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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읽기를 넘어 ‘보다’

한,중,일 3국의 그림을 통해 보는 삼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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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에서 책 좀 읽었다 하는 사람이라면 목록에서 빠지지 않는 밀레니엄 베스트셀러가 하나 있는데, 바로 삼국지입니다. 백만 대군으로 중원을 호령하던 조조, 그런 조조를 계략으로 무너뜨린 주유, 자신의 죽음까지도 전략으로 활용했던 제갈량… 영웅호걸들의 기개 넘치는 활약은 동아시아에서 천년이 넘는 동안 수없이 다시 쓰이고 다시 읽힐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한국만 해도 정비석, 박종화, 이문열 뿐 아니라 황석영, 장정일 등 쟁쟁한 작가들이 한번씩은 손을 댔고, 얼마 전 타계한 만화가 고우영 씨가 해석한 삼국지는 지금까지도 명작의 반열에 꼽히기도 합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삼국지를 보다』는 그런 베스트셀러 삼국지에 대한 해설서이자 주석서 정도가 될 듯 합니다. 작가 스스로는 이 책을 ‘삼국지에 대한 오마쥬’로 불리길 원하고 있으며, 실제 내용도 그러합니다. 삼국지의 배경이 된 후한 시대의 정세와 역사적 배경, 주요 등장 인물들의 소설과 현실역사상 차이, 도원결의, 삼고초려, 적벽대전 등의 명장면 설명 등이 주요 내용을 구성합니다. 그냥 여기쯤이라면 이 책은 그저그런 삼국지 해설서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유독 다른 해설서보다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는데, 바로 그림입니다. 책에는 한, 중, 일 3국이 각기 자국의 개성이 묻어나게 그린 다양한 삼국지 관련 그림들이 수록되어 있고 그림마다 해석이 달려 있습니다. 관우를 신으로 모시는 한국의 무당들이 그린 무속화 속 관우는 붉은 얼굴과 눈꼬리가 더욱 강조되어 무서움을 풍기고(그림 1), 중국 강소성 소주의 민화 속에 그려진 유비는 겁쟁이입니다.(그림 2) 같은 주제, 같은 이야기지만 그 이야기의 쓰임새와 나라의 특징은 이렇게 반영됩니다. 아래 <그림 3>에서 같은 인물인 장비를 다룬 한국과 일본의 차이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때로는 비례와 균형을 무시한 희화적인 그림으로, 때로는 6장짜리 병풍 전체가 삼국지 중 하나의 장면을 이야기하는 흐름을 가진 형태로, 때로는 숭배의 대상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그림들을 찾아 보고 각국이 가진 그림들의 차이를 비교해 보며 그 그림들이 묘사한 삼국지의 장면을 생각해 보는 것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즐거움입니다. 책에 삽입된 그림들은 일반 민화, 중국 소설본의 삽화, 무속화, 일본 우키요에, 병풍 그림, 현대 수묵화와 만화에 이르기까지 시공간과 장르를 넘어 다채로움을 자랑합니다. 저자는 거기서부터 삼국지에 대한 각국의 입장과 당대의 인식을 새롭게 가져가며, 다채롭게 각색된 여러 판본의 삼국지를 한 번에 읽는 듯한 즐거움을 독자에게 선사합니다.

그림은 그림으로만 놓이지 않고 그림을 통해 당시의 상황을 다시 한번 재현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대부분의 고전 회화가 이야기를 한 폭의 그림 안에 담으려 했던 형태를 되살려 그림을 통해 저자는 삼국지의 주요 장면들을 글로 풀어내고 이야기를 복원시키며, 그 이야기의 실제 배경이 된 사건을 역사적으로 짚어본 뒤 역사와 소설상의 차이를 정리하는 구조로 대부분의 장들을 마무리합니다. 삼국지 자체 내용을 아직 읽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조금은 혼란스러울 수 있을 정도로 주제와 이야기는 폭이 넓은 걸음을 보입니다만, 이는 또한 삼국지를 잘 아는 독자들에겐 그만큼의 즐거움입니다. 삼국지 해설서답게 눈길을 끌 만한 관련 지식들도 박스 형태로 다양하게 실려 있습니다. 적벽대전 당시 아군 전선을 모두 사슬로 묶어 화공에 의한 패배를 자초했던 조조군의 경우, 실제로 조조가 그렇게 아둔했을까 하는 의혹이 지금도 끊이지 않는데, 최근에 진행된 고고학-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조조군의 결정적 패인은 화공이 아니라 당시 장강 부근에 유행했던 ‘주혈흡충성 금성감염’이라는 기생충류에 의한 것이었음을 이야기합니다. 그밖에도 아시아에서 신격으로 모셔지는 관우가 중국에서는 재신(財神)으로, 한국에서는 무속인의 몸주신으로 자리잡은 차이점, 동대문 근처에 있는 관우를 모신 사당 동묘, 목우 유마의 실제 형태 탐구 등의 내용들이 눈길을 끕니다. 삼국지에 대한 다채로운 해설서들이 다 그렇듯이 이 책 또한 쉽게 ‘어떠한 책이다’라는 말을 꺼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풍부한 그림과 삽화들로써 전해지는 느낌은 현대의 삼국지도 아니고 실제 중국 후한시대의 삼국지도 아닌, 그 이후의 송, 명, 청 등 중국 여러 나라와 고려, 조선, 일본의 여러 막부들 같은 후대의 역사 속 일반 서민들이 접했던 삼국지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는 정도의 느낌입니다. 영웅 호걸들의 장대한 드라마는 어느 시대에나 인기있는 이야기였고, 우리는 글보다는 당시대가 그렸던 그림을 통해 그 시대가 받아들인 삼국지를 봅니다. 제목이 ‘읽는’ 것이 아닌 ‘보는 삼국지’임을 강조한 것은 아마도 그런 부분이 아니었을까요? ------------------------------------ ‘삼국지를 보다’는 어떤 책? 동아시아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역사 판타지물인 삼국지를 받아들인 한, 중, 일 삼국의 반응은 각기 남다르다. 웅장한 스토리와 장대한 드라마를 각기 자국만의 느낌과 스타일로 받아들여 재창조한 한, 중, 일 각국만의 삼국지 스토리와 그림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비교하면서 삼국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한다. 다양한 입장과 시각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된 삼국지의 여러 판본과 번역본, 관련 연구서들의 내용을 인물, 사건, 주제 등 각각의 테마 속에서 엮어내 삼국지에 대한 다양한 입장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각국의 개성넘치는 민화와 판화, 삽화로 등장하는 삼국지의 주역들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알 수 있다. ------------------------------------ 작가 김상엽은 누구? 현재 인천국제공항 문화재감정관,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건국대에서 역사학을 공부하고, 홍익대 대학원에서 미술사(한국회화사)로 석사를,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예술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영산대 겸임교수, 한국미술연구소 연구원, 서울역사박물관 유물평가위원을 역임했다. 저서로 『소치 허련』, 편저로 『경매된 서화』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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