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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와 프로파간다, 시장이 아닌 출판사가 주도적인 책 만든다

② 특색 있는 출판사를 찾아가다 시금치, 환경과 어린이 문제에 집중 프로파간다, 자율적인 에디터십을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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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든지 유행에 민감하지 않은 곳이 있겠느냐만, 책도 마찬가지다. 유행에 따라 뜨고, 지는 책이 있다. 유행을 좇으면 편하긴 하다. 그럼에도 유행과는 상관 없는 책을 내는 출판사가 있다. 유행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을 내겠다는 열정이 가득한 출판사가 한국에는 여럿 존재한다. 그중에서 시금치와 프로파간다를 빼놓을 수 없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입니다. <채널예스>는 ‘책의 날’을 맞아, 특색 있는 책을 만들고 있는 출판사와 잡지사를 만나보고, 양서를 추천합니다.

 

만화 『슬램덩크』에는 인상적인 장면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그중에서 한 장면을 꼽으라면, 채치수의 라이벌인 변덕규가 가업을 이어받기 위해 농구를 포기하는 대목이었다. 채치수와 더불어 도내 최고 센터를 다퉜던 그가 은퇴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대회에 진출하지 못한 것을 꼽을 수 있지만, 일본의 장인정신과도 상관있을 것이다. 물론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일본에는 100년을 버텨온 회사라든지 가게가 많다. 이러한 장인 정신은 일본의 출판에도 깃들어 있다.

 

이시이 유야 감독이 만든 영화 <행복한 사전>은 3대에 걸쳐 사전을 편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가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본에서는 대를 이어 책을 만드는 출판사가 꽤 있다고 한다. 뚜렷한 지향으로 책을 묵묵히 만들어 내는 출판계의 ‘장인 정신’은 한국에도 존재한다. 1편에서 다룬 사진전문출판사 ‘눈빛’이 그랬고 2편인 이 자리에서 소개할 ‘시금치’와 ‘프로파간다’도 마찬가지다. 두 출판사 모두 지향하는 바가 확고하고 좋은 책을 독자에게 소개해 가고 있다.

 

[도서출판 시금치] 환경, 어린이 문제에 주목한다

 

뒷골시금치.jpg

 

도서출판 ‘시금치’는 출판사 이름부터 독특하다. 시금치는 건강에 좋은 채소다. 시금치의 이런 성질을 염두에 둔다면 출판사가 지향하는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2004년 『짜고 치나 봅시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30여 종의 책을 냈는데, 환경문제나 유기농업에 관한 책이 주였다. 성인을 위한 책뿐만 아니라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책도 여러 권 냈다. 송영민 시금치 대표의 말을 들어 보자.

 

“저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만들고 싶은 꿈에서 출판사를 시작했어요. 조금 더 있어 보이게 말씀드리면요. 환경과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과 바로잡음이 '운동'인데, 그 운동의 의미와 필요성을 알리는 대중적인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나 전기, 수돗물, 쇼핑, 먹을거리로 어떻게 하면 땅을 덜 해치고, 사람을 비롯한 생명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풀기 위해 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죠.”

 

시금치는 1인 출판사다. 사장이 편집자이고 편집자가 마케터이다. 작년까지는 회계 업무까지 담당했다. 홀로 기획하고 책을 만들고, 홍보하기도 바쁠 텐데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고 한다. 바로 독자와 만남이다. 시금치에서 나온 책을 사랑하는 독자와 모임을 하고자 하는 게 송 대표의 바람이다.

 

2014년 상반기에는 스웨덴의 그림책 작가인 페르닐라 스탈펠트라의 그림책 시리즈를 한국에 소개할 예정이다. 죽음, 똥, 폭력 등 민감한 주제를 아이들 눈에 맞춰 표현한 작품 세 권을 준비 중이다. 그림 그리기 시리즈의 완성본으로 『생각이 쑥쑥 내 멋대로 미술탐험대』도 올해 나온다. 모스 신호를 배워 본다거나 엽서와 편지를 써 보기, 미술관 등을 다녀와 영수증을 붙여 보는 등, 의사소통에 관한 놀이까지 다루는 어린이 미술책이다.

 

* 시금치에서 낸 책

 

병원에 가도 아이들 병은 왜 오래갈까?(2009년)
요즘 아이들 중 일부는 병원에 가도 완전히 낫지 않아 약을 달고 산다고 한다. 이런 요즘 아이들의 실태와 그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육아상식을 담았다. 특히 부모들이 알아야 할 항생제 상식은 주의 깊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 항생제 남용으로 생기는 내성균이 얼마나 무서운지, 아이들이 세균 감염증에 걸렸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은지 등 실용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나는 나야 그렇지(2009년)
현재 한국은 철학도 입시 과정에 녹아들며, 인생이 아니라 논술 시험을 치기 위해 배운다. 이런 현실이 안타까워 어린이를 위한 참 철학 책을 고민했다. 그 결과가 이 책이다. 책은 15가지의 주제를 15가지의 이야기(철학동화)로 풀어냈다. 각 이야기 뒤에는 5~6가지의 ‘생각을 자극하는 물음’을 덧붙인다.

 

땡큐 아메바(2010년)
본격 토양 미생물 서적으로, 시금치의 자부심이 깃든 책. 땅에 사는 생물, 미생물들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큰 공헌과 기여를 하는지 깨닫게 해준다. 농사나 텃밭에 관심 없는 독자도 새로운 시각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부에서는 토양과 토양 먹이 그물에 관해 설명한다. 2부에서는 흙을 살리기 위해 토양 먹이그물을 어떻게 작동시킬 것인지를 알려준다. 유기농 텃밭과 정원을 잘 가꾸려면, 땅 위의 식물만 보아서는 안 된다. 발 아래 흙 속 세계를 알아야 한다.

 

[프로파간다] 시각문화, 하위문화에 집중한다

 

사무실 전경.JPG

 

프로파간다 출판사는 2007년 계간 <GRAPHIC>이란 그래픽 디자인 잡지를 창간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단행본을 본격적으로 출간한 지는 2년 정도. 계간 <GRAPHIC>은 ‘독립잡지’를 표방하는 잡지다. ‘독립잡지’에는 여러 의미가 있을 텐데, 직접 김광철 대표에게 들었다.

 

“자율적인 에디터십이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라는 얘기고, 상업적인 고려나 주류 출판의 흐름 같은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다는 뜻이죠. 이런 것들이 단행본 출판에도 여러모로 영향을 주는 듯해요. 아무튼, 프로파간다는 한국에서 가장 자기 중심적인(시장 중심적인 게 아니라!) 출판사 중 한군데일 겁니다.”

 

프로파간다는 크게 두 분야의 책을 낸다. 계간 <GRAPHIC>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각문화에 관한 책과 하위문화 성향의 각종 단행본이 그것이다. 얼핏 분야가 서로 달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율적인 에디터십을 추구하는 프로파간다의 고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프로파간다는 외부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한 출판 모델을 추구한다. 가령, 프로파간다는 내부에 디자이너가 없다. 대신 6~7명의 독립 디자이너와 일한다. 느슨하게 연결된 출판 공동체라 볼 수 있는데, 그 밑바닥에는 흥미로운 책을 내고자 하는 열정이 깔려 있다. 잡지를 내는 출판사고 단행본 중에서도 잡지 형식의 책이 많기에, 외부 취재가 많이 필요하다. 그래서 출판사 분위기는 다른 단행본 중심의 출판사보다는 다소 부산한 편이라고 한다.
 
곧 나올 책으로는 100여 년 동안 대중문화 속에서 대중을 매료시켰던 탐정들 110명을 다룬 『탐정사전』(김봉석, 윤영천, 장경현 지음)이 있다. 그 외에도 팝 컬쳐와 하위문화, 시각문화 분야의 독특한 전문서가 계속 나올 예정이다.

 

* 프로파간다에서 낸 책

 

연필 깎기의 정석(2013년)
책을 만든 출판사도 크게 인기를 얻으리라고 기대하지 못했던 책. 제목 그대로 ‘연필 깎는 법’을 알려준다. 실제로 연필을 대신 깎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는 뉴욕의 만화가이자 연필 깎기의 장인 데이비드 리스. 저자는 이 책에서 각 도구별로 가장 완벽하게 연필을 깎는 법을 설명한다. 주머니 칼을 사용한 방법을 비롯해 외날 휴대용 연필깎이, 다구형 휴대용 연필깎이, 이중날 회전식 연필깎이 같은 연필 깎는 도구를 이용한 방법 등 연필 깎는 법은 다양하다.

 

좀비 사전(2013년)
대중문화평론가와 저널리스트가 만나 정리한 좀비에 관한 지식 사전이다. 좀비는 우리의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사전은 조지 A. 로메로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에 나오는 허우적거리는 ‘오래된’ 좀비부터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최신’ 좀비까지 시대에 따라 변천해 온 좀비 유형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대중문화 속에서 나타난 여러 유형의 좀비와 현상을 분석한다.

 

젊은 목수들(2014년)
우리나라의 새로운 가구 제작자 10명을 다룬다. 디자인 중심의 가구 스튜디오를 대상으로 했다. 서울과 근교에 위치한 이들 스튜디오를 방문해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책에 나오는 가구 공방은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문을 연 창작 중심의 스튜디오이며, 가구 디자인과 제작을 겸하는, 디자이너이자 목수인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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