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찰리 푸스는 성장했다

찰리 푸스 『Voicenotes』

  • 페이스북
  • 트위터
  • 복사

모두를 포용하는 가사,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멜로디, 탁월한 팝 감수성을 전부 갖춘 작품은 자본의 부산물이었던 전작과는 다르다. (2018. 06. 12)

1.jpg

 

 

이를 제대로 갈았다. 마이클 잭슨의 「Smooth criminal」이 선사하는 강렬한 비트감을 재현한 「The way I am」을 비롯해 알앤비, 펑크(Funk)를 마구 뒤섞어 놓은 앞선 트랙이나, 보이즈 투 맨과 함께한 진한 아카펠라 곡 「If you leave me now」를 지나 후반부에 집중 투하된 신스 팝 사운드 그리고 발군의 멜로디와 범성애로 나아가는 메시지는 공허한 가사와 레퍼런스로 점철된 데뷔작 <Nine Track Mind>와는 다르다. 찰리 푸스는 성장했다.

 

사실은 수줍고 어딘가로 숨고 싶어 하는 게 나야. 이게 나라고! (「The way I am」)

 

자신이 누구인지 절절히 외치는 「The way I am」을 첫 번째 트랙으로 배치한 이유가 분명하다. 자의든 타의든 단기간의 성공과 명성을 향한 목표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1집은 결국 수많은 혹평을 받았고 이는 고스란히 찰리 푸스가 감내해야 할 몫으로 남았다. 음악적 정체성과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에서 새 앨범의 포문을 여는 「The way I am」은 그야말로 완벽한 승부수다. 부끄러운 모습조차 가감 없이 내보이는 솔직한 가사와 반복되는 기타 리프 위에서 변주하는 매력적인 구간들은 그의 성장에 설득력을 보탠다. 여기에 좋은 선율까지 더해지니 그야말로 완벽한 팝 록이 아닐 수 없다.

 

돌파구의 열쇠는 역시나 과거로의 회귀다. 이미 흔한 전략이 되어버린 발굴(digging) 작업이기는 하지만 여러 장르가 마구 뒤섞여 재구성된 <Voicenotes>에서 과연 찰리 푸스가 재정의한 자신의 음악은 무엇일까. 해석의 단초는 홀 앤 오츠와 필 콜린스, 폴리스, 샘 스미스가 혼재된 「Patient」에 있다. 블루 아이드 소울로 시작해 소프트 록으로 이어지며 후반부에 등장하는 홀 앤 오츠와 폴리스의 흔적은 자기 고백적 가사와 위로를 건네는 「Through it all」, 소프트 록 「Somebody told me」, 홀 앤 오츠의 「I can’t go for that (no can do)」에서 영감을 받았다던 「How long」과 실제로 존 오츠와 작업한 신스 팝 넘버 「Slow it down」 등 음반의 각 트랙으로 다시 분화한다. 서너 곡을 제외하고는 전부 자신의 힘으로 마무리한 프로듀싱은 결국 그가 하고 싶은 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좋아하는 음악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인 셈.

 

음반 후반부에 정리된 트랙이 찰리 푸스의 음악을 완성했다면 전반부에 포진된 1990년대 알앤비 사운드는 그의 유년시절을 채운 향수다. 메리 제이 블라이즈, 티엘씨(TLC)의 영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LA Girls」나 보이즈 투 맨과 제법 잘 어울리는 하모니를 들려주는 「If you leave me now」까지, 신스 팝과 디스코, 모타운 사운드를 반죽한 「Done for me」를 기점으로 앨범은 우리로 하여금 찰리 푸스의 두 가지 생경한 음악적 경험과 조우하게 한다.

 

<Voicenotes>가 다른 음악을 통해 설명이 가능한 작품인 것은 맞다. 그러나 2집이 1집과 달리 가치를 새로 부여하는 지점은 앨범을 구성하는 접근법에 있다. 모두를 포용하는 가사, 기억 속에서 재구성된 멜로디, 탁월한 팝 감수성을 전부 갖춘 작품은 자본의 부산물이었던 전작과는 다르다. 실패와 패배감을 음악으로 승화할 수 있기에 그는 아티스트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 SNS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세요.

독자 리뷰

(0개)

  • 독자 의견 이벤트

채널예스 독자 리뷰 혜택 안내

닫기

부분 인원 혜택 (YES포인트)
댓글왕 1 30,000원
우수 댓글상 11 10,000원
노력상 12 5,000원
 등록
더보기

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오늘의 책

앨리스 먼로가 그린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의 유일한 장편소설. '소녀와 여자들의 삶'에 주목한 작가답게, 캐나다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소녀의 성장 과정과 내밀한 감정을 특유의 통찰력으로 세밀하게 그려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앨리스 먼로 소설에 흠뻑 빠질 시간이다.

아직도 망설이는 당신을 변화시킬 마지막 마법

전 세계 2800만부가 판매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마법이 20년만에 다시 펼쳐진다! 변화라는 도전 앞에 머뭇거리는 당신에게 용기를 줄 스펜서 존슨의 마지막 조언. 전작을 뛰어넘는 더욱 강력한 메시지와 통찰은 우리의 삶을 마법과 같이 바꿔놓을 것이다.

미리 가보는 평양

평화, 자유, 경제적 측면에서 통일이 되면 안 될 이유는 없다. 부침은 있었지만 한반도는 평화와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북한에 관한 책도 여럿 나왔다. 이전에 출간된 책이 각론이었다면, 이 책은 총론이다. 정치 외교 경제는 물론 북한 사람들의 일상도 두루 소개한다.

가격을 들여다보면 욕망이 보인다

편의점 수입맥주는 왜 4캔이 만 원일까? 저가 볼펜의 대명사 모나미는 어떻게 프리미엄 제품이 됐을까? 생활 속 경제 질문과 가격표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을 가격이라는 키워드로 흥미롭게 파헤치며, 소비자와 판매자의 치열한 심리싸움을 경제학을 통해 풀어낸다.

.

주목! 투데이 포커스


문화지원프로젝트
KALIOP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