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보다 유대감
사실 사계절보다 일 년 내내 온화한 지중해 기후나 옷에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아열대 날씨가 사람 살기에 더 적합하거나 편할 수 있다.
글ㆍ사진 백종민/김은덕
2017.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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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말레이시아 1Malaysia

 

남녀, 여행사정 21-01@쿠알라룸푸르.jpg

너희들이 말레이어, 영어, 중국어, 타밀어를 배운다는 그 아이들이구나!

 

순혈주의 속에서 자랐다. 어렸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들리는 ‘단일민족’이나 ‘한민족’이니 하는 단어를 의심하지 않았다. 동일 언어와 문화를 바탕으로 한 민족주의라면 ‘한민족’이라는 말도 아주 틀리지는 않을 텐데 문제는 ‘단일민족’이라는 뜻 안에는 혼혈이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정작 나부터 통일신라 때 중국에서 넘어온 집안 사람이니 순혈주의는 허상일 뿐이고 민족성을 높이기 위한 의도된 오류였다. 뭐, 덕분에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피부색 다른 사람들이 자리 잡기 어려운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고, 한민족은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싶어진다.

 

아무튼 한국이라는 독특한 사회에서 살아서인지 외국 여행 가서 생김새는 물론 언어도 다르고 심지어 종교까지 다른 이들이 한 나라에서 어울려 사는 광경을 마주하는 것이 내 입장에서는 여행이 주는 가장 큰 즐거움이다. 또 한편으로는 다양한 민족이 잘 어울려 사는 모습은 늘 당황스럽다. 멀리 유럽이나 미주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가까운 아시아 국가에도 이런 나라를 찾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이다. 말레이계 승무원의 안내로 비행기에서 내려 중국계 세관 직원에게 입국 도장을 받고 인도계 택시기사의 운전하는 차 안에 앉아 숙소로 향하는 일이 아무렇지 않은 곳이다. 쿠알라룸푸르 안에는 경중국계가 모여 사는 ‘차이나타운’과 인도계 경제 중심인 ‘리틀 인디아’는 물론 이곳에서는 소수자인 한국인을 중심으로 한 ‘코리아타운’도 존재한다. 여러 민족이 모여 다양한 문화를 이루고 사는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이 나라에서 통용되는 언어의 숫자에 입이 벌어졌다. 공식 언어는 말레이계 민족이 사용하는 말레이어와 오랜 영국 식민 생활의 영향으로 영어도 공식 언어이다. 여기에 더해서 경제권을 잡고 있는 중국 화교계의 중국어도 자연스럽게 쓰이고 영국 식민 시절 노동력으로 강제 이주시킨 인도계 말레이시아인도 상당해서 유치원에서 타밀어를 가르치기도 한다. 이 나라에서 태어나면 말레이어와 영어는 기본이고 큰 노력 없이 중국어와 타밀어까지 익힐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진다.

 

여행자에게 이들의 다민족 사회로 가까이 다가가게 해 준 건 역시 음식이다. 야시장에 가면 말레이 전통 음식부터 이슬람계의 할랄 푸드, 중국계의 중화요리, 인도계의 힌디 음식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민족이 모여 각자의 음식을 만들어 내면 세계 최고의 음식도 내놓을 만도 한데 딱히 기억나는 맛이 없는 것을 보면 섞이는 것이 능사만은 아닌가 보다.

 

음식과 언어 문제는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어서 말레이시아가 아니어도 어울려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종교는 다르다. 중동에서는 같은 이슬람이라도 수니파와 시아파가 나뉘어 옆 마을을 살육하기도 하고, 다른 신은 인정할 수 없다고 불교 사원에 가서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써놓고 오기도 하는 것이 종교이다. 말레이시아의 국교는 이슬람이나 도시 곳곳에 도교 사원과 불교 사원이 있다. 유럽 식민지배를 받은 흔적으로 가톨릭 성당과 프로테스탄트 교회도 볼 수 있으며 힌두 사원인 바투 동굴은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다민족이 언어, 문화, 종교까지 공유하며 조화롭게 사는 모습은 말레이시아에서만 볼 수 있다. 외국인이 귀화해도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으로 바라보는 한국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 나라의 내면 깊숙한 곳에는 어떤 불만이 담겨 있을지 모르겠으나 여행자의 눈에 비친 모습은 여러 문화 속에서 서로 다른 민족이 거부감 없이 어울려 살고 있었다.

 

단일민족이라는 허상

 

남녀, 여행사정 21-02@쿠알라룸푸르.jpg 
MALAY(말레이계) S(SINO, 중국계) I(INDIA, 인도계) A(ALL, 그 외 소수민족)이 합쳐져서 말레이시아 Malaysia!

 

이번 대선 후보자가 자기는 ‘재벌이 부럽다’며 ‘어떻게 하면 저렇게 잘 살 수 있냐’고 재벌을 향한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내 우리를 경악하게 했다. 물질을 향한 욕망을 그대로 표현한 저 말이 거북스러운 이도 있을 테고 솔직한 언사를 환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누군가를 부러워한다는 건 마음속 품고 있는 어떤 욕망이 투영된 결과이다. 재벌을 향한 후보자의 애정은 정치나 권력보다 우위에 있는 자본의 힘을 동경한다는 노골적인 고백이기도 하다.

 

욕망을 ‘실현’하는 것에 큰 만족을 누리는 나 같은 사람은 좀처럼 ‘부러움’이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다. 작은 결혼식도, 세계여행도, 소박하지만 조화로운 도시의 삶도 욕망을 실현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떠들어 봤자 ‘마농 Manon’ 같은 친구를 만날 때면 질투가 나서 한국사회의 ‘단일민족주의’와 우리 엄마 아빠는 왜 둘 다 한국 사람일까를 탓하기 일쑤다. 마농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여권을 가지고 있고 아빠 엄마 국적에 따라 독일과 영국 여권도 지닌 친구다. 당연히 모국어인 프랑스어 외에도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를 구사할 줄 알며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다. 이중, 삼중 복수 국적의 친구들이 ‘단일민족’, ‘단일 국적의 부모’를 가진 나를 부러움의 늪으로 빠트린다.

 

가까운 말레이시아를 봐도 토착 민족인 말레이시아계, 청나라 때부터 이주해 온 중국계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강제로 이주당한 인도계로 구성된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을 당시, ‘I Malaysia: People First, Performance Now’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민족화합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인종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많은 민족이 어울려 사니 소수 민족의 불만도 없지 않을 것이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언어와 가지각색의 생김새에 정신이 혼미해 지다가도 우리가 학습해온 대로 ‘단일민족’이 꼭 자랑스러울 만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마치 ‘사계절’이 있어 좋기만 한 게 아니라 옷이 많이 필요한 것도 단점이 될 수 있고 너무 덥고 너무 추운 극단의 환경이 인간성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실 사계절보다 일 년 내내 온화한 지중해 기후나 옷에 큰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아열대 날씨가 사람 살기에 더 적합하거나 편할 수 있다.

 

‘단일민족’이라는 허상은 국가를 통치해야 하는 이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일 뿐이다. 이미 많은 과학자가 한국인의 유전자에는 북방계와 남방계의 다양한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고 밝혀왔다. ‘단일민족’은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권 후보자들의 ‘정착이민’- 우리나라는 10년 까지만 이주 노동을 할 수 있고 그 이후 강제 출국시키거나 불법 신분자로 만든다. -을 허용하지 않는 이주민 정책은 여전히 답보 상태라 안타까움을 준다. 내 친구 마농처럼 혹은 말레이시아인처럼 같은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는 이들 사이의 유대감이 민족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자각하는데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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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쿠알라 룸푸트 #단일민족 #유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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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airs

2017.05.08

그외, 글쓴이는 자신의 조상이 중국에서 넘어왔다고 하지만

과거의 족보는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정통성의 차원에서 해석할려는 이유가 존재했음. 예를 들어서, 역사적 객관성과 상관없이 고려시조인 왕건도 그 조상이 중국에서 넘어왔다라는 얼토당토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여부를 불문하고 이러한 이유에는 정통성과 권위에 대한 강조때문이었음.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자신의 조상이 중국에서 건너왔다라는 부류의 허구는 이러한 족보조작에 근거하는 경우가 있음.

이론적으로도 난점인 이유가 과거의 중국이 어디까지나 중국인가에 관한 문제점이 놓여져 있기 때문임. 알다시피 과거의 중국이라고 하는 그 중국의 범위는 서주시대까지 왕경인근 500리 내외인 협소한 지역을 의미했고 漢대에 이르러 문화적 범위라는 이데올로기와 결합했음. 이 시기에 와서야 우리가 아는 현대중국의 그 중국이 범위와 유사하게 되지만 내몽골, 만주, 티벳, 위구르, 대만 등과 같은 외부지역은 당연히 빼더라도 당-송시대까지 지금의 중국이라고 불리는 양자강 이남 지역은 개발되지 않은 지역이었음. 이러한 문제는 위만이 조선으로 넘어왔다고 했을 때의 그 위만이 누군가에 관한 해석을 낳는 이유이기도 함. 지금은 중화인민공화국 요동성이지만 당시에는 요동은 대륙의 관점에서 머나먼 지역이라는 의미였기 때문. 그러니 이 시기에 조선에 들어온 사람들을 놓고 후대에 '중국에서 넘어왔다'라는 해석이 올바른 해석인가는 의문시하는 것이 좋음.

글쓴이의 글 하나하나 상당히 비판당할 구석은 많지만 대략적이고 피상적인 비판개요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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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airs

2017.05.07

글쓴이의 글에서도 적혀 있지만

"가까운 말레이시아를 봐도 토착 민족인 말레이시아계, 청나라 때부터 이주해 온 중국계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 강제로 이주당한 인도계로 구성된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했을 당시, ‘I Malaysia: People First, Performance Now’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민족화합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인종 간의 갈등을 예방하고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많은 민족이 어울려 사니 소수 민족의 불만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말레이시아의 목표 자체가 언급한 한국의 '단일민족'化로의 방향성임. 분명히 자신의 글에서도 지적하고 있으면서도 그러한 정책의 의도와 행간을 읽어내지 못하고 자기 마음대로 해석할려고 함. 역설적으로 민족이라는 단위가 확고하니 민족을 넘어서는 단위로 묶어낼 수가 없기에 민족이 융해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민족화합운동'이라는 피상적인 화합으로 내부불만을 묶으려고 하는 의도를 글쓴이는 잘 읽기 바람.

처음부터 민족간의 갈등과 봉합하는데의 비용이 드는 나라를 놓고 '다민족국가만세'를 외쳐가면서 그러한 비용을 들지 않는 한국과 비교하면서 부러워하는 태도는 글쓴이의 무지도 한 몫하고 있음. 사실은 말레이시아가 한국이나 (아이누,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같은 나라를 부러워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임.

문화의 다양성은 민족을 다양하게 늘린다고 생기는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적 욕구와 관련되어 있음. 이런저런 사람을 수입한다고 문화가 다양해지는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문화소비를 하느냐의 실천이 더 중요한 문제임. 그와 상관없이 무엇가 비꼬고 어설프게 해석한다는 꼴을 보이기 위해서 단일민족론을 건드릴려면 그만한 논리적 준비는 했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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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airs

2017.05.07

2. 다민족이 단일민족보다 우월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음.

1) 언급하다시피 국가내부에서는 국민의 동질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민족, 시민권등의 이름으로 이러한 작업을 할려고 함. 한국의 경우에는 그나마 정치적 동일체로서 1000년 이상 지속된 안정기 때문에 이러한 민족집단의 갈등이 전혀 발생하지 않아 근현대 경제성장기의 갈등요소가 준 것이 사실임.

2) 다민족국가인 미국도 다민족을 최대한 고양해서 그러한 정체성을 찬양하지 않음. 어디까지나 국가정체성으로서의 미국의 가치, 미국헌법의 존중, 영어등의 미국적 가치를 집단적으로 내면화해야 하며 그러한 동질의식을 키워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

3) 말레이시아의 부미푸트라정책은 말레이인종에 대한 의도적인 우대정책임. 말레이시아의 겉면만 보고 비교/대조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위. 말레이시아가 가지고 있는 다민족사회의 어두운 모습에 관해서는 평가할려고 하지 않는 태도.

4) 고대로마정이 붕괴한 이유에는 하나같이 로마시민의 가치가 몰락하고 다민족화된 제국질서를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 있음. 마키아벨리나 테오도르몸젠이나 마찬가지의 견해임.


3. 글쓴이는 다민족과 단일민족을 객관적으로 비교검토하여 객관적인 사실로 검증해야 할 것이고 섣부른 판단력을 작용하지 않았으면 함. 국가마다 지탱해야 하는 국가공동체의 동질성을 확보하는 방안에 관해서 이렇다할 의견도 내지 못한채 단지 자신이 경험했다라는 이유로 '단일민족은 허상이다'라는 한심한 의견에 관해서는 수많은 관점에서 비판당할 가능성을 염두해 두길 바람. 중국도 56개 소수민족을 다스리기 위한 정책으로 역사공정을 1960년대부터 진행시킨바 있으며 상당부분 중화민족이라는 개념으로 흡수하여 국가정체성을 확고하게 할려는 시도를 근 50년째 하고 있음. 더우깅 한국 내부에서 왜 쓸데없는 민족흔들기, 단일민족 부정논리를 어설프게 꺼내드는 사람들은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지에 관해서 조금은 현실적으로 판단했으면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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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민/김은덕

두 사람은 늘 함께 하는 부부작가이다. 파리, 뉴욕, 런던, 도쿄, 타이베이 등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도시를 찾아다니며 한 달씩 머무는 삶을 살고 있고 여행자인 듯, 생활자인 듯한 이야기를 담아 『한 달에 한 도시』 시리즈를 썼다. 끊임없이 글을 쓰면서 일상을 여행하듯이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