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아, 상대방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
음반은 척박한 저마다의 날들을 이겨내고 ‘우리 서로 함께’가 되려는 정밀아의 시도 그 자체다.
글ㆍ사진 이즘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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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아의 경력은 1998년부터 시작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재학 당시 음악동아리 AMA에서 미미시스터즈의 작은미미와 굴소년단의 김혜린을 만나 결성한 물체주머니라는 밴드에서 그는 건반과 송라이팅을 맡으며 잠시간 3인조 인디 밴드의 일원으로 활동했었다. 이후 음악이 아닌 아르바이트와 직장 생활을 하며 살아내기에 전념하던 그는, 2012년 홍대 소재의 카페 언플러그드의 오픈마이크에서 홀로 싱어송라이터 정밀아라는 이름으로 대중 앞에 다시 나섰다. 그 뒤 2014년 <그리움도 병>이라는 정규 1집 발매, 2016년 <파주 포크송콘테스트> 대상 수상 등 음악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음악계를 떠나있던 몇 년의 공백 동안 그가 터득한 건 비워내는 법이다. 그래서일까, 정밀아라는 싱어송라이터가 들려주는 곡들은 나직하고 편안하다. 활동시기가 비슷한 여성 싱어송라이터 중 김사월의 가사가 담아내는 자조적인 ‘어쩔 수 없음’보다는 의지적이고, 빅 베이비 드라이버(Big Baby Driver)의 살랑거리는 컨트리풍 사운드보다는 차분하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한국의 조니 미첼이라 불리는 손지연과 비슷한 색채를 보이는가 싶다가도, 보다 음가 없는 멜로디를 통해 선율보다는 목소리 자체에 집중하게 한다는 점에서 변별점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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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그는 자신만의 속도로 노래를 이끌어나가며 듣는 이를 여유롭게 리드한다. 클래식 기타를 주축으로 해 앨범 전반에 나무로 만든 악기가 주는 따스함과 투박함이 스미고, 이를 받쳐주는 베이스의 뭉근한 소리와 섬세한 브러쉬 터치의 드럼이 맞물려 부드러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뿐만 아니라 콘트라베이스의 쓰임도 눈에 띤다. 「그런날」의 인트로에서는 보잉을 활용해 흡사 첼로 비슷한 느낌을 주고, 「미안하오」에서는 단단한 터치로 음을 길게 끌고 가지 않지만 음차를 활용해 효과적인 인상을 남긴다.

 

자극 없는 편곡과 달리 노랫말은 날카롭게 허를 찌른다. 「봄비」에서는 ‘하늘 귀퉁이 볼 수도 없는 좁고 낮은 곳의 사람들’을 만들어내는 사회 시스템과 그마저도 옥죄어 가는 세상을 향해 ‘자비 없는 세상 위로 공평하게 쏟아지는 이 봄빛을 빼앗지 마오’라고 쓴 소리를 던지고, 「말의 이해」는 기타 스트로크의 경쾌한 반주 위로 ‘세상에 이렇게 말들이 많은데 모두 알아듣는 말은 하나도 없네’라며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서로를 담아낸다. 이밖에도 아이의 시선으로 시골집에 자신을 맡기고 떠난 부모님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낸 「심술 꽃잎」, 나태주 시인의 동명 시에서 모티브를 얻은 「꽃」처럼 서사를 가진 내용들이 결과물 전체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무력이나 개인적인 소회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것들은 상대방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에서 탄생한다. 누구도 수고했다 말하지 않지만 오늘을 살아낸 이들을(「노래가 흐른다」) 응원하고, 우리 서로를 꼭 끌어안고 더 환한 빛이 되어 여기 어둠을 지워내 보자며(「별」) 연대를 청한다. 결국 이번 음반은 대부분 외롭고, 또 가끔은 척박한 저마다의 날들을 이겨내고 ‘우리 서로 함께’가 되려는 정밀아의 시도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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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아 #은하수 #노래가 흐른다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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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