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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 돈! 돈을 둘러 싼 사람들의 그 리얼한 풍경 - 『돈이 울고 있다』

사업을 하다가 자금이 필요해서, 직장에서 밀려나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단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사람들은 돈을 빌린다. 하지만 신용이 부족하거나, 담보가 없으면 은행에서는 돈을 빌리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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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을 하다가 자금이 필요해서, 직장에서 밀려나 재취업을 하기 전까지 살아남기 위해서, 단지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사기 위해서 사람들은 돈을 빌린다. 하지만 신용이 부족하거나, 담보가 없으면 은행에서는 돈을 빌리기가 힘들다. 그 때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이 소비자 대부업체다. 아직 한국에서는 낯설지만, 일본의 소비자 대부업체는 엄청난 시장을 갖고 있다. 대부업체의 광고가 허용되는 심야시간의 TV에서는 다케후지, 레이크, 아코무 등등 대부업체의 광고가 끝없이 나온다. 도심의 거리에서는 대부업체에서 나눠주는 휴대용 화장지를 계속 받을 수 있다. 뻔한 광고를 보고 누가 돈을 빌릴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오산이다. 작년 한 대부업체의 광고가 히트를 쳤다. 노년의 남자가 애완견 가게의 진열장에서 본 치와와에게 반해, 개를 사기 위해 돈을 빌린다는 이야기다. 그 광고 때문에 대부업체의 실적이 몇 배로 늘었고, 치와와에게 옷을 입히고 짝을 찾아주기 위해 돈을 빌린다는 내용의 광고가 연이어 나왔다, 그 치와와는 작년의 히트상품에까지 올랐다. 사람들이 돈을 빌릴 때는, 어딘가 익숙한 곳을 찾기 마련이다. 광고가 히트하면, 그 업체로 간다.

쿠니모토 야스유키의 『돈이 울고 있다』는, 바로 그 소싸고 벌이는비자 대부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사채업자가 주인공인 『돈의 제왕』은 돈을 둘러 사람들의 이전투구, 사기와 협잡의 세계를 그린다. 반면 『돈이 울고 있다』는 냉정하게 그들이, 아니 우리들이 살아가는 생활을 그려간다. 돈을 빌리는 사람만이 아니라, 돈을 빌려주는 대부업체의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진지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돈을 빌린 후 원금 상환과 이자 때문에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그 세계가 얼마나 비정하고 잔인한 곳인지 잘 알 것이다. 이 세상이 당장에라도 지옥으로 변한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빚쟁이를 보면, 악마나 귀신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마음이 없는, 돈만 아는 수전노란 말이 절로 나온다. 『돈이 울고 있다』는, 바로 그 빚쟁이의 입장을 보여준다. 그 잔인한 세계에서 고통받는 것은, 단지 돈을 빌린 사람만이 아니다.

해피 서포트란 대부업체의 산본바시 지점장이 된 타카키 마코토는 어떤 일로 은행을 그만 두고, 전직한 인물이다. 한때 엘리트였지만, 지금은 생존이 가장 중요한 문제다. 날마다 200에서 500통의 전화를 걸어 상환을 독촉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젊은 여성이 결혼을 위해 준비했던 돈까지 받아와야 하고, 엄마가 아이에게 장난감 사줄 돈을 받기도 한다. 비정한 사람, 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은행을 그만두고 이곳밖에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것이 살아가기 위해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제가 선택한 일이니까요.” 그래서 타카키는 날마다 악착같이 뛰어다닌다. “만약 이 가게가 망한다면 우리가 회수하지 않더라도 다른 채권자들이 달려들어 있는 돈을 모두 뜯어가겠지. 괴롭지만 다른 데로 갈 거라면 어떻게든 우리 쪽에서 저 돈을....”이라고 생각하면서.

대부업체의 직원들은 빚쟁이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통상적인 선입견과는 조금 다르다. 그들 역시 인간이다. 그들도 직장에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소비자 대부업체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붙여 돌려받는다. 무담보 무보증의 신용대출이기 때문에 채무자의 지불능력을 간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마를 대출해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을 여신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주로 신용정보의 조회나 근무처의 재직 확인 등을 통해 결정된다. 하지만 서류에 거짓이 있을 수도 있고, 단지 서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사람을 보는 눈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대부업체 한 점포에는 5천에서 1만개의 구좌가 있고, 그 중 연체는 약 20%이다. 1, 2천명 정도의 연체자가 있다는 것인데, 10일 전후는 단기 연체 고객으로 분류된다. 대출금 회수는 늦으면 늦을수록 장기연체가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매일 200에서 500통의 전화를 돌려 독촉을 하는 것이 직원들의 주된 일이다. 지점의 모든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본사에서 온라인으로 체크하고, 대출과 회수 모두 할당량으로 정해져 있으며 0.1%만 모자라도 미달이 된다. 미달이면 당장 인책에 들어가고, 밀려난다. 그들 역시 살아남기 위해서, 잔인해져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채업자들과는 달리, 소비자 대부업체는 규칙이 있다. 전화 재촉은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로 정해져 있다, 고객의 사생활에 관여하는 것도,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들어가는 것도 금지다. 긍지도 정열도 없이 그런 일을 어떻게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샐러리맨은 일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눈앞의 일에 매달려 애쓰고 있다. 정열도 긍지도 느낄 수 있는 일이란, 여간해서 없다.’ 그게 현실이다. 게다가 대부업체의 일처럼, 냉정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 타카키의 부하직원인 노가미처럼, 착하기만 해서는 결코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 소비자 대부업체란, 자본주의가 무엇인지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폭력이나 사기 등이 존재하지는 앉지만, 돈을 둘러싼 사람들의 아비규환을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을 보게 된다.

『돈이 울고 있다』는 소비자 대부업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모든 것, 그리고 이 세상을 보여준다. ‘사랑과 자본주의의 만화가’라는 말처럼, 쿠니모토 야스유키는 돈을 둘러싼 사람들의 애환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돈을 빌리고 갚는 것은 마치 욕망을 주고받는 것 같은 느낌’이라는 작가의 말은 정확하다.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리는 이유는, 결국은 욕망 때문이다. 돈을 빌려간 한 여인이 개인 파산을 한다. 그것이 소비자를 빚지옥에 빠트리는 빚쟁이에게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도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개인파산이 되면 관보에 이름과 주소가 고지되고, 금융업자는 이를 근거로 블랙리스트에 올려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파산한 자에게도 돈을 받아낼 자신이 있는 사채업자들은 관보를 보고 그들에게 융자 안내 광고문을 보낸다. 그들은 다중채무자 대부분이 똑같은 짓을 다시 반복하고, 파산한 자들이 아무리 절박해도 이후 10년간은 다시 면책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인간이란, 그렇게 사악한 존재이다. 그렇게 약한 존재다. 그렇게 어리석은 존재다.

하지만 타카키는, 그 안에서 살아남아야만 한다. ‘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게 자본주의 안에서 살아남는 법이다. 소수의 승자는 전혀 다른 세상에 존재하겠지만, 승자도 패자도 아닌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생존을 뛰어넘어 생활을 이루어낼 수 있을 때까지.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대부업계이기 때문에 더욱 그 속에서 자신을 잃고 싶지 않다’는 타카키의 다짐처럼. 그의 믿음이 어떻게 지켜져 나갈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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