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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낭비하지 않는 시집 『사이좋은 농담처럼』

『사이좋은 농담처럼』 김철 시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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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 글을 쓰게 된다는 김철 시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도 우리가 꼭 목격해야 할 장면들이 담겨 있다. (2023.04.13)

김철 시인

2022년 심훈문학상을 수상한 김철 시인의 시집 『사이좋은 농담처럼』이 출간되었다. 2019년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김철 시인의 많은 작품들 속에는 우리의 일상과도 분리할 수 없는 노동의 풍경들이 녹아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우리 모두가 앓고 있는 문제로 확장해 보여주는 것이 시인의 재주이기도 할 것이다. 당연한 것들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 글을 쓰게 된다는 김철 시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도 우리가 꼭 목격해야 할 장면들이 담겨 있다.



첫 시집을 낸 소감은 어떠신지요?

처음 당선 통보를 받은 날, 폭우가 내렸습니다. 빗소리가 마치 임박을 알리는 드럼 소리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시를 쓰고 있다는 것을 가까운 분 몇몇 외에는 모르고 있는 터라 조금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표제이기도 한 '사이좋은 농담처럼'은 시인의 말에서 한 번, 시 「사슴」에서 또 한 번 등장합니다. 이 표현을 표제로 삼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살아가면서 얽히게 되는 다양한 관계성을 살펴보면 각자는 각자의 모순을 즐겨 쓰거나 버거워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시간들이 반문과 의심을 즐겨 사용하게 된 듯하고요. 제가 읽었던 동양 철학의 느낌이 '포용'이었다면 서양 철학의 느낌은 '왜?'라는 질문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런 반복된 사유처럼 내가 보는 관점들이 모순과 불합리 속에서도 저들만의 규칙과 이유로 세상을 구분하지만, 자연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해 차별, 분리, 계층 따위를 나눈 인위적 얼굴을 숨긴 모습들이 모두 농담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살아남은 유해의 발자국으로 고개를 기울인 사슴 불은 꺼지고 문양으로 남은 투창"

"사냥꾼의 창속에서 살아남은 사슴은 여전히 뒤를 돌아보고 있고"

"수평과 수직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결국, '농담'이란 단어의 양쪽엔 장난과 무기가 아슬아슬하게 대치중인 휴전 상태처럼 공존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죠.

시를 읽어보면 '노동하는 삶'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많습니다. 시인님의 경험이 녹아 있는 것 같은데요. 노동 현장에서 마주친 부당한 현실이 시 창작 욕구를 불러오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어떤 순간에 시가 찾아오게 되는 것인지요? 이 장면은 시로 써야겠다고 결심하는 구체적인 순간이 있다면 주로 어떤 때일까요?

부당이란 말이 되게 무섭게 들리지만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아군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부당과 차별, 협의와 이해의 단어들이 꼭 현장에서만 쓰인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현장에서의 사용이 가장 최적화되고 맞춤옷 같은 단어라면, 그에 맞는 재단과 박음질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어울리는 소재와 단어들을 많이 찾으려 했죠. 알고 보면 제 생활이었던 소재들이 누군가의 공통점이 되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의 상황이 뉴스 속에서 듣던 이야기였으니까요.

사람을 좋아한다는 이유가 다행스럽게도 다양한 환경을 가져다주는 소재들이 되었어요. 처음 '노동'이란 단어를 접할 때는 나와 거리감이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전적 정의를 인지하게 되면서 노동을 받아들였을 때 노동에 관한, 아니 일상에 있어 관심의 폭이 넓어지게 되었고, 당연한 것들이 외면받고 있다고 느낄 때 글을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여러 가지 일을 하시며 시를 쓸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평소 언제, 어떻게 쓰시는지요. 일하는 삶과 글 쓰는 삶은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가고 있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우선 요즘은 개인 활동, 그리고 가족에 많이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취미로 운동을 즐겨 하고 있고, 다시 연극을 시작했습니다. 이런 새로운 환경이 계속해서 주어질 때, 그리고 이런 활동 속에서 소재들이 생겨나면 메모하거나 적어두었다가 쓰기도 해요. 사실 예전엔 조화나 융화에 초점을 두고 어울려 지내기를 했다면, 지금은 조화보다는 속해 있었다는 생각으로 '받아들임'을 연습하고 있습니다.

『사이좋은 농담처럼』에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작품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 함께 알려주세요.

시집의 모든 작품에 애정이 있지만, 그중 인물이 표현되거나 지역이 상징되어 쓰인 글을 조금 더 아끼는 편입니다. 기존의 소재들은 상황과 사유의 배경을 각색을 하거나 약간의 꾸밈, 또는 적절한 비유들이 작품을 완성했다면, 인물과 지역의 상징들은 실재의 실제화를 그대로 느끼고 쓰게 된 이야기 감각들이기에 살아 있는 글이라고 그려지는 거죠. 또, 그 생각을 하면 아직도 뭉클한 느낌들이 따라오는 것 같은 감정이 들기도 하고요.

지금은 또 어떤 작품을 쓰고 계신지, 앞으로 쓸 작품들에 대해서도 들려주세요.

앞으로 쓰고 싶은 작품은 우리가 겪는 모든 상황과 사건에는 시간이 녹아 있다는 것을 더 표현하고 싶어요. 이는 관계성에서 시작을 하겠지만, 어쨌건 마무리에는 끝이라는 마침표가 있는 시간적 개념을 공간으로 차원 이동을 하는 거죠. 초침 60개의 톱니바퀴와 분침에 속해 있는 톱니바퀴 1개의 관계는 같은 곳에서 분명 마주하고 있는 것처럼요. 다른 공간의 시간들과 제 공간의 시간들이 만나는 지점, 어쩌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처럼 공간과 시간은 완전 무관하지만 그걸 유일하게 허용할 수 있는 것이 문학이니까요.

『사이좋은 농담처럼』을 읽게 될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도 전해주세요.

가장 무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고, 한없이 가벼운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서로 농담처럼 주고받게 되는 우스갯소리들로 편하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김철

2021년 <머니투데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전태일문학상, 심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사이좋은 농담처럼
사이좋은 농담처럼
김철 저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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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농담처럼

<김철> 저9,00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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