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의 삶은 시작이 됩니다. 막연히 육아책으로 배우던 엄마라는 역할은 갑자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감당하기 많은 일들을 쏟아냅니다. 사랑했다가 화를 냈다가 시시각각 변하는 엄마의 삶에 미안함이 가득해져서 울음을 쏟아내며 그렇게 엄마가 되어갑니다. 엄마는 아이를 사랑으로 대하며 많은 감정을 겪어내지만, 갑자기 궁금해질 때가 있습니다.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수십번 말하고, 고사리손으로 글자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엄마 사랑해’라는 편지를 써오는 아이들에게 정말 엄마란 어떤 존재일까요? 여기 어린이의 눈으로, 이제 다 자란 어른이지만 어른이의 눈으로 바라본 엄마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책들이 있습니다. 눈물 수도꼭지 잠글 준비하시고 아이들은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잠깐 엿보러 갑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전이수 글그림 | 웅진주니어)
『소중한 사람에게』 는 영재발굴단으로 소개된 이후 『걸어가는 늑대들』,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등의 책으로 주목받아온 전이수 작가의 그림 에세이입니다. 방 안, 집 담벼락, 제주의 자연 등 주변 곳곳이 캔버스인 꼬마 작가 전이수는 일상에서 행복을 기록합니다. 털을 치켜세우는 고양이가 느끼는 두려움과 상처에 공감하며, 고개를 떨구고 지쳐있는 삼촌에게는 위로의 어깨를 건넵니다. 가장 아련한 그림은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를 학교에 들여보내고 한참을 뒤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뒷모습을 담아냅니다. 학교가 아니라 그 길이 앞으로 아이가 혼자 걸어가야 할 인생길 같아서 한참을 본다는 이야기에 갑작스레 고이는 눈물을 훔치게 됩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소중한 이들을 바라보는 순수한 소년의 눈으로 세상 속 행복을 찾으러 떠나봅니다 .
『산비둘기』 (권정생 글 | 창비)
『산비둘기』는 『몽실언니』, 『강아지똥』 등으로 한국의 토속적인 감정을 가장 잘 담아내는 작가 권정생의 청년 시절 시와 그림들을 모아낸 작품집입니다. 이 시집에는 유독 어머니가 많이 등장하는데, 권정생이 결핵을 앓게 되며 어머니가 지극한 정성으로 병간호를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엄마는 시 속에서 새로, 파도로 변하여 자식을 편안하게 품지만, 곧 약을 구하러 다니는 두꺼비의 모습과 아기별이 우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다가오는 슬픔의 그림자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시의 느낌대로 실제 현실에서 작가는 건강을 회복하지만 자신을 지켜주던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어머니에 대한 그의 마음은 더 아련하게 남았습니다. 직접 시를 쓰고, 색종이 몇 장으로 모양을 냈다는 소박한 소개와는 달리 읽는 이 누구라도 그가 얼마나 어머니를 사랑했는지 작가의 마음이 깊게 와닿는 특별한 시집입니다.
『아빠한테 물어보렴』 (다비드 칼리 글/노에미 볼라 그림| 문학동네)
마지막 책은 제목은 아빠이지만, 엄마들이 아이들이 곤란한 질문을 할 때 자주 쓰는 말을 담았습니다. 어른들의 말을 이해하기 힘든 아이들을 위한 작가 다비드 칼리의 유쾌한 어른말 해독법 책입니다. 『나는 기다립니다』로 어른들의 마음을, 『내 안에 공룡이 있어요』로 아이들의 마음까지 사로 잡은 팬이 아주 많은 작가인데요. 그는 아이들 눈에 비친 이상한 어른들에 주목합니다. 어른들은 언제나 알아듣기 어렵게 말하고 아이들 마음을 어찌나 모르는지 정말 답답하기만 합니다. 예를 들면 강아지를 키우자고 할 때 “글쎄 생각 좀 해보자”라고 하는 말은 곧바로 안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안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자주 쓰는 무기 같은 말은 “너도 내 나이가 되면 알거야” 입니다. 어린이들의 각종 질문에 뾰족한 답을 알기 어려울 때 이야기를 끝내려고 주로 씁니다. 어른들의 말 사전을 통해 엄마들은 뜨끔하게 되고, 어른과 아이 간 소통의 간격을 조금씩 줄여볼 수 있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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