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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스카이 하이』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면? 죽은 후에 범인을 알게 되었고, 그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물론 당신의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다카하시 츠토무의 『스카이 하이』는 철저한 인과응보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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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다면? 죽은 후에 범인을 알게 되었고, 그를 죽일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물론 당신의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다카하시 츠토무의 『스카이 하이』는 철저한 인과응보의 세계다. 누군가를 살해한 자는, 당연히 지옥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살해당한 자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선택의 방법은 이렇다. 거대한 문이 있는 저승으로 간다면 당신은, 한 여자를 만나게 된다. 당신을 맞이한 여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은 죽었어, 육체에서 떨어져 정신만 있는 존재가 된 거야. 난 여기 문지기인 이즈코. 여기부터 당신의 정신은 천국을 돌아다니며 재생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거야. 이곳은 거기 가기 전의 대기소.....이곳에는 몇 개의 문이 있어. 여기는 불의의 사고나 살해당한 사람들이 오는 원한의 문. 당신처럼 살해당한 사람은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현세에 미련도 남지. 당신은 3개의 길 중에 선택할 수 있어. 죽음을 받아들이고 천국으로 떠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고 영혼이 돼서 현세를 떠돌거나, 그리고 또 하나....현세의 인간을 저주하며 죽이는 거. 하지만 사람을 죽인다는 건 나름대로 각오가 필요해. 살인하거나 자살한 사람은 지옥에 가. 그리고 회생되지 않는 고통이 영원히 계속 되지....뭘 택할지 12일 내에 결정해.”

『스카이 하이』는 이즈코가 맞이하는, 살해당한 영혼들의 이야기다. 살해를 당했다는 것은, 그들에게 뭔가 곡절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질투 때문에 어처구니없이 살해당하기도 하고, 아무런 이유 없이 그저 장난감처럼 취급받다가 죽음을 당하기도 한다. 칼로 위협당하는 여자를 구해주려다가, 그 칼에 찔려 죽어버린 남자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을 괴롭히던 동급생에게 복수를 하기 위하여, 친구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던 소녀도 있다. 이즈코는 그들을 맞이하여, 그들 앞에 놓인 선택에 대해 말해준다. 그들은 어느 한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살해당한 그들은 복수를 택하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지옥으로 갈 수도 있고, 모든 것을 용서한 채 다시 한번 세상을 살아볼 수도 있다.

고민하는 그들의 곁에서, 이즈코는 싸늘한 충고를 던져준다. ‘자기 결단이었는데도 살아있는 인간을 질투하고 있어. 인간은 말야. 태어나는 것도 택할 수 없지만, 죽음도 마찬가지야’, ‘당신만이 아니야. 인간은 다 고독해. 인생은 고독과의 싸움이야’, ‘핑계대지 마. 선택한 건 당신이야’라고. 어쩌면 살아 생전에 그런 충고를 들었다면, 그들의 인생이 조금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지뢰진』의 작가 다카하시 츠토무는, 그의 전작들이 말해주듯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 남자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지옥도다. 하지만 그것은 비관적인 시선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즘의 태도에서 비롯하는 게 아닐까.

『스카이 하이』의 희생자들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한 남자가 죽었다. 여자를 구해주려다가, 칼에 찔려 죽었다. 분명 그 남자는 의로운 희생자였다. 그런데 그의 방을 찾아간 경찰은, 그가 촬영했던 몰카를 보게 된다. 언론에서는 그를 ‘변태’, ‘범죄자’ 취급을 한다. 그리고 그 남자가 목숨을 걸고 구해줬던 여자는, 죽어버린 그를 조롱하는 속물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방관자도, 이 세상에서는 명확하게 구분할 수가 없다.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한순간에 범죄를 저지를 수 있고, 흉악한 범죄자에게도 선한 마음 한 구석이 존재한다. 타인을 도와주려다가 목숨을 잃은 그 남자는, 그러나 다른 범죄를 저질렀던 그 남자는 고뇌한다. 세상을 증오하고, 복수를 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한번 돌아갈 것인가. 이즈코는 나지막히 말해준다. “당신도 비슷했잖아. 인간은 다 왜곡돼 있어. 당신은 목숨을 걸고 한 사람을 구했어. 그 행동에 거짓은 없어. 그녀를 저주해서 지옥에 갈 필요는 없어. 천국에 가서 소생되길 기다려. 다시 한번 현세에서 힘껏 버텨봐”라고.

이지메를 당한 소녀가 있다. 그녀는 복수하기 위하여, 친구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한다. 그녀의 친구는, 벼랑에서 그녀를 민다. 죽은 소녀는, 이지메를 했던 소녀들을 찾아가 공포에 떨게 만든다. 이지메를 했던 소녀들은, 난 죽기 싫어, 라고 울부짖는다. 그런 모습을 본, 소녀의 친구는 “얘들이 내 앞에서 약해져 가. 울면서 부탁하고 있어. 바로 나한테. 어차피 지옥에 갈 거면 즐겨야지”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인간이다. 순간의 욕망에 자신을 잃어버리는 존재. 죽은 소녀는 친구가 자신을 배반했다고 분노하지만, 이즈코는 말한다. “현세에서 기쁨을 얻는 건 살아있는 인간의 특권이야. 넌 죽음을 택했으니까, 어쩔 수 없어.” 그러나 소녀는 그 ‘기쁨’을 만나지 못해, 죽음을 택했다. “당신은 몰라. 하루 하루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데 지옥이건 뭐건 그 생활보다 괴로운 데는 없을 거야.....깜깜해. 하지만 살아있는 것도 쭉 이런 느낌이었어. 차갑고, 외롭고. 왜 다들 아무렇지도 않은 걸까?! 난 도저히 모르겠어. 살아있어서 뭐가 즐거운지 말이야.”

『스카이 하이』는 희망이나 절망이나, 어느 하나에 매달리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그 모두가 존재한다. 우리들은 모두 왜곡된, 모순된 존재다. 『스카이 하이』를 보고 있으면, 슬프고 가슴이 턱턱 막히게 된다. 하지만 그게 세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이즈코처럼 조금은 냉정하게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결국은 내 앞길에도 선택이 존재한다는 것을. 복수를 택할 것인지, 그것을 뛰어넘어 ‘버텨 보기’로 할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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