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이즈 주연에게 독서는 힐링을 위한 킬링 타임이 아닙니다. 취미는 상상, 특기는 성장인 그에게 책을 읽는 시간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힘을 내는 시간이죠.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불확실한 인생에 관한 고민 속에도 크눌프의 낭만과 사강의 사랑스러움, 북산고 농구부의 열정을 품고 발돋움하는 주연의 독서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책은 상상과 성장의 디딤돌
아이돌 가수부터 배우까지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바쁜 와중에 쉬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요?
쉬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시간이 있을 때는 여행을 가는데 작년 추석 때는 동생과 둘이 파리를 다녀왔어요. 올가을에는 일본 스케줄을 끝내고 친구를 불러서 하루 반나절동안 같이 여행을 했고요. 농구도 좋아해요. 요새는 아예 배우고 있는데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배워보니까 또 새롭더라고요. 『슬램덩크』는 주기적으로 보는 인생 만화인데요. 눈물이 없는 편인데도 『슬램덩크』처럼 가슴이 뜨겁게 타오르는 작품들을 보면 눈물이 나요. 좋은 음악, 좋은 영화, 좋은 책을 만나면 동기부여도 되고 재충전도 되면서 자연스럽게 힐링이 돼요.
책을 읽으면서 쉬는 건 아니네요.
음… 사실 위로나 휴식을 위해서 독서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성장하고 싶을 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데 그럴 때 에너지를 쓰면서 읽는 편이에요. 읽은 부분을 되새기기도 하고, 책을 잠깐 내려놓고 생각을 할 때도 있고요.
주로 어떤 생각을 하나요?
항상 핸드폰에 생각을 메모해요. 생각이 많으니까 다시 보면 유치할 때도 있어서 늘 썼다 지웠다 하는데요. 가장 최근에 적은 건, 어제네요. “아무도 내 삶을 살아줄 수 없고, 고유하다.”
어떻게 떠오른 생각인가요?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제가 결정을 내릴 때 너무 많은 부분을 남의 시선에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 친구가 제 인생이니까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줬는데, 그게 인상 깊었나봐요. 요새 ‘고유’라는 단어에 꽂혀 있어요. 우리는 늘 고유한 순간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요. 영원한 것도 없고요. 그만큼 매 순간이 더 값지고 소중한 것 같아요.
책은 어떤 기준으로 골라요?
상상력이 좋은 편이라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으로 책을 찾을 때가 있어요. 『파친코』는 갑자기 우리나라 근대사를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찾아 읽게 되었어요. 보통은 추천을 많이 받아요. 친구와 서로 추천을 주고받고, 그걸로 좀 다투기도 하고요. 기억이 다 왜곡돼서 서로 자기가 추천했다고 우겨요. 누가 먼저 추천했는지 중요하거든요. (웃음)
어떤 장소에서 주로 독서를 하나요?
비행기에서 자주 읽는 것 같아요. 해외를 정말 많이 다니는데 장시간 비행을 할 때에는 잠도 안 오고 심심하거든요. 숙소는 늘 약간 시끄럽고 정신이 없고, (웃음) 멀미가 심해서 차 안에서는 못 읽어요. 해외에 가거나 비행기로 장시간 이동할 때 주로 읽는 편인 것 같습니다.
독서 아이템이 따로 있나요?
사실 책갈피나 독서대를 사용해 본 적이 없어요. 좀 거추장스럽기도 하고, 책갈피는 늘 잃어버리고요. 책을 소중하게 다루지는 않아요. 막 접기도 하고, 기억하고 싶은 문구가 있으면 밑줄도 치고요.
주연의 인생을 책으로 쓴다면?
성장 소설이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토지』 수준의 대하소설로 써도 모자라지만 600페이지 정도 되는 소설이라고 치면 지금은 한 100페이지까지는 오지 않았나 싶어요.
더보이즈 주연의 독서 밸런스 게임
교훈을 주는 책은 에세이 vs 철학서
자신의 철학을 자신의 생각으로 얘기하는 에세이 책이요.
로맨스 소설 vs 추리 소설
로맨스 소설. 로맨스뿐만 아니라 소설 자체를 좋아해요. 다만, 추리 소설이나 판타지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너무 상상 속으로 가버리는 것보다 현실에 가까운, 사람 이야기가 있는 소설을 좋아하죠. 저도 상상을 많이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판타지보다는 사람의 내면이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게 재밌어요.
열린 결말 vs 닫힌 결말
열린 결말은 계속 상상할 수 있어서 훨씬 더 재밌어요.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 좋은 것 같습니다. 『파친코』를 읽었을 때도 제가 생각한 결말은 아니었지만, 후일담이 너무 궁금했어요. 선자의 자식들은 아직도 잘 살고 있겠지, 하면서요. 『슬램덩크』도 북산고의 다섯 명이 그 시절이 지나고 어떻게 됐을지 굉장히 많이 생각해 봤는데요. 서태웅이나 송태섭은 프로로 데뷔할 것 같고, 안경 선배는 아름다운 시절로 남겨놓고 은퇴할 것 같아요. 강백호는 모르겠어요. 뭔가 농구를 안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외로 소박하게 살 것 같다는 느낌? 정대만도 농구를 그만뒀을 것 같고요.
주연이 추천하는 성장에 관한 책
가장 최근에 읽은 책
『창조적 행위』라는 책을 선물 받았어요. 자기계발서를 자주 읽지는 않지만, 이 책은 공감되고 배울 점이 많아서 인상 깊게 읽었어요. 아티스트라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저자 릭 루빈은 엄청나게 성공한 프로듀서인데, 본질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해요. 저는 “의도가 전부다”라는 구절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작품은 의도를 상기시킬 뿐이라는 말이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로 공감되더라고요. 작품이 너무 중요하다 보니 결과물의 완성도나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는데 사실 본질은 의도에 있다는 것을 깨닫았어요. 작품은 그 의도를 상기시켜 줄 뿐이고요. 창의성이 필요한 직업을 가진 분들, 창조적인 활동을 원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실사화하면 출연하고 싶은 책
제가 좋아하는 책이 실사화된다면…출연하고 싶지 않아요. 다들 고단한 삶을 살고 있거든요. (웃음) 그래도 골라본다면 크눌프의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크눌프는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자유롭게 사는 낭만주의자예요. 저는 낭만이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방랑자 크눌프는 마을을 떠돌아다니면서 숙식을 부탁하는데 모두가 크눌프의 친구가 되고 그를 머물게 해줘요. 크눌프를 환대하는 일은 큰 기쁨이자 영광으로 여겨질 정도로 매력적이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죠.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삶을 사는 사람 같지만, 죽기 직전 크눌프도 방랑하는 삶에 대해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요. 자신의 삶이 맞았을까 하고요. 그때 신이 나타나 위로를 해줍니다. “너는 잘 살아왔어.” 이런 삶을 살아보고 싶기는 합니다.
『크눌프』는 『데미안』을 읽고 헤르만 헤세의 작품이 궁금해지면서 찾게 된 책이에요. 크눌프가 죽기 직전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회의감을 느낄 때, 신은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너를 필요로 했다”고 말해요. 저는 이 책을 고등학생 때 처음 읽었어요.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교에 가고 순탄한 길을 가는 것 같은데 저는 늘 조금 벗어난 느낌이 들었어요. 아이돌 가수로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니까 불안감이 있었던 거죠. 신이 크눌프에게 해주는 말이 마치 저에게 해주는 말처럼 느껴져 큰 위로가 되었어요.
바쁜 일상 속 틈틈이 읽을 수 있는 책
바쁜 와중에도 책을 읽으려면 아주 끌리는 작품이어야겠죠? 재미있는 책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야 술술 읽히니까요. 전 『해질 무렵』이라는 책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이 책의 주인공도 너무너무 바쁘거든요. 삶에 찌들어 굉장히 힘들게 사는 인물인데 그럼에도 많은 인연을 만나고 사랑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요. 그런 모습에 저도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주인공을 만나면 꼭 안아주고 싶어요.
주로 제가 읽은 소설의 주인공들은 비운한 삶을 살면서도 절대 삶의 의지를 놓지 않아요. 엄청난 해피엔딩이 아니더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큰 힘을 얻죠. 저는 소설 속 주인공에게 저를 투영하는 편이라 비슷한 점이 많을 때 더 큰 힘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가장 힘이 된 책
황석영 작가님의 『개밥바라기 별』입니다. 이 책을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읽었어요. 우연히 도서관에서 수많은 책들 중에 딱 한 권을 골랐는데, 그게 『개밥바라기 별』이었죠.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할 때라 주인공 유준이 꼭 저를 보는 것 같았어요. 소설에 그런 장면이 있거든요. 유준이 친구와 다들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지 모르겠다고 대화를 하면서 이렇게 말해요. “나는 궤도에서 벗어난 소행성이야. 나는 나만의 길을 갈 거야.” 그리고 정말 그런 삶을 살아가요. 저도 온전히 성실하게 고등학교 생활을 하지는 못했는데, 그때 느낀 불안감, ‘잘못되면 어떡하지’ ‘잘 안되면 어떡하지’ 그런 감정이 되게 비슷해서 위로가 됐나 봐요. 이 책은 다섯 번 넘게 읽었어요. 이제는 책 전체를 다 읽지 않더라도 많은 구절들을 기억하고 있어서 필요한 부분을 꺼내 봐요.
삶의 진로를 결정하거나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특히 학생분들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게 더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이 책은 꿋꿋하게 그 삶을 살아가고, 또 후회하면서 느낀 것들을 담은 책이라 위로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비(팬)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프랑수아즈 사강의 에세이 『인생은 너무도 느리고 희망은 너무도 난폭해』를 선물하고 싶어요. 사강이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은 것을 엮은 책이에요. 영혼이 통하는 절친이죠. 어떻게 보면 그때 당시 DM? 메시지를 담은 책이라고 보면 돼요. 저도 늘 더비(팬)와 SNS로 소통을 늘 하고 있고, 형태는 다르지만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저희와 되게 비슷한 것 같아요. 책을 읽다 보면 “빨리 편지해 줘” “빨리 답장해 줘” “사랑한다고 말해 줘” 이런 식으로 사강의 소녀적인 면모가 보이거든요. 이런 관계가 신기하면서도 저와 팬분들의 관계 같기도 하고, 당시의 DM을 엿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밌었어요. 더비들이 귀엽게 가볍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이참슬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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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꼭 읽을 책 목록에 한움큼 더 집어넣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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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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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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