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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의미를 찾아가는 만화 - 『해원』

『헬로우 블랙잭』을 감동적으로 보았다면, 『해원』도 벅찬 가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모리 요이치가 글을 쓴 『해원』은 『헬로우 블랙잭』으로 스타가 된 사토 슈호의 이름을 처음 알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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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 블랙잭』을 감동적으로 보았다면, 『해원』도 벅찬 가슴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모리 요이치가 글을 쓴 『해원』『헬로우 블랙잭』으로 스타가 된 사토 슈호의 이름을 처음 알린 작품이다. 『해원』도 작년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꽤 성공했다. 『해원』으로 힘을 받은 사토 슈호는 야심작인 『헬로우 블랙잭』으로 일본 만화계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충격을 던졌다. 단지 일본 의료계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란 대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생명’이란 무엇인지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헬로우 블랙잭』은 일본 만화의 힘이 무엇인지, 왜 만화가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 걸작이었다.

『해원』은 바다에서 조난당한 사람이나 배를 구하고, 해상의 범죄를 처리하는 해상보안관의 이야기다. 이야기 자체로만 본다면 『출동! 119 구조대』와 흡사하다. 하지만 『출동! 119 구조대』가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 자체에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해원』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일이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많은 사체를 보아야만 한다. 때로는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누군가를 포기해야만 한다. 아무리 열심히 뛰어다녀도, 모든 이들을 구할 수는 없다. 게다가 바로 옆에서는, 그들의 동료 또한 죽어간다. 왜 그들은 죽어가는 것인가. 도대체 인간의 생명이란 무엇인가. 『해원』은 구조의 이야기인 동시에, 생명의 의미를 찾아가는 만화다.

그런 점에서 『해원』은, 『헬로우 블랙잭』이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알게 해준다. 누군가를 구한다는 점에서 해상보안관과 의사는 동일하다. 하지만 의사는, 적어도 자신의 목숨의 위협은 받지 않는다. 대신 의사들은, 전혀 다른 적과 싸워야 한다. 우리가 흔히 ‘병’이라 부르는 것. 구조는 어떤 구체적인 위험에서 사람들을 구해내는 것이다. 위험하고, 끔찍한 일일지라도 목적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병이란 다르다. 『헬로우 블랙잭』의 의사는, 신생아병동에서, 암병동에서 단지 병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인간이라는 것의 개념과 병이라는 것의 정체와 싸워야 한다. 인간을 구해내기 위한 일에만 몰두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떤 시점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생명을 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편하게 죽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때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해원』의 해상보안관들은 행복하다. 어쨌든 그들은 싸울 대상이 명확하기 때문에. 해상보안관들은 재난과 싸워서, 사람들을 구출해내야 한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큐슈의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순시선 나가레. 도쿄에서 전출된 신참 기자 미하루는 역시 신참인 항해사보 다이스케와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임무에 나선 나가레호에서 내리지 못한 미하루는 중국배인 봉래호가 태풍 때문에 조난당한 것을 보게 된다. 다이스케를 포함한 나가레의 해상 보안관들은 봉래호의 선원들을 무사히 구출한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낙오자가 없는지 살피던 다이스케는 용접된 문 안에 있던 밀항자들을 발견한다. 침몰 직전의 배에서, 다이스케는 밀항자들을 구해내기로 결심한다.

『헬로우 블랙잭』이 그랬듯이, 『해원』역시 열혈이다. 다이스케의 선배는 ‘해상보안관은 반드시 살아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지만, 다이스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구조에 나선다. 누군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도, 다이스케는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죽음을 도저히 볼 수가 없어서 도망치기도 하고, 자신을 혹사하기도 하지만 다이스케는 결국 알게 된다. 살아남은 자는 죽음으로써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도망치는 것으로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신문기자는 무엇을 전하기 위해 존재하고, 해상보안관은 누군가를 구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그렇다면 구해야만 한다. 할 수 있는 한, 최후의 순간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고 싸워야 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해원』은 성실하게 해상보안관이란 대체 누구인지를 알려준다. 해상보안관이 무엇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세세하게 알려준다. 배와 사람을 구하고, 밀수 등의 해상범죄를 예방하는 것만이 아니라 때로는 해적과도 싸워야 한다. 그러면서 다이스케와 미하루의 험난한 사랑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정말 처절하게 보여준다. 직업과 사랑과 그리고 그들과 우리들의 삶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다. “왜 죽음이란 게 있을까? 언젠가는 죽을텐데...우린 왜 살아 있을까?” “그냥 좋아서겠죠....산다는 게 좋아서일 거예요!” 『해원』은 샤토 수호라는 만화가의 작품 세계가 무엇인지를 너무나도 명확하게 보여주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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