말의 의미를 비로소 알게 된 에우메네스는 그러나 절망하지 않는다. 마음 한켠으로는 “아아, 역시 그랬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에 써 있는 것 따윈 이 세상 전체의 일부에 불과해”라는 말을 되뇌이며, 자신이 알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받아들인 에우메네스에게는 이제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이다. 지식이 아니라 경험으로, 어떤 우연적인 상황에서도 당황하거나 절망하지 않는 인간으로 성장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이와아키 히토시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그는 왜 고대로 돌아간 것일까? 아테네와 마케도니아 등 도시국가들이 힘을 겨루던 그리스 시대. 신과 인간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던 황금시대. 하지만 그것이 정말일까? 그리스인 이외의 민족은 모두 자주적이지 않은, 노예근성을 가지고 있는 야만인이라고 보았던 시대. 그 시대는 단지 그리스인의 눈으로만 본 편견이었다. 에우메네스는 자신이 그리스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야만인인 스키타이인이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서, 에우메네스라는 인간의 본질이 바뀌는 것일까?

『기생수』로 돌아가보자.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이고,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기생수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은, 자신 이외의 모든 것을 절멸시키는 쓸모없는 존재다. 하지만 신이치의 몸에서, 신이치와 함께 공생하게 된 기생수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기생수를 받아들인 신이치 역시 마찬가지다. 삶도 죽음도 달리 생각하게 된다. 세상 역시. 인간은 자신들의 가치관과 편견에 따라 세상을 만들어내고, 인간성이란 것도 만들어낸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간은, 인간성은, 세계는, 사실 인간들이 그동안 발명해온 것일 뿐이다. 그런다고 그 가치가 사라지거나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 모든 것이 절대적이 아님만은 분명하다. 『기생수』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완벽한 대답을 주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유효한 문제제기였다.

『히스토리에』는 과거로 돌아가, 문명의 황금시대였던 그리스시대로 돌아가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짚어본다. 이와아키의 질문이 어디까지 나아갈 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히스토리에』의 2권까지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다. 노예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만난 에우메데스는 어떻게 그의 세상을 만들어나갈 것인가. 그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 그 경험은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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