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입니다. <채널예스>는 ‘책의 날’을 맞아, 특색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와 잡지사를 만나보고, 양서를 추천합니다.
독립잡지,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닐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인디 문화가 활발해지면서 독립잡지가 등장했다. 특히 요즘은 간간히 ‘독립잡지의 전성기’라는 말도 들린다. 2013년에 들어 독립출판 방식으로 세상에 나온 책은 한해 1,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독립잡지만을 다루는 전문서점도 있다. 대체 독립잡지가 무엇이길래 많은 이들이 만들고 읽고 찾는 것일까? 흔히들 출판물이라고 하면 일정한 두께의 책과 유명한 잡지들을 떠올린다. 그런 사람들에게 독립잡지는 불편할 수도 있다. 독립잡지에는 정해진 크기, 주제, 명사가 없다. 자유로운 태생 덕분에 그 속에는 기성 잡지들이나 출판물이 다루지 못한 개성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명칭들을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포스를 자랑하는 세 잡지 편집장들의 회동 자리에 <채널예스>가 함께했다. 그 세 잡지는 바로 <월간 잉여>, <계간홀로>, <9여친북스>. <월간 잉여>는 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 월간 잡지로 2012년 2월 창간해 15호까지 나왔다. 잉여들이 만들어가는 대안적 삶의 방식과 사회의 단면들을 여러 시선으로 다룬다. <계간홀로>는 전방위, 무정형, 비연애인구 전용잡지다. 2013년 2월 14일에 25년 동안 연애를 하지 않으면 학이 된다는 속설에 분노한 편집장이 ‘연애하지 않을 자유’, ‘선택하지 않는 선택’을 논하며 창간했다. 2013년 5월 5월에 나온 <9여친북스>는 이별 후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구여친’들을 위한 잡지다. 편집장이 실제로 이별을 겪고 제작한 이 잡지는 우리가 한 번쯤은 느꼈을 감정으로 가득하다.
<월간 잉여>의 잉집장, <계간홀로>의 짐송, <구여친북스>의 팜므팥알. 이 세 편집장의 유쾌한 독립잡지 만담 대결을 최대한 절제해서 다뤘다. 하지만 이 만담 인터뷰를 읽다 보면 필시 이 잡지들 내용이 사실일까, 궁금해질 것이다.
특색 있는 만큼, 특별한 출간 배경
지금 나라서 잘할 수 있는 일이, 잡지를 만드는 일이었다
채널예스: 어떻게 이렇게 무턱대고 독립잡지를 발간할 생각을 하셨어요?
팜므팥알: 잡지를 내기 전에 절망북스라는 출판모임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거기서 『사표』라는 책이 나왔을 때, 두 번 정도 투고를 했어요. 그러면서 절망북스 편집장님한테 추천을 받았어요. 그때, 마침 바로 차인 직후여서 에너지 포텐이 터졌어요.(웃음) 직업 때문에 줄곧 출판계에 있었지만, 독립잡지는 처음인지라 구체적인 개념 없이 시작했죠. 저는 <9여친 1집> 초판으로 30부만 냈어요. 이걸 누가 사냐는 심정으로 냈거든요. 누가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겠어요. (일동 웃음) 근데 이틀 만에 다 나가고 많은 요청을 받아 2쇄, 3쇄를 냈어요.
잉집장: 출판사 다니면서 답답해서 내신 건 아니고요?
팜므팥알: 그것도 무시 못하죠. 누군가에게 컨펌 받을 필요 없고, 눈치 받을 필요 없어서 좋았어요.
잉집장: 저 같은 경우에는 제 자신이 ‘잉여’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습니다. 2012년 2월부터 작업했는데, 그때 저는 언론사 준비를 2년 동안 하면서 줄줄이 낙방했던 상태였어요. 정말 ‘잉여’였죠. 거기에 연말과 연초를 거치며 마음이 심란했어요. 제 자신이 잉여라는 자의식도 많이 커졌었죠. 그러다가 장범준 씨를 보면서 결심하게 됐어요. 그가 남긴 유튜브 영상을 부스러기 주워먹듯 보면서, ‘내 부스러기를 이 세상에 남기면, 그 즉시가 아니더라도 어느 누군가가 언젠가 보고 영향을 받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어요. 전 세상이 바뀌려면 먼저 사람들의 생각이 변화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래서 그 생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서 하나의 방법으로 언론인이 되고자 했었죠. 하지만, 언론인이 되지 않더라도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리고 나라서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란 믿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시작했죠. 주위에 ‘언시잉여’들이 많아서 <월간 잉여>를 만들어줄 ‘잉재’들이 넘쳤어요. (일동 웃음) 거기에 SNS로 판을 깔았더니 많은 분이 기고하셨어요. 거기에 운 좋게도 ‘잉여’가 시대 정서에 맞아떨어져서 많은 언론에 알려졌죠. 그렇게 아신 분이 기고해주시는 등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면서 창간호에서 15호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짐송: <계간홀로>의 창간 계기는 두 가지의 ‘빡침’입니다. 첫 번째 빡침은 ‘세계에서 가장 장수한 할머니의 인터뷰’였어요. 그 장수의 비결이 ‘한번도 남자를 만나지 않은 것’이라고 하셨어요. 남자를 만나지 않아 안정적인 정신 상태 유지하고, 육체적 소비를 겪지 않았다는 나름 신박한 주장! 그런데 베스트 리플이 ‘할머니 울지 말고 말해봐요.’였어요.
두 번째 빡침은 ‘대만 여성이 자기와의 결혼’ 기사의 베스트 리플이었어요. 기사 보니까 자기 혼자 부케 들고 행복하게 사진 찍었더군요. 이걸 보면서 세상을 향해 ‘유쾌하게 엿 먹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베스트 리플이 ‘그래요, 영원히 헤어지지 말고 잘 사세요. 고마워요.’인 거죠. (일동 웃음) 연애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연애를 해야 하는 상비군이고, 연애를 해야만 완성된 존재가 된다는 명제에 화가 났어요. 결국 솔로들을 위한 잡지가 없어 제가 만들었죠. 2012년 7월에 ‘솔로 전용 잡지’ 아이템이 나왔지만, 제가 컴맹이라 고전했어요. 포토샵 하다가 자꾸 터지고 깨지고. 그러다가 잉집장님 인터뷰를 봤어요. 그 인터뷰에 첫 호를 한글로 내셨다는 문장을 보고 영감을 받았죠. 그 밖에도 주변 학회지 내시는 분 의견도 묻고, 인쇄소에서 자문도 구하면서 시작했어요.
잉집장: 사실 그거 포토샵으로 냈어요. 기사가 잘못 나갔어요. 이렇게 잘못된 기사로 새로운 잡지가 나오네요. 저 역시 장범준 씨의 부스러기 주워먹다가 잘못된 행보를 걷네요. (일동 웃음)
없다고 믿고 싶어하는 존재들을 다루다
당신의 빡침을 응원하는 잡지
잉집장: <계간홀로> 출간 이야기 하면서 나온 ‘빡침’이라는 감정이 사실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시도 때도 없이 빡치는 건 이상하지만, ‘빡침’은 어느 정도 필요한 정서인 것 같아요. 화내야 할 것에 화내지 않고, 너무 순응하거나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있잖아요.
짐송: 저희 세 잡지가 다루는 ‘잉여’, ‘솔로’, ‘구여친’이라는 주제는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사회에서 당연히 없다고 믿고 싶어하는 존재거나 혹은 소외된 이야기네요. 사람들이 공론화하여 이야기 안 해주고, 해주는데도 없고, 설사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거나 의도하는 바와 다른 것으로 소비되는 감이 있어요. 실제로 <월간 잉여>가 나오기 전후로 ‘잉여’에 관한 호명이나 인지가 지금과 다르잖아요.
팜므팥알: 저희가 다루는 주제는 누구에게나 자신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그런데도 우리가 말하는 이야기를 ‘불쌍한 시선’으로 보더라고요. 제가 오프라인 마켓에 나가서 <9여친 1집>을 팔았던 경험이 있어요. 손님들 중 흥미 있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커플들이 오면 좀 그렇더라고요. 남자친구 분이 여자친구 분에게 “보지마.”라고 해요. 마치 그들을 ‘헤어지게 만드는 부적’처럼 잡지를 보시더라고요. 잡지 만드는 계기에 관해서 물으시고는 절 비웃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평생 갈 줄 아냐?”라고 해주고 싶어요.
짐송: 니네도 언젠가는 깨질걸?(웃음)
원하는 독자도 독특할 수밖에
채널예스 : 그럼 세 편집장 분들은 원하시는 독자 타입이 있으세요?
팜므팥알: 세일즈 시간이에요?(웃음) 저는 타깃 독자는 확실했어요. 구여친들이죠. 그런데 신기하게 남자분들이 사갔어요. 구여친의 속내가 궁금한가 봐요. 그래서 3쇄는 표지를 핫핑크로 찍으려고 계획했는데, 다들 말리셨어요. 핫핑크 표지로 찍게 되면 완전 여자 영역으로 넘어간다고. 트위터로도 남자 독자들이 여자 독자들보다 훨씬 더 많이 멘션이 와요.
잉집장: 저도 여잉추(http://ingchu.com/xe/ )라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해서 공감해요. ‘여기 잉여 추가여’라는 뜻이지만 ‘여성 잉여들에게 추천합니다’라는 뜻도 되는 2030 여성들을 위한 사이트였어요. 근데 이상하게 남자 잉여들이 더 많아요. 그래서 ‘남잉추’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일동 웃음) 여성 커뮤니티를 엿보고 싶은 심리가 있어서 남자들이 접속하는 것 같아요.
채널예스: 그럼 <월간 잉여> 독자는 대부분 ‘잉여’분들이실까요?
잉집장: 잉여도 많죠. 제가 말하는 잉여는 사회과학 서적에서 다루는 계급적인 잉여, 생애주기적 잉여 등으로 분석되는 존재가 아니에요. 저는 ‘잉여’라는 정서를 느끼냐 마느냐. 이런 추상적인 범주로서 잉여를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래야 연대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잉여’라는 뜻은 결국 ‘쓸모없음’으로 도출되는데요. 그것이 안 쓰인 것이든 쓰고 남은 것이든 결국 잉여라는 정서를 가진 사람들이 <월간 잉여>를 보면서 연대를 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안을 얻고, 사소하거나 큰 통찰이나 성찰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만들고 있죠.
짐송: 첫 번째 타깃 독자는 ‘비연애인구’, 두 번째 추천하고 싶은 독자는 ‘오지라퍼’. 친구 연애 안 하는 걸로 고나리질하는 고나리자들이요. 그 다음에는 낯선 말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요. ‘또라이 아니야?’하고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지?’하고 반응하는 사람들이 <계간홀로>의 잠정적인 독자인 것 같아요. 원하는 독자는 딱히 없지만, 저는 도덕적으로 해이한 분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도덕적으로 완성된 분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자기가 틀렸다고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는, 도덕적으로 무결점인 상태인 사람들은 숨막혀요.
잉집장: 아, 저는 재미있는 사람이 좋아요. 특히 ‘연서복’ 트위터 계정 운영자 같은 분들이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은 권태에 지지 않고, 버텨 나가는 태도를 지닌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월간 잉여>를 읽는 독자들은 재미있으면서도 열린 태도를 지녔으면 좋겠어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세 명의 편집장, <계간홀로>짐송, <9여친북스> 팜므팥알, <월간 잉여> 잉집장
독립잡지는 기존 출판과 다르다, 글쓰기로 자신을 표현하는 세대
채널예스: 독립잡지가 기존 출판계에 의미하는 바가 있을까요?
팜므팥알: 아예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독립잡지 쪽으로 신선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아직 기존 출판계에서는 ‘이게 책이야?’라고 의문을 품는 분들이 대다수에요. 제가 일했던 출판사에서 <9여친 1집>을 돌렸었어요. 다들 책이라고 생각 안 하시더군요. 기존 출판계에서는 ‘출판’의 진입장벽을 높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독립잡지를 기존 출판물과는 다른 매체라고 상정하는 경향이 커요. 사실 이 경향은 위험한 것 같아요. 언제든지 호환될 수도 있거든요.
잉집장: 근데 전문가들이 공을 들여 디자인적 완성도와 편집적 완성도를 꾀한 책과 독립잡지를 동등하게 비교할 수 있을까요? 독립 출판물, 이 담백한 팩트로만 봐야 해요. 출판사는 사장 및 마케터, 편집장 등 여러 관계들이 있어요. 관리자가 독립잡지에 관심이 있다면, 자극제나 예시로 활용되더군요. 편집자는 이런 필자나 저자, 텍스트를 발굴해가요. 그 밖에도 독립잡지가 의미하는 바는 하나의 개념으로 접근하긴 힘들어요.
채널예스: 20대 젊은 청년들이 책을 안 읽지만, 독립잡지를 통해서 직접 잡지를 만들거나 읽는 추세가 증가하는 것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잉집장: 독립잡지의 흥행 중심엔 기술의 발전이 있죠. 인쇄 기술은 물론이고 예전에는 홍보엔 거금을 들었다면, 요즘은 SNS를 통해서 충분히 가능해요. 그리고 유통망도 달라졌고요.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자신의 콘텐츠를 만들거나 SNS와 다르게 물리적으로 생각을 잡아두고 싶은 욕망이 가장 큰 것 같아요.
짐송: 요즘 ‘1인 글쓰기’가 인기잖아요. 사람들이 글쓰기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같아요.
‘공감’ 받는 콘텐츠와 편집장이라는 인간의 ‘사리사욕’ 사이
윤종신, 이송희일, 장범준을 인터뷰하고 싶다
채널예스: 세 독립잡지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코너가 있으신가요?
짐송: ‘제가 한 번 해봤습니다’ 중에서 장희빈 묘에서 학춤 춘 코너요. 연애 관련 속설을 제가 직접 경험하는 코너에요. 잡지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뜨악스러움’과 제일 부합해요. 하지만 코너 3회 만에 소재가 벌써 떨어졌어요. 다음주에 부케 받는 것도 이 코너 때문에 하는 거에요.(웃음)
팜므팥알: 독자들에게 가장 공감 많이 받았던 콘텐츠는 ‘구여친의 ‘구’는 비둘기 ‘구’’라는 거요. 제가 가장 애착이 가는 건 구남친과의 인터뷰를 기획하려고 했지만, 그가 결혼하면서 실패하는 실제 경험담이에요.
잉집: 그 호의 스폐셜, 각잉각색, 잉터뷰, 문화 스포츠 이렇게 네 가지 코너를 다루는데요.독자들마다, 그 호마다 좋아하는 코너가 좀 달라서 뽑긴 힘들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는 건 ‘잉터뷰’죠. 사리사욕 제하면 ‘각잉각색’의 글을 투고해주시는 게 가장 감사하죠.
채널예스: 사리사욕 담뿍 담아 인터뷰하고 싶은 명사는 있으세요?
팜므팥알: ‘구여친 플레이 리스트’에 윤종신 씨 노래 많아요, 그래서 윤종신 씨요. 이별의 찌질함을 어떻게 노래에 다 담을 수 있는지 궁금해요. 사심으로는 임시완 씨요.
짐송: 이송희일 감독님을 만나 보고 싶어요. 솔로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무척 재미있게 다루더라고요. 컨택했는데, 시나리오 때문에 바쁘시더라고요. 인터뷰가 안되면 감독님의 주옥 같은 트윗만이라도 올리고 싶어요. 변영주 감독도 인터뷰하고 싶고요.
잉집장: 시의성과 상관 없이 사심으로 뽑자면, 장범준 씨, 홍진호 씨, 박찬욱 감독. 김형태 씨에게도 질문하고 싶은 게 많아요.
편집장들의 은밀한 고충
채널예스: 잡지를 계속 출간하면서 힘든 점, 또는 편집장으로서 가지는 고충이 분명 있죠?
잉집장: 인쇄비가 제일 힘들죠.(다들 동감) 후원도 받지만, 잡지를 판매처에서 팔고 있어요. <월간 잉여>가 4,800원인 까닭은 최저임금보다 낮게 책정하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2014년 최저입금이 5,210원이지만 굳이 올리진 않으려고요. 그리고 굳이 꼽자면 ‘월간’이란 타이틀의 압박? 초기에 심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천천히 내더라도 제대로 낸다, 세상에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잡지를 내려고 합니다. 한 호를 내더라도 클래식으로 만들고 싶어요. 편집자로서의 고충은 원고를 거절해야만 할 때요. 글을 보내주셔서 너무 감사하지만, 이미 다뤘던 이야기거나 그 호에 비슷한 주제가 많이 나왔을 때는 거절해야만 하죠.
짐송: 사적인 것에 관한 호기심이 힘들어요. 사람들이 절 만나면 “모쏠이세요?”, “진짜로 한 번도 안 사귀어 보셨어요?”라는 질문들을 많이 하세요. 대답을 해도 안 창피하지만, <계간홀로>로 계속 말해왔는데 직접 들으니 힘들더라고요.
팜므팥알: 저는 인쇄 비용이 벅차서 잡지를 신청하신 분들께 선입금을 받았어요. 후원 없이는 힘들죠.
(왼쪽부터 차례로) <9여친북스> 팜므팥알, <계간홀로> 짐송, <월간잉여> 잉집장
독립잡지, 독자들과 함께 가는 미래를 꿈꾸다
채널예스: 앞으로 세 독립잡지가 언제까지 얼마나 찍을지 모르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과 미래를 살짝 말씀해주세요.
팜므팥알: 딱히 방향과 미래는 없어요. 하고 싶을 때까지 할 거고, 같이 재미있으면 돼요. 제 스스로의 발전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글을 더 눈 여겨 보게 되고, 넓어지는 시선이요.
잉집장: 화려하고 장렬하게 끝나는 것보다 가늘고 길게, 지치지 않게 가고, 재미있게 가는 과정이었으면 해요. 1인 출판은 정기간행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독자 분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죄송하죠. 하지만,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부탁 드리고 싶어요.
짐송: 저도 계절마다 내려고 애를 쓰다가 가을호 낼 쯤에 피곤해서 뻗었어요. 더 이상의 유머가 남아 있지 않으니까 원고도 견디기 힘들어졌어요. 물론 정기적인 발간도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손에 걸려 있는 독립잡지 특성상 본인이 자기를 지키면서 꾸준히 내는 게 중요하죠. 그리고 독립잡지에서 독자는 참 중요해요. 띵킹버스나 냄비받침 등도 텀블벅과 같은 펀딩 사이트에서 후원을 받았던 걸로 알고 있어요. 제작 단계에서부터 독자들이 참여를 하니, 독립잡지가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시죠. 때문에 독자는 후원한 독립잡지가 자기 책 같아요. 그래서 피드백도 빠르고요.
잉집장: 독립잡지에서 독자-편집장의 관계는 소비자-판매자의 관계가 아니라 공동체적 관계로 다가갔으면 해요. 함께 가는 것, 공동체를 만드는 것, 관계를 넘어 연대를 이루는 것이 중요해요.
잡지를 읽고 소비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잡지를 모두가 만들고 생산할 수 있다는 꿈. 그 꿈을<월간 잉여>의 잉집장, <계간홀로>의 짐송, <9여친북스>의 팜므팥알, 세 편집장 모두 꾸고 있었다. 누군가의 꿈을 엿보고 그 꿈을 공유하면서, 연대를 하며 나아가는 그 길목에 서 있는 독립잡지들. 그 속에 있는 내밀한 공동체와 마주하고 싶다면, 지금 독립잡지를 찾아보자. 수많은 독립잡지 중 당신의 취향이나 공감, 일상을 저격할 잡지 하나쯤은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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