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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족 소년의 뜨거운 성장기 - 『폭음열도』

카세 타카시. 중학교 3학년, 불량학생은 아니지만 모범생도 아니다. 흡연, 결석 등으로 가끔 문제를 일으켰고 딱 한번 체포된 적이 있다. 불량한 친구들에게서 떼어놓으려는 부모는 이사를 했고, 다카시는 카사하라중학교로 전학을 온다. 그러나 아이들은 보는 순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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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 타카시. 중학교 3학년, 불량학생은 아니지만 모범생도 아니다. 흡연, 결석 등으로 가끔 문제를 일으켰고 딱 한번 체포된 적이 있다. 불량한 친구들에게서 떼어놓으려는 부모는 이사를 했고, 다카시는 카사하라중학교로 전학을 온다. 그러나 아이들은 보는 순간 안다. 카세의 ‘대략적인 불량끼’를. 미츠히코, 마니요와 친구가 된 다카시는 폭주족인 제로스에 자연스럽게 합류하게 된다.

'이번엔 잘 해야 해'라는 엄마의 말에, 다카시는 생각한다. '내가 잘하는 게 뭘까, 난 나중에 뭐가 될까.' 아이들은 아직 알지 못한다. 미래는 아직 먼 곳에 있지만, 지금 이 곳에는 친구가 있다. 정말로 폭주족이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는 미츠히코는 "하지만 모두가 된다면 꼭 될 거야. 나 혼자만 빠져서 외톨이가 되는 건 싫거든. 역시 친구가 최고야.....난 말야 누가 없으면 안정이 안 돼. 그냥 혼자 있으면 불안하잖아"라고 말한다. 멀리 갈 필요 없다. 한국영화 <친구>에서도 똑같은 말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두렵지 않았다, 라고.

하지만 그것이 정말일까? 생활지도부 선생은, 불량학생이 되어가는 다카시에게 말한다. “넌 불량배가 될 그릇이 아니야. 진짜 불량배는 더 큰 외로움을 품은 눈을 하고 있지. 난 알 수 있다. 넌 보통 애야....폭주족이란 혼자선 아무 것도 못하는 놈들의 집단이야. 녀석들은 약해.” 그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른들은 폭주족을 이해하지 못한다. 폭주족 사진을 찍겠다며 찾아온 사진기자는, 사진을 얻으러 찾아가겠다는 다카시의 말에 발뺌을 한다. 너희들을 이해한다, 어쩐다 하며 가까운 척 하지만, 어른들은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왜 폭주족의 세계로 빠져드는지를.

『지뢰진』 『블루 헤븐』에서 막막하고 처절한 세계를 냉정하게 그려냈던 다카하시 츠토무는 『폭음열도』에서 80년대 폭주족의 세계를 찾아간다. 그건 아마도 다카하시 츠토무가 직접 경험했던 세계인 것 같다. 속표지에 적혀 있는 말로 추정해보았을 때 그렇고, 20년 전의 세상을 그토록 생생하게 그려내는 것으로 봤을 때 그렇다.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어도,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토대로, 그 시절에 실재했던 ‘젊음’의 한 모습을 강렬하게 그려낸다. 『폭음열도』는 폭주족의 세계를 흥미위주로 그리거나. 매력적인 면만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폭음열도』는 폭주족의 세계로 들어간 소년이 무엇을 만나고,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그리는 성장만화다.

『폭음열도』는 전학을 간 다카시가 폭주족 집회에 처음 나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선배의 오토바이에 탄 다카시는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가, 다른 폭주족의 구역에 들어가 곤욕을 치른다. 다음 날, 학교에서 다카시는 소영웅이 된다. 단지 집회에 나갔다는 이유만으로도. “아수라장을 뻐져나간 자는 격이 올라간다. 다른 애들과는 좀 차이가 난 거야.” 그런 이유들로 다카시는, 강하고 멋진 남자를 열망하게 된다. 프로레슬러인 안토니오 이노키처럼, 절대 물러서지 않고, 강력한 적을 물리치는 남자. 그런 열망은, 아버지를 보았을 때 더욱 치밀어 오른다. 미치히코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쓰러져 잠들어 있다. 새벽에 들어간 다카시는 아파트 복도에서 잠든 아버지를 본다. 직장에서 따돌림받고, 어머니에게 외면받는, 초라하고 불쌍한 남자.

다카시는 결코,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겠다, 라고 다짐한다. 그렇게 살지 않기 위해선, 지금 모범생의 생활에 만족할 수 없다. 모범생처럼 행동하는 아이들 역시 마음 속으로는, 반항과 일탈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여자친구가 된 이시카와 쇼코가 “다들 모범생이 되어 가는데, 너는 점점 반항적이 되잖아. 왠지 부럽기도 하고..”라고 말하듯이. 다카시와 친구들은, 어른들의 세계에는 절대 동조할 수 없다. 약간 우스운 이야기지만, 제로스의 리더인 미츠히코의 형 신야는 “폭주족이 되면 적은 국가권력이니까 내가 보기에 늬들은 평화 그 자체다”라고 말한다. 자신들은 국가권력, 즉 경찰과 싸운다고 말하는 폭주족들. 헛소리이고, 일종의 과장이지만 그들은 진지하다. 그들은 기성의 세계와는 다른, 그들만의 공간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폭주족의 집회에 참가해본 ‘소년’이라면 알 수 있다. 처음 집회에 참가한 다카시는 ‘그건 폭음이었다. 직관 머플러는 고속도로 밑에서 메아리쳐 집단으로 넘실거렸다’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리고 폭주족의 세계로 순식간에 빨려들어간다. “길가의 집은 차 소음 때문에 시끄럽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폭주족이 다니지 않는 길은 무음(無音)이다. 세상은 고요하다....그래 저 화살표는 폭주족을 위해 있는 거야. 꺾지 마. 멈추지 말고 똑바로 가.” ‘하고 싶은 일은 언제든 찾을 수 있어’라고 위안하며 다카시는 자연스럽게 폭주족이 된다. 하지만 폭주족은 결코 낙원이 아니다. 경찰의 손전등에 맞아 죽기도 하고, 다른 폭주족과 시비가 붙기도 한다. 신주쿠에 나갔다가 우연히 시비가 붙어 다카시 일행이 때려눕힌 녀석이 하필 사사지마 ‘극락’의 간부였고, 극락과 제로스의 전쟁이 시작된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잖아. 폭주족은 즐거운 것만은 아니야.... 겁나. 이걸 넘어가면 그 앞에 뭐가 있을까?!”

다카시는 두렵다. 하지만 폭주족은 그 어떤 곳보다, 어떤 세상보다 즐겁고 매력이 있다. “세상 사람들이 냉담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쯤은 알아. 하지만 세상이 최고로 즐거우면 우리도 폭주족 같은 건 안 해.” 『폭음열도』는 다카시가 왜 폭주족이 될 수밖에 없는지를, 왜 성인의 세계를 그토록 증오하는지를 잘 알려준다. 그건 이미 『지뢰진』『블루 헤븐』에서 보여준 것과 동일하다. 이 세계는 철저하게 썩었고, 희망은 이미 사라졌다. 그러나 희망을 찾아야만 하는 젊음은, 어딘가에 몰두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은 뛰어간다. 끝까지 간다한들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도 가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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