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 시인의 책장
김승일 시인이 요즘 애정하는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생명력 전개』, 『미래의 손』, <그리즐리 맨>, 『코다마 마리아 문학집성』.
글 : 김승일
202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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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

남현지 | 창비

 

누군가의 건강을 바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실 건강이 뭔지도 모르겠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의사라고 할지라도, 내가 백날 기도한다고 해서 그가 건강해지지는 않는다. 남현지의 <온 우주가 바라는 나의 건강한 삶>을 읽으면 당신은 온 우주에 속하게 된다. 당신은 남현지의 삶이 건강하기를 바라게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 남현지의 시에 등장하는 화자에게 말을 걸고 싶다. 하지만 역시 말을 걸지 않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가 혼자 배회하는 것을 즐기는 화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게 예의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를 도와야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역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답시를 쓰는 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직접 건네지는 않을 것이다. 2025년 올해의 시집으로 선정.


 


생명력 전개

임승유 | 문학동네

 

임승유의 화자는 고압적이지 않고, 교조적이지 않고, 확신이 없고, 부정당하고, 사랑에 대해 말하고, 중요한 것을 까먹는다. 자기가 누구인지 알려고 해서, 시집을 읽는 나도 당신이 누구인지 알려주려고 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나는 내가 임승유 시인의 화자를 신뢰하게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미더워서 황당한 시집.

 




미래의 손

차도하 | 봄날의책

 

한없이 자유롭기를 바라는 사람은 참 속 편한 바보다. 완전히 자유로우려면 모든 걸 버릴 수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이 사람은…… 이 자유에 미친 바보는 너무 영리한 것 같은데. 사랑스러운 것 같은데. 목소리가 좋은 것 같은데. 혹시 자기가 가진 게 뭔지 모르나? 아니야. 모를 리가 없지. 그럼 왜 날아가고 있지? 천사처럼 선녀처럼. 아니, 누구처럼도 아니야. 2024년 올해의 시집으로 선정.

 



<그리즐리 맨>

베르너 헤어조크

 

영화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는 내 롤모델이다. 생에 첫 롤모델이었고 다른 롤모델은 없었다. 나는 그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이 멸망하는 순간에도 무언가를 찍고 있을 사람이다. 아마도 헤어조크는 자기처럼 세상이 멸망하는 걸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을…… 찍을 것이다. <그리즐리 맨>은 자기가 야생곰을 보호한다고 믿었던 사람, 알래스카 국립공원에서 곰하고 살았던 사람, 티머시 트레드웰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티머시 트레드웰은 곰을 촬영했다. 그리고 곰에게 죽임을 당하고 잡아 먹혔다. 헤어조크는 티머시가 촬영한 영상을 본다.

 



코다마 마리아 문학집성
미시마 요시하루 | AK 커뮤니케이션즈

 

말하는 방식이 세상을 결정한다. 말머리가 세상을 결정하고, 어미가 세상을 결정한다. 세상은 계속 다르게 결정된다. 너를 결정하는 것은 네가 말하는 방식이야. 난 분명히 그렇게 말했는데, 너는 네 방식이 아니라 내가 말한 방식대로 존재한다. 그것이 사랑인가? 사랑은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군. 사랑은 탄생하라. 문학의 모든 것을 훔쳐서 그린 만화. 읽는 내내 압도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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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손

<차도하>

출판사 | 봄날의책

코다마 마리아 문학집성

<미시마 요시하루>

출판사 | AK 커뮤니케이션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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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일

2009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데뷔. 시집으로 『에듀케이션』,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항상 조금 추운 극장』, 산문집으로 『지옥보다 더 아래』가 있다. 2016년 현대시학 작품상. 2024년 박인환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