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을 위한 상담실 2
그렇다면 적정한 보호는 언제부터 도를 넘어선 지배와 간섭으로 바뀔까요?
딸이 부모가 하는 간섭을 귀찮게 느끼고 저항을 시작하는 시기는 초등학교 4~5학년 때쯤, 즉 이른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입니다.
원래 사춘기는 성장 과정의 하나로 기뻐해야 할 일이지만 딸에게 차츰 자아가 생겨 반항이 시작되면 엄마들은 두 종류의 유형으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내 딸도 이제 어른이 되었구나’ 하고 서서히 보호와 간섭이 느슨해지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식이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데 불안을 느껴 ‘내 말을 더 잘 듣게 해야 돼!’ 하고 한층 더 압박을 가하는 경우입니다. 하필 이 반항기는 본격적으로 공부가 시작되는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와 겹칩니다. 자녀의 공부에 관심이 많은 엄마라면 이 시기에 딸이 방황하다가 학업을 망치고 진로 문제까지 엉망이 될 거라는 조바심 때문에 딸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딸은 엄마에게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받으면서도 그것을 애정으로 받아들여 엄마를 의심하지 않습니다. 엄마가 “널 위해서 이렇게 하는 거야” 하고 끊임없이 속삭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금이라도 엄마의 뜻을 거스르는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면 ‘엄마의 행동을 싫어하는 나는 나쁜 딸이야’라는 죄책감을 갖게 됩니다.
엄마는 딸에게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생을 걷게 함으로써 딸의 인생에 자신을 투영해 대리만족을 느끼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딸을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으로 만들기 위한 이런 구속을 엄마도 딸도 어느 시점까지는 애정이라고 믿습니다.
성인이 된 딸은 비로소 자기 나름대로 살아가는 방식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그 방식이 엄마의 뜻과 같을 수는 없습니다. 딸은 엄마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면서 그동안 엄마가 자신을 구속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마의 바람과 자신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엄마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힌 딸은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에게 ‘아니요’라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예전의 모습이 진짜고 자신의 품을 떠나려고 하는 딸을 어딘가 불안정한 상태라고 믿는 엄마를 보며 한층 괴로워집니다.
이제 현대 사회의 엄마와 딸은 어느 시점을 계기로 일정한 거리를 두기 위한 의식을 치러야 합니다. 딸이 스무 살이 되는 성인식을 시점으로 하기에는 너무 이를지도 모르지만 대학교 졸업식이나 취직과 같은 전환점, 혹은 특정한 나이를 기준으로 서로 엄마를 떠나고, 딸을 보내는 의식을 해보길 제안합니다.
엄마를 매정하게 싹둑 떼어버리라는 뜻이 아닙니다. 이 책에서는 엄마와 딸이 적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가 상처받지 않으면서 조심스럽게 서로에게서 벗어나는 과정을 차근차근 풀어가려고 합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아사쿠라 마유미,노부타 사요코 공저/김윤경 역 | 북라이프
지금껏 딸이라는 호칭 앞에는 ‘친구 같은’, ‘착한’과 같은 단어들이 당연한 듯 따라붙었다.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는 엄마와 갈등을 겪고 있는 수많은 착한 딸, 아니 가족에게서 벗어나 나답게 살고 싶은 여자들을 위한 책이다.
아사쿠라 마유미, 노부타 사요코
임상심리사이며 하라주쿠 상담소 소장인 노부타 사요코와 프리랜서 작가인 아사쿠라 마유미가 만나 『나는 착한 딸을 그만두기로 했다』를 집필했다. 가족, 특히 엄마와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쓴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