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의학자는 죽음의 원인을 분석합니다.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들을 수없이 목격하죠.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이랬다면 어땠을까. 죽기 전에 고인을 만나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줄 수 있다면, 그래서 그가 이러한 죽음을 맞지 않을 수 있다면 하고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유성호 교수는 그 마음을 담아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에서 말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나를 아끼자고요. 이 책을 “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고요. 유성호 교수의 제안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닙니다.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금주와 금연. 지금, 움직일 준비가 되셨나요?
“삶이 슬프거나 힘들 때 자신을 오히려 내버려두는 경우가 있어요. 그건 잠깐의 시간인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자신을 들판에 핀 잡초처럼 대하거든요. 하지만 제일 예뻐해야 할 것이 나 자신이에요. 이 책을 읽으시면 나 자신을 좀 더 잘 돌볼 수 있게 될 거예요. 내가 나를 잘 돌봐야 타인을 돌볼 수 있으니까요. 나아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때에도 나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면서 사회에 기여하기는 어렵거든요. 나를 돌보는 것이 가장 근원적인 것이라 그것을 원하는 분들께 추천드립니다.”
삶의 반대편에서 바라본 삶
교수님이 첫 부검을 시작한 것이 1999년이고요. 지금까지 3,000건이 넘는 부검을 해오셨죠. 그 과정을 지나면서 “사람이 어떻게 죽는지”를 알았고, “역설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깨달음”(7쪽)이 있었다고 쓰셨거든요. 그 깨달음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요.
일반적인 의사는 산 사람을 두고, 생명 쪽에서 삶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데 저희는 좀 특이해요. 같은 의사지만 이미 돌아가신 분을, 그러니까 삶의 반대편에서 그분의 삶을 역추적하거든요. 그 과정에 범죄가 있었다면 범죄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한국이 범죄가 많은 나라가 아니에요. 그러다 보니 대개 원인을 알 수 없는 급작스러운 죽음, 의료 사고 등과 같은 경우를 부검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죽음을 볼수록 ‘이랬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 되는데요. 생명 쪽에 있는 일반적인 의사는 환자에게 잔소리를 할 수도 있고, 충고도 할 수 있잖아요. 반면 저희는 늘 돌아가신 분을 만나니까요. 죽음을 보면서 의사가 느끼는 감정이라는 게 있거든요. 삶의 반대편에서 바라본 삶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고인을 살아서 만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말씀하셨는데요. 유튜브 <데멘톡>에서 건강 이야기나 기초적인 의학지식을 대중에게 풀어놓는 이유도 같을 것 같아요.
유튜브 댓글에 가끔 ‘외래 하시나요?’ 하고 묻는 분도 계세요.(웃음) 법의학에 대해 정확히 모르지만 이야기를 재미있게 듣고서 저를 만날 수 있는 병원이 어디인지 물어보시는 건데요. 저는 병원에서 환자를 직접 만나 말씀드리는 의사는 아니에요. 그래서 임상 의사처럼 이야기를 드려보고 싶다고 생각한 거죠. 법의학을 하는 사람이 유튜브를 한다면 살인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실제 사례를 분석하기는 형식을 상상할 텐데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지금과 같은 이야기였어요. 그동안 목격한 분들 중 너무나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들이 많아서요. 그 욕심 때문에 유튜브에서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와 같은 책도 출간했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그리고 금주와 금연처럼 건강을 얘기할 때 잘 알면서도 못 지키는 것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 운동이 왜 중요한지, 술이나 담배가 어떻게 나쁜지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실천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하고요.
다른 의사분들이 위나 심장같이 특정한 곳을 따로 본다면 제 분야에서는 그분의 마지막에서 모든 장기를 역추적하며 보잖아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조금 더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요즘은 백세 시대라는 이야기도 하고, AI를 연구하는 분들은 그 이상도 얘기하는데요. 사실 사람의 생명은 굉장히 연약해요. 비록 인간의 이상은 우주 위에 떠 있다고 해도 말이죠. 우리 몸은 화학 공장이거든요. 주는 만큼 나오기도 하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나는 오래 살 거다, 다음에 하면 된다, 하면서 오늘 하루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워요. 또 운동 안 할 핑계는 만 가지가 넘죠.(웃음) 컨디션이 안 좋아서, 헬스클럽이 문을 닫아서, 날씨가 안 좋아서 운동을 안 하는데요. 운동이 왜 필요한지, 술과 담배가 얼마나 몸에 나쁜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면서 약간의 충격 요법을 시도해 본 거예요. 너무 충격적으로 이야기하면 끔찍하니까 적당한 충격이라고 생각하고 썼죠.
그래서인지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요. 구체적으로 상상한 독자가 있나요?
유튜브도 마찬가지고요. 책을 쓸 때도 제가 가장 먼저 생각한 대상은 아내예요. 제 아내는 의사가 아니고요. 그래도 대학을 나온 사람이니까 아내가 어느 정도 알아들을 수 있겠다, 싶은 정도가 있거든요. 그것이 목표인 셈이죠. 그래서 아주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적당한 수준을 찾고 있어요. 저도 그렇지만 전문가라면 실수할 때가 있어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한다든지 ‘이 정도는 알겠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있거든요. 듣는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죠. 한 번 미끄러지면 계속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요. 저도 제 분야가 아닌 것은 약어만 나와도 갑자기 자신감이 없어지고 모든 게 좀 헷갈리거든요. 전문가의 함정인데요. 그래서 제 독자가 아내라는 것을 자주 생각해요.

너무 쉽게 죽어요
1부에서는 각 장기의 기능을 설명하고요. 2부에서는 건강에 해가 되는 것들을 다뤘어요. 그리고 1부에서 얘기하는 첫 번째 장기가 심장이죠. 보면서 심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은 장기 같아요.
혹시 간을 느껴본 적 있으세요? 매 순간 숨을 쉬어도 폐가 뛴다는 느낌은 별로 없죠. 그에 비해 심장은 우리가 유일하게 고유 장기의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것이에요. 심장을 첫 번째로 다루지 않을 수 없었고요.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는 암이지만 단일 질환으로 따지면 1등이 허혈성 심장 질환이거든요. 그러니까 가장 많이 보는 질환이기도 한 거예요. 심장은 6주에서 10주가 된 태아 때부터 숨을 멈출 때까지 계속 뛰니까 언제까지 튼튼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요. 한 번이라도 심장이 아파 보신 분들은 아실 거예요. 정말 소중한 기관이고, 이 박동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살아 있는 걸 느끼는 것이에요.
단일 질환으로 보았을 때는 사망 원인 1위가 심장의 허혈성 심장 질환이라고요.
사망 원인 1위인 암은 폐암이나 간암, 위암, 췌장암 등을 다 합쳐서 얘기해 1위인 거고요. 단일 질환으로는 1등이 허혈성 심장질환이에요. 그 안에 급성 심근경색증이 들어가고요. 특히 요즘처럼 날이 추워질 때는 혈관이 수축하면서 심장 환자가 많이 발생하기도 해요. 그래서 혈관에 스탠트라는 장치를 심기도 하잖아요. 그게 보통 의사가 치료를 하는 것인데요. 그걸 못 받고 돌아가시면 그런 분들이 저한테 오시는 거예요.
심장 문제로 사망한 다양한 사례가 있어요. 무리해서 택배 배송을 하시다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요. 과로는 물론이고요. 이런 분들은 담배도 많이 피우시거든요. 그래서 유튜브에서도 여러 번 위험을 말씀드렸죠. 안타까운 것은 댓글에서 과로를 안 할 수 없다고 하신 걸 본 건데요. 그럼에도 조금이나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예방 효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또 책에도 나오는 사례인데, 어느 대기업의 임원이 된 분이 있었어요. 자녀도 있고, 어머님도 모시고 아내와 사는 분이었는데요. 출근하면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담배도 피우셨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을 테고, 운동도 상대적으로 덜 했을 거예요. 돌아가신 날 아침에 아내 분과 약간 다투셨는데 아내 분이 남편과 마지막으로 한 얘기가 싸운 거라고 너무 가슴 아파하셨어요. 그런 스토리가 너무 안타까워서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예요.
건강을 과신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의외로 인간의 몸이 얼마나 연약한지 의식하며 지내는 것이 필요하겠어요.
법의학을 하다 보면 처음에 느끼는 건 사람이 너무 쉽게 죽는다는 거예요. 정말로 너무 쉽게 죽거든요. 그래서 허무함에 빠질 때도 있죠. 법의학을 10년쯤 하다 보면 허무해져요. 그러다가 시간이 더 지나면 그러므로 우리 인생이 소중하다는 걸 깨닫죠. 이 넓은 우주에서 의식이 있는 존재로 살다 간다는 게 행운일지 고통일지 생각해보면요. 석가모니께서는 고통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부디 많은 분들이 이것을 행운으로 받아들이고 살면 어떨까 생각해요.
심장에 이어 등장하는 것이 혈관인데요. 이 대목에서 벌써 담배의 위험을 강조합니다. 사실 책 전반에 걸쳐 가장 여러 번 강조하는 것도 금연이죠. 교수님은 흡연을 “걸리지 않을 수도 있었던 각종 질병을 일부러 두 팔 벌려 초대하는 것과 마찬가지”(256쪽)라고 하셨어요.
누구나 암에 걸릴 수 있어요. 그런데 담배를 피우는 것은 암에게로 가서 와락 안기는 거예요. 암뿐 아니죠. 담배는 만성 폐질환이라든지 혈관계에 미치는 악영향이 너무 커요. 그런데 담배를 정말 많이 피우시거든요. 여의도 같은 데 지나가다 보면 길거리에서 흡연하시는 분들도 정말 많이 계시고요. 출판계나 방송계처럼 마감이 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군에서 담배를 많이 피우시는데요. 담배는 아주 위험한 물질이에요. 그저 지금 건강하니까 괜찮겠지, 하고 넘어가서는 안 돼요. 책을 보면 담배 피우지 말라는 얘기가 많이 나온다는 걸 아실 거예요. 그만큼 법의학자한테는 안 피웠다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하는 것이 담배예요.
담배를 단순히 기호 식품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죠? 심지어 발암물질을 내 몸에 꾸준히 공급하는 것이라고도 하셨잖아요.
혈관 파괴범이니까요. 흔히 혈관이 파괴되는 음식이라고 하면 버터가 들어간 음식 같은 것을 말하곤 하는데요. 사실은 담배가 훨씬 더 나빠요. 담배는 금연 10년만 지나도 췌장암 리스크가 아주 낮아지고, 15년만 지나면 폐암 발병률도 거의 일반인과 비슷해지거든요. 그러니까 담배 피우는 분들을 보면 지금 끊으시면 딱 좋은데, 하면서 안타까움이 늘 커요.

흡연, 매일 독성 물질을 폐에 집어넣는 셈
인구의 49%가 암에 걸린다는 통계가 있어요. “암을 피하는 유일한 방법은 예방뿐”이라고 설명하면서 암에 걸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좋은 것을 하는 것보다 나쁜 것을 하지 않는 편이 더 중요”(224쪽)하다고 하셨는데요. 이 대목에서도 역시 금연을 강조해요.
암에 있어서 나쁜 것을 안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물론 좋은 것도 해야죠. 다만 그래도 암에 걸릴 수 있거든요. 좋은 것을 한다고 너무 과신하지 마시고요. 나쁜 걸 안 하는 것이야말 로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연히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죠. 많이들 탄 고기 안 먹는다고 하시잖아요. 그러나 매일 드시는 것도 아니고, 일부러 탄 고기만 골라서 먹는 사람도 없어요. 어쩌다 먹는 건 별 상관이 없어요. 벤조피렌 같은 것을 그 정도로 소량 섭취해도 신체는 다 이겨내는데요. 담배는 매일 피우잖아요. 매일 독성 물질을 폐에 집어넣는 셈이고, 그 물질이 혈관을 통해서 가니까 혈관도 파괴되거든요. 워낙 담배에 많은 발암 물질이 들어 있으니까 금연을 거듭 강조하게 돼요.
지금까지 담배에 관한 얘기를 했지만요. 술의 유해성도 마찬가지로 결코 작지 않더라고요.
그렇죠, 술 역시 안 마시는 게 정답인데요. 사회 생활을 하면서 안 마실 수 없는 때가 생기죠. 개인적으로는 식당에 가서 한두 잔 마시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문제는 술을 많이 먹이려는 문화예요. 우정이나 화기애애한 단합의 상징으로 과음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러한 문화는 이제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주량은 유전이에요. 술을 잘 마시는 분들은 양쪽 부모님에게서 술 잘 마시는 유전자를 물려받았을 거예요. 그렇지 않고 상대적으로 잘 못 마시는 경우 그 유전자가 없는 거거든요. 그런데 똑같이 술을 마시는 건 말도 안 되죠. 저도 개인적으로는 원샷을 요구하거나 더 마시기를 강요하는 문화를 겪었는데요. 지금은 그것이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주량이 완전히 다르니까요. 법의학자로서 많은 사람을 부검하면서 목격한 거예요. 술은 많이 마실 물질은 절대 아닙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단합하자는 의미로 건배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술을 강요하는 건 아주 잘못된 문화예요.
“개인적으로는 술이 없으면 우리 나라의 사망사고 중 3분의 1은 줄어들 것”(231쪽)이라고 했는데요.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술로 인한 사망사고도 많이 목격했던 거죠?
술이 없다면 밤에 동사하는 사례도 확 줄 거예요. 실제로 잘 나가는 회사원이 연말에 회식에서 술을 많이 마신 뒤 자신이 사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얼어 죽는 사건이 있었어요. 또 술이 없다면 다툼도 많이 사라지겠죠. 술 때문에 어처구니없는 감정으로 폭력이 일어나거든요. 술과 관련해서 보통은 간을 생각하는데요. 지방간, 간염 발생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직접적인 치명타를 입는 것은 뇌예요. 술의 에틸알코올이 너무 간단한 화학 구조라 뇌 장벽을 넘어가니까요. 그러면서 뇌를 다운시키거든요. 술을 마시면 뇌가 업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술이 전전두엽을 다운시켜서 해방감이 드는 거고요. 그때 사고가 많이 나죠. 또 그러다 술이 깨면서는 되게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고요. 술은 중추신경계 저해제라고 생각해야 해요. 운동 능력 저하, 감정 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게 술이에요.
건강해 보이던 사람이 갑자기 사망하는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군요.
그런 요인은 술 외에도 많아요. 대표적인 게 스테로이드죠. 스테로이드를 쓰면 여러 이유로 공격성이 강화되면서 폭력적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요. 더 큰 문제는 심장이 커진다는 거예요. 스테로이드 때문에 근육이 다 커지는데 심장도 커지는 거죠. 심장이 커지면서 혈관도 커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거든요. 그러니 심장이 커지는 것 자체가 몸에 큰 부담이 돼요. 특히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라고 하는 것은 건강해 보이는 분들도 안 해야 하는 거예요.
다이어트 약도 마찬가지예요. 나비약이라고 들어본 적 있으세요? 지금도 많이 처방하는데요. 먹으면 잠도 안 오고, 정신질환이 생길 수도 있거든요. 굉장히 안 좋은 약이에요. 그런데 다이어트 효과 때문에 먹어요. 안타깝죠. 조금 덜 먹고 운동하면 근육도 생기고 살도 빠진다는 걸 알면서도 그게 힘드니까 약을 먹고, 주사를 맞는데요. 그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을 많이 보니까 위험성을 꼭 얘기하고 싶어요.
요즘에 워낙 많이 관심 갖는 위고비도 다루고 있어요.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하는 대중의 오해와 이 약의 진실을 얘기하셨죠.
위고비는 대체적으로 좋은 약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좋을 수는 없어요. 모든 사람이 써서도 안 되는 약이죠. BMI가 30이 넘는 분들한테는 효과가 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분들까지도 위고비를 맞으려고 하잖아요. 강박적인 다이어트는 정말 위험해요. 남용이란, 목적에는 맞지만 양이나 횟수가 안 맞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남용의 결과가 중독이거든요. 그러니까 뭐든 적절한지, 나에게 맞는지를 살펴봐야 해요. 저는 사실 이러한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아닌데요. 삶의 반대편에서 약물 오남용으로 인해 사망한 분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이야기했어요.

가장 우월한 건강 전략은
한참 독감 유행하는 시기예요. 독감의 위험성에 대해 감기와 다르다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많은 분들이 독감을 독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는데요.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감염이에요. 인플루엔자는 사망에 이를 수 있거든요. 때문에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꼭 예방 백신을 맞으셔야 해요. 그런데 평생 감기 걸린 적 없다고 하시면서 백신도 안 맞고 자신하다 안타깝게 돌아가시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감기와 독감, 그리고 폐렴이 다르다는 것을 설명하고 싶었어요.
저희는 폐렴으로 인한 사망 사례를 많이 봐요. 대한민국 사망 원인 3위가 폐렴인데요. 폐렴은 폐 안에 고름이 차는 건데 나이가 들면 많이 걸려요. 아무래도 면역 기능이 떨어지니까요. 몸에 면역 세포를 만드는 곳이 골수거든요. 그런데 골수가 약 60살이 넘으면 지방으로 채워져요. 섬유화라고 해서 딱딱해지죠. 원래 골수에는 조혈모세포가 있어서 다양한 세포로 분화하는데, 조혈모세포를 살면서 계속 쓰잖아요. 그러니까 19살에는 발목이 삐어도 자고 나면 다 나았지만 나이가 들면 삔 발목이 오래 가는 거예요. 조혈 줄기 세포가 줄어서 그렇죠. 거기서 바이러스와 싸울 신병이 나와야 하는데 안 나오는 거예요.
연결해서 골절이 폐렴이 되는 과정도 설명해주시면 어떨까요.
진짜 많은 경우인데요. 노인 분들은 건강하셨던 분도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면 누워 있다가 대부분 폐렴으로 돌아가세요. 일단 골절된 뼈가 잘 안 붙는 것이 문제고요. 계속 누워 있어서 또 문제가 생기죠. 노인 분들 사레 잘 걸리시잖아요. 침이나 입안의 구조물들이 식도로 넘어가야 하는데 기도로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거든요. 그럼 폐에 염증이 생겨요. 이때 면역이라도 강해야 하는 데 앞서 말씀드린 대로 나이가 들수록 면역이 약해지니까요.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생각보다 이렇게 돌아가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인체가 거대한 화학 공장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워낙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어느 하나를 지킨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어느 문제가 거기에서 멈추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정확해요. 특정 음식이나 특정 약을 먹어서 어디가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이유가 거기 있거든요. 우리 몸은 유기적으로 다 연결돼 있고요. 각각의 공장이 있는 동시에 또 이 공장들이 한 번에 움직이는 시스템이에요. 그러니까 담배 안 피우고, 운동하고, 균형 잡힌 음식 먹고,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잠을 잘 자는 것밖에는 답이 없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 실망하시고(웃음) 무슨 기적의 약이 없는지 물으시는데요. 그런 약은 없어요.
“누워 있기 위해 만들어진 신체가 아니”(108쪽)라고 한 문장이 재미있었어요. 하루 8시간 이상 앉아 있는 사람이 하루 1시간씩 중강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유병률과 사망률이 거의 2배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도 소개하셨죠.
대부분 하루 8시간 정도는 앉아 계시죠. 휴식을 할 때도 거의 누워서 넷플릭스 보고 그러잖아요. 그러면 반드시 1시간 이상 운동을 하셔야 돼요. 운동을 안 하면 사망률과 질병률이 올라갑니다. 어느 논문을 봐도 일단 걷고 뛰라고 말해요. 우리 몸은 놔두면 녹슬어요. 놔두면 늙고요. 늙어서 운동을 못하는 게 아니라 운동을 안 해서 늙는다고 얘기하는 분도 있을 정도니까요. 끊임없이 움직이는 게 가장 우월한 건강 전략이 아닌가 생각해요. 실제로 관절 가동 범위라든지 근력을 보면 운동을 꾸준히 하시는 분들이 압도적 좋고요. 그런 분들이 치매나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도 낮아요. 지금 이 이야기를 보시고 한 번이라도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좋겠네요.
중강도 운동이라는 것은 평소에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데요. 옆사람과 얘기하기 조금 힘든 정도의 운동을 말하거든요. 맨날 누워 있던 분이 운동한다고 막 뛰면 금방 무릎 다쳐요. 그런 분들은 옆사람과 얘기하기 살짝 힘든 정도의 운동, 빠르게 걷기 정도면 충분해요. 그러다 욕심이 생기면 살짝 느리게 뛰고요. 이 정도의 운동만 시작하셔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해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시체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출판사 | 위즈덤하우스
신연선
읽고 씁니다. 장편소설 『구름이 겹치면』, 에세이 『하필 책이 좋아서』(공저)를 출간했습니다.
표기식
사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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