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은 길을 잃고 혼란스러워하며 자신과 단절된 느낌을 받게 되는 정서적 학대의 한 형태다. 다른 사람을 조종해 기억, 인식을 비롯해 스스로의 정신 상태마저도 의심하도록 만든다.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외에도 부모 자식 사이, 연인이나 부부 사이, 친구나 지인 사이 등 이미 우리 일상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연인에게서 극심한 가스라이팅을 경험한 저자는 그 고통이 얼마나 심각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우울증과 공황 발작까지 겪었으며, 수년이 지난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저자는 그러한 경험을 SNS에 공유해 4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같은 상처를 지닌 사람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가스라이팅을 극복하고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와 그 경험을 공유하는 인플루언서로서 성공한 긴 여정을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에서 공개한다.
아직 알리사 님을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작가 알리사입니다. 하루아침에 잘 다니던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저는 '작가'라는 호칭 너무 마음에 듭니다. 안 그래도 얼마 전에 SNS에 "'작가님'이라고 불리는 게 좋다",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의 주인공 직업은 모두 '작가'였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어요.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를 집필하게 되신 계기가 '가스라이팅'이라고요?
10년 전만 해도 '직장 내 괴롭힘'과 '가스라이팅'이 너무 당연한 분위기였고, 가스라이팅을 하는 사람도 당하는 사람도 '조직 문화'라는 이유로 정당화했는데요. 마지막 회사에서 나오기 전까지 10년 내내 직장 내 가스라이팅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그 회사에서 퇴사를 하게 된 이유도, 직속 상사의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다가 갑자기 찾아온 공황 장애로 인한 결과였습니다. 그 계기를 저는 오히려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는 이 '가스라이팅'을 오히려 역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하셨어요. 무슨 뜻인가요?
보통 '가스라이팅'이라 하면, 이겨낼 수 없는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대방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망가졌다고 이야기를 하죠. 물론, 가해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기에 상대방이 원인인 건 맞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네가 그걸 어떻게 한다고 그래? 너한텐 그런 능력이 없어"라고 무시할 때, "맞아, 나에겐 그런 능력이 없지"라고 포기하는 건 나 자신임을 알아야 합니다. 많은 분이 잘 모르고 있는 부분이 사람들이 가스라이팅을 할 때 "그 말이 맞아"라고 받아들이는 게 아닌, 상대방이 한 말에 반대로 행동을 하면 내 삶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인데요. 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누군가가 가스라이팅을 할 때 그 말을 인정하기 싫어서 들은 말과 반대로 행동한 덕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스라이팅을 역이용하자"라고 주장하는 것이죠.
퇴사를 강요하는 건 아니라고 하셨지만, 이 책을 읽다 보니 결국 퇴사가 답인 것 같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는데요. '나다움'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말씀하시는 거죠?
단순히 가스라이팅이나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상황을 피하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퇴사는 답이 아닙니다. '나'라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나의 가치관을 알지도 못한 채 퇴사 후 다른 회사에서 같은 상황을 겪는다면 이전보다 더 심하게 무너지기 때문이죠.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퇴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라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1순위가 되어야 하고, 상대방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내면의 단단함을 키워야 합니다. 반대로 이 회사에서 내가 취할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취하고, 회사에서의 기회를 활용해서 내 성장에 더욱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나'라는 사람에 집중해서 살다 보면 자연스레 나 자신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퇴사를 한 뒤 나만의 일을 하셨으면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양한 환경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며 가스라이터로부터 고통을 받고 계신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가해자를 이해하려고 하지 마세요. '저 사람은 나를 왜 이렇게 괴롭힐까?', '저 사람은 왜 저런 행동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괴롭히지 마세요. 어떤 이유로 그런 행동을 하든 당하는 우리가 이해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 에너지를 자신에게 집중시키세요. 제가 가장 크게 도움받은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습니다. 1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고 느낀 점에 대해 글을 썼는데요. 책을 읽다 보면 생각 그릇과 마음 그릇이 넓어지며 예민함이 줄어들고, 타인보단 나에게 더 집중하게 됩니다. 그걸 글로 풀어내면서 현재 나의 관심사는 어디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게 되었고, 주관적으로 느낀 점과의 차이를 파악하면서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혼자서 하는 게 어렵다면 독서 모임이나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보시길 권합니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내가 사는 세상이 좁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가해자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인정할 수 있게 되지요. '저 사람도 불쌍한 사람이구나'라는 감정까지 느끼면서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됩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에 있는 관심사를 내면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작가님의 앞으로 계획과 궁극적인 목표가 궁금합니다.
글을 쓰면서 하는 생각은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나와 같은 경험을 하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내 글이 세상을 바꾸는 데에 1%라도 도움이 된다면, 끝까지 글을 쓸 것이다. 이 2가지를 이뤄내는 저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글을 쓰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세상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들어야 했던 폭언과 가스라이팅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이 만들어놓은 매뉴얼대로 살지 않아도 나만의 삶을 꾸려갈 권리가 누구에게나 있다는 걸 주장하고 싶었습니다.
내 삶을 다른 사람이 정해주는 대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메시지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꾸준히 책을 쓸 예정이며, 독자들과 더 가까이서 소통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도 꾸준하게 운영할 예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노하우들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강의로 알리는 활동을 할 겁니다. 더 나아가, 제 삶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큰 영감이 되어 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네요.
마지막으로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다』를 읽게 될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회사 생활 10년 동안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미쳤어? 그걸 어떻게 한다고 그래?", "일 좀 벌이지 마. 8시간 걸려서 할 일을 왜 1시간 만에 할 수 있게 바꿔놔?", "우리 회사니까 너 뽑아주는 거야." "까라면 까. 일의 방향성 같은 거 물어보지 말고", "연봉을 왜 올려줘? 네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이런 식의 말들이었어요.
그만둬보니 보입니다. 그런 말들은 조직 문화가 아니라 '폭언',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을요. 내 삶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주지 마세요. 그게 비록 나에게 돈을 주는 회사더라도, 일을 알려주는 상사라도요.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 잘못 흘러가고 있는 게 맞습니다. 여러분의 직감이 맞는 겁니다. 내 삶에 좀 더 확신을 가지고 살아가세요. 절대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를 억지로 고쳐가면서까지 버텨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더 당당하게 살아가는 독자님들이 되시길 응원합니다.
*알리사 대학교 졸업 전부터 취업에 성공하여 10년 동안 남들처럼 평범하게 회사 생활을 했다.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해 수차례의 이직 경험과 외국 거주 경험이 있다. 다양한 근무 환경 속에서 직장 내 가스라이팅을 겪으며 나를 잃어보고 나서야 내 삶의 기준을 만들게 되었고, 깨달은 정보를 세상에 공유하며 나답게 일하게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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