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이브닝, 펭귄』에는 H. O. T., 삐삐, 마니또, 판치기, 플로피 디스켓, IMF 사태, 1999년 지구 종말론 등 90년대 중후반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이 추억할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그중에서도 우리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단어는 ‘IMF’다. 진짜 달러 한번 본 적 없는 중학생인 ‘나’에게 IMF는 그저 “새로 외워야 할 영어 단어” 정도였지만 자면서도 끙끙대던 화자의 아빠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정신이 완전히 나가거나, 그 전에 회사를 그만두거나.” 결국 명예 없는 명예퇴직을 한 아빠는 ‘나’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 아는 사람의 소개로 다시 직장을 잡는다. 야동을 보는 아들을 현장에서 붙잡아 앉혀두고 하는 아빠의 말은 IMF가 뼈에 새겨진 사람의 한탄이다. “회사가 어떤 줄 상상이나 하고 있느냐, 아직까지 우리는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성공이란 말이다,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것이다. 아니, 회사에서 잘리더라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성공이다……”(125쪽) 다니던 회사가 망해버려 다시 실직자가 된 아빠는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서 신문을 읽고 양복을 입고 나간다.
“애초에 금을 모은다고 될 일도 아니었고,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하는 사람들 때문에 일어난 일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IMF 체제가 종료된 후에도 그 여파는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생존 자체를 바꿔버렸다. 소설 속 화자가 가까스로 진학한 대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금은 자극적일 수 있는 페니스 이야기로 시작한 『굿 이브닝, 펭귄』이 뒤로 갈수록 손 잡아주고 싶은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이런 상황들이 바로 지금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