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란 마케터의 책장
조아란 마케터가 요즘 애정하는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첫 여름, 완주』, 《말줄임표》,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서재로36".
글 : 조아란
2025.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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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김경미 | 민음사


내가 추천했고, 무려 찰스엔터가 리액션해서 화제가 된 시집이 있다. 바로 김경미 시인의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유쾌하면서도 쓸쓸하고, 슬프면서도 웃긴 아이러니가 가득한 시집이다. ‘시는 어렵다’던 찬미의 박장대소와 눈물 찔끔 리액션을 동시에 이끌어낸 시들이 한가득이다. 시가 아직 낯설지만 한 번쯤 경험해 보고 싶었던 독자들에게도 분명 좋은 시작이 되어줄 것.


살아있는 게 너무 재밌어서

아직도 빗속을 걷고 작약꽃을 바라봅니다

몇 년 만에 미장원엘 가서

머리 좀 다듬어 주세요, 말한다는 게

머리 좀 쓰다듬어 주세요, 말해 버렸는데

왜 나 대신 미용사가 울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취급이라면」,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첫 여름, 완주』

김금희 | 무제


여름이 막 시작되는 지금, 민음사 마케터인 내게 이 시기는 매년 일의 성수기다. 민음북클럽 오픈과 도서전 준비가 이어지며 독서량은 자연스레 비수기를 맞는다. 그럼에도 ‘무언가는 읽어야 하는 사람’으로서 귀를 의심하게 만든 작품을 만났다. 박정민 배우가 대표로 있는 무재 출판사의 듣는 소설 시리즈 첫 작품, 『첫 여름, 완주』. 이 오디오북을 듣는 순간, 어린 시절 마르고 닳도록 들었던 명작 테이프들과 함께 잊고 있던 ‘듣는 이야기’의 감각과 감동이 되살아난다. 대표님의 인맥을 총동원한 익숙한 배우들의 목소리로 김금희 작가의 신작 소설을 듣는 이 즐거움, 올여름 절대 놓치지 마시길.

 


 

(돌아온)말줄임표》 | 팟캐스트


민음사TV의 시작을 함께했던 화진‧기현 편집자 콤비의 ‘말줄임표’ 시리즈가 6년 만에 팟캐스트로 돌아왔다. 민음사의 첫 팟캐스트 시리즈 역시 ‘말줄임표’로 시작하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이제는 각각 신춘문예와 이상문학상으로 데뷔한 소설가 콤비이기도 한 화진, 기현. 기대하며 첫 편집본을 가장 먼저 들으며 든 생각은 “이번에도 말은 줄일 수 없겠구나”였다. 장난기 있으면서도 깊이 있고, 엇박 같으면서도 편안한 둘의 대화를 다시 이렇게 들을 수 있어 반갑다. 매달 한 권의 주제 책과 더불어 ‘좋아서 하는 책 이야기들’로 채워질 민음사의 첫 팟캐스트 《말줄임표》. 5월 20일 화요일을 첫 시작으로 매달 셋째 주 화요일 오전 8시, 애플 팟캐스트와 팥빵에서 공개된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리며.



 

<핫스팟: 우주인 출몰 주의> | 드라마

넷플릭스


나와 함께 일하는 지극히 평범한 동료가 사실은 외계인이라면? 후지산이 보이는 한 관광 소도시의 호텔에서 일하는 주인공 키요미는 어느 날, 동료 직원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사실은 그녀에게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 않는다. 마치 당연히 모태 솔로일 거라 생각했던 동료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처럼, 약간의 의심과 놀라움만을 일으킨다. 이런 분위기를 눈치챈 소심한 외계인 동료는 오히려 발끈하며 동전을 구부리는 묘기(?)로 자신의 정체를 증명하려 하고, 이에 그의 몇 가지 소소한 능력들이 조금씩 드러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놀라기는커녕 능청스럽게 각자의 사적인 고민과 민원을 그에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하기 시작하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짠하고 찌질한 능력자 외계인과, 의리는 있지만 꽤나 뻔뻔한 인간 친구들이 함께하는 잔잔, 유쾌, 기묘한 감성의 시리즈.




 서재로36 | 유튜브


유튜브에서 내가 꾸준히 즐겨보는 장르가 있다면 단연 여행 콘텐츠다.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의 하루" 채널처럼 이미 유명한 채널들도 좋아하지만, 요즘 특히 흥미롭게 챙겨보고 있는 건 "서재로 36" .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부룬디 입국’, ‘세계에서 가장 추운 도시, 야쿠츠크’,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 레소토’ 등 평소엔 여행지로 접하기 어려운 나라들을 찾아가, 그 지역의 역사와 현재를 차분히 전한다. 정보 전달과 브이로그 사이의 균형이 탁월해 다큐는 다소 진지하고, 일반 여행 브이로그는 이제 진부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채널.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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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란

민음사 마케팅팀에서 16년째 일하고 있는 마케터입니다. ‘인생일력’, ‘워터프루프북’ 등 실험적인 기획을 진행해왔으며, 민음북클럽과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을 더 재미있게 만드는 다양한 기획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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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미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비망록」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쓰다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실천문학사), 『이기적인 슬픔을 위하여』(창비), 『쉿, 나의 세컨드는』(문학동네), 『고통을 달래는 순서』(창 비), 『밤의 입국심사』(문학과지성사)가 있으며, 에세이집으로 『바다, 내게 로 오다』, 『행복한 심리학』, 『심리학의 위안』, 『그 한마디에 물들다』, 『너 무 마음 바깥에 있었습니다』 등이 있고, 노작문학상, 서정시학 작품상을 수상했다. 미국 아이오와대학 주최 [국제창작 프로그램(IWP)] 참여 작가로 선 정되어 활동했으며, 한국참여작가로는 처음으로 IWP 발행 웹진 [92st Meridian]지에 영역 시 2편이 수록되었다. 한라대학, 경희사이버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방송작가로 [별이 빛나는 밤에]를 시작으로 [명작의 고향] [양희경의 가요응접실] [전기현의 음악풍경] [노래의 날개 위에] 등 다수의 라 디오 프로그램 원고를 썼으며 한국방송작가협회 라디오작가상을 수상 (2007)했다. 현재 활발한 시작활동과 함께 KBS 1FM의 [김미숙의 가정음악] 라디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방송 오프닝에 소개되는 ‘가정음악을 위한 시’ 를 통해 애청자들에게 행복의 전율을 전하고 있다. 이 시집에 실린 시편 들은 매일 아침 9시면 어김없이 청취자들을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라디오 앞에 귀를 세우게 하던 바로 그 심미적 언어의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