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어떻게 미술의 성지가 되었을까?
홍콩하면 쇼핑, 미식 그리고 화려한 야경이 떠오르지만 아트러버들에게는 미술 또한 놓칠 수 없는 키워드이다. 세계 메가급 갤러리들이 거점으로 삼는 곳이자 아트바젤 기간이면 전세계 미술인이 홍콩을 찾는다. 홍콩의 미술시장은 어떻게 이렇게 커지게 되었을까? 프랑스 파리, 독일의 베를린, 미국과 같은 예술이 발달한 나라나 도시는 보통 예술가들이 한 도시에 모여들면서 그 싹을 틔운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이 전시를 열고, 이색적인 예술공간이 탄생하면서 도시 자체가 예술로 어떤 특성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보편적이다.
그러나 홍콩의 경우 지리적인 위치, 세금적 혜택, 영어 사용 등의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지면서 많은 국가들이 미술품을 거래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미술이 시작된 곳이고 볼 수 있다. 그 시작은 대형 옥션 하우스의 아시아 진출이었다. 현재 소더비, 크리스티와 같은 대형 옥션 회사들의 메이저 경매가 홍콩에서 열리며, 수십 억 원의 작품이 거래되고, 최고가 경신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중국은 미술품에 25%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지만 반면 홍콩은 수출입 관세를 없앴다. 덕분에 미술품을 매매할 때 세금 부담이 적고, 고가의 작품을 소장하는 컬렉터에게는 더없이 좋은 기회의 땅이 된 셈이다.
하지만 홍콩을 오늘날의 미술의 섬으로 만들어준 결정적 계기는 아트바젤 홍콩이었다. 스위스의 작은 도시 바젤에서 처음 시작된 아트바젤은 깊은 역사와 예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재 가장 공신력있는 아트페어로 거듭나게 된다. 그 뒤 마이애미에 진출했고, 그 뒤 아시아 진출을 꿈꾸며 여러 국가를 물색하던 중 홍콩이 최종 그 거점지가 되면서 2013년도부터 아트바젤은 홍콩에서 개최되기 시작한다. 아트바젤 홍콩을 보기 위해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 주요 컬렉터와 미술계 관계자들이 매년 3월이면 홍콩을 찾게 되는 만큼 다양한 부대 행사와 주요 옥션 행사가 이 기간에 맞물려 진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트바젤 홍콩이 진정 홍콩의 로컬미술을 아우르며 생태계 전반의 발전을 견인하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도 있다. 아트바젤 홍콩 또한 이러한 비판적인 견해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고, 또 아트바젤이 놓치는 무언가를 잡아내려는 기획자들의 새로운 시도도 최근 포착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아트바젤 기간 홍콩의 로컬씬을 좀 더 살펴볼 수 있는 여러 행사들과 장소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홍콩 로컬 기획자가 만든 신상 아트쇼 서퍼클럽
2024년 아트바젤 홍콩 기간 신선한 아트페어 하나가 새롭게 생겨났다. 이름은 서퍼클럽(Supper Club). 엄청난 규모의 아트바젤 홍콩을 다 보고 나면 여러모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오후 6시 즈음이면 아트바젤 홍콩이 열리는 컨벤션 센터는 문을 닫기 때문에 컬렉터들도 모두 거대한 컨벤션홀을 빠져나와 홍콩의 밤을 즐기게 된다. 그런데 서퍼클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 파격적인 운영시간이 컬렉터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년 서퍼클럽이 열힌 장소 또한 독특했다. 과거 붉은 벽돌 건물로 지어진 곳을 리모델링해 현재는 비영리 예술공간으로 사용하는 프린지 클럽은 빼곡한 건물 사이 독특한 감성을 자아낸다. 음료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입장권을 받고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재즈바 혹은 펍에 들어선 것 같은 낮은 조도의 음악이 흘러나온다.
작년 필자는 이곳에서 라이브 방송을 통해 현장의 모습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캐주얼하면서도 기존 아트페어랑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내년도 서퍼클럽도 놓치지 않고 보리라 다짐하며 올해를 기다렸다. 올해는 좀 더 미션을 강화해서 돌아왔다. 공간은 홍콩 센트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HQUEENS 건물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HQUEENS 건물은 2018년 갤러리들이 들어설 수 있는 특화된 빌딩이라는 컨셉으로 세워졌고, 실제로 데이비드 즈위너, 화이트스톤, 하우저앤워스, 서울옥션, 페이스, 탕컨템포러리 등이 각 층마다 들어서, 건물 한 곳에서 수많은 전시를 볼 수 있는 독특한 예술빌딩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전시 장소를 이곳으로 바꾸며 접근성을 높이고, 보다 전시를 관람하는 경험을 강화하면서도 함께하는 갤러리와 여러 비영리 예술단체들과 힘을 합쳐 진정한 동시대의 흐름을 보여주겠다는 미션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는 실린더, 띠오 갤러리가 참여했고, 2000년대생의 젊은 신진작가부터 영향력있는 미술인 TOP 100에서 무려 2위로 오른 현대미술의 주요 인물 리크리트 티라바니자까지 참여하면서 넓은 스펙트럼의 동시대를 선보였다.
실제로 서퍼클럽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트페어보다는 대안적 성격의 아트쇼를 지향한다고 적혀있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지금 시대의 흐름에서 주류만을 고집하지 않고 생동감 있는 동시대의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서퍼클럽의 2026년도 함께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
합리적인 가격대로 컬렉터를 사로잡은 아트센트럴
아트바젤 홍콩을 진짜 구매하기 위해 방문하는 컬렉터는 몇이나 될까? 사실상 미술의 트렌드를 살펴보고, 감상하기 위해 방문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작품을 살 수 있는 작품가격대로 준비된 아트센트럴 홍콩을 주목해볼만하다.. 아트바젤 홍콩의 전신인 홍콩 아트페어의 주역들이 모여 설립한 아트센트럴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만큼 힘주어 준비한 모습의 아트센트럴 현장에는 미술시장이 주춤하고 있다는 기사 내용과는 상이하게 많은 아트러버들로 붐비고 있었다.
먼저 아트센트럴의 부스 구성을 살펴보면 특별한 몇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레전드Legend라는 부스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예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구적 예술가 6명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화이트스톤 갤러리는 31년생 작가 Ay-O의 작품을 선보였고 서울의 서포먼트 갤러리는 이인섭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필자가 더욱 재밌었던 부스는 네오Neo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곳들 이었다. 최근 도입된 네오 섹션은 새로운 갤러리와 유망한 인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부스로서 서울 기반의 갤러리 FIM이 선정되기도 했다. FIM은 긴장과 불안의 감정을 순간포착하듯 정적이지만 다음 장면이 궁금하게 만드는 이수진 작가의 솔로부스로 구성해 많은 컬렉터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페어장 중간중간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가 큐레이션한 작가들의 실험적인 설치 작품도 있어, 마치 아트페어 속 작은 비엔날레는 보는 기분도 들었다. 이렇듯 아트센트럴은 다양한 부스 구성과 볼거리, 나아가 전반적으로 접근가능한 가격대의 작품으로 구성해 아트바젤 홍콩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내년도 3월 홍콩으로 아트투어를 계획한다면 홍콩의 진짜 미술을 느낄 수 있는 로컬 아트페어 두 곳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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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피오(ARTiPIO)
YES24의 자회사로 출범한 아티피오는 미술품 수집의 대중화를 위한 아트 커뮤니티입니다. 국내 다양한 예술 애호가들과 함께 아트 컬렉팅을 시작해 볼 수 있는 미술품 분할 소유 플랫폼과 관련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