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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팔아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중국 상해, 종서각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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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보고 들어야 하는데 내 경험상 가장 좋은 장소가 서점이었다. 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특색 있는 서점을 둘러보려 애쓰고 있다.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그러니 설령 누군가가 “이 판국에 중국 서점 얘기를 올리다니 제정신이냐”고 비난해도 꿋꿋하게 서점 얘기를 계속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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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에 다녀왔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니 뭐니 시끄러운 마당에 중국이 웬 말인가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예전부터 ‘종서각(鍾書閣) 서점’을 꼭 한번 구경해 보고 싶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나도 참 어지간히 한심하다. 출판사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이건만 불과 한 달 전에도 ‘유럽 책방 떼거리 투어단’을 따라 열흘씩이나 일을 작파하고 외유하지 않았던가. 아닌 게 아니라 내가 중국에 간다고 했더니 당장 우리 엄마가 “새끼야, 너는 출판사가 아니라 여행사 사장이었던 거냐”며 혀를 끌끌 차셔서 “내가 회사에 없으면 직원들도 좋아하고 매출도 눈에 띄게 오르니까 괜찮아”라고 말씀드렸다가 한 방 맞을 뻔했다. 이제 와서 털어놓기엔 늦었지만 정작 내가 엄마(혹은 왜 그렇게까지 서점 구경에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느냐고 묻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런 거였다.

 

“책을 팔아서 먹고살고 싶은 사람들, 책으로 아직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책은 소중한 거니까 내가 희생해서라도 팔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책을 팔아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려워서 모두 탈출하려는 이 업계로 일부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냉소적인 눈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기를 바란다. 비난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젊은 사람들이 나와서 개성 있는 서점을 하는, 그런 도전을 할 수 있는 환경조차 없다면 이 업계는 침몰할 뿐이기 때문이다. 이상이 내가 서점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이다. 아마 내가 하는 이야기 외에도 출판업계를, 서점을 활성화할 힌트를 가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푸념을 늘어놓아도 좋아지는 것은 없다. 방법을, 생각을 말해보자!” -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180~181쪽

 

일본 사와야 서점 페잔점 점장인 다구치 미키토 씨가 책의 말미에 쓴 글이다. 나 역시 출판사를 차리고 11년이 지난 오늘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주말에 탱자탱자 놀거나 데이트할 때는 빼놓는다) 고민하는 대목은 “어떻게 하면 책을 팔아서도 즐겁게 일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려 노력한다. 하지만 나처럼 머리 나쁜 학생이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란 “베란다 구석에 처박아둔 채 물도 주지 않는 화분에서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고 할까. 어쨌든 뭐든 보고 들어야 하는데 내 경험상 가장 좋은 장소가 서점이었다. 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특색 있는 서점을 둘러보려 애쓰고 있다.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그러니 설령 누군가가 “이 판국에 중국 서점 얘기를 올리다니 제정신이냐”고 비난해도 꿋꿋하게 서점 얘기를 계속하겠다.

 

상하이 외곽에 위치한 송강에는 중국의 신도시 건설계획에 따라 영국의 전통마을을 그대로 본떠서 만든 ‘템즈타운’이 있다. 한국으로 치면 지금은 문을 닫은 파주 영어마을 같은 느낌이다. 빠다향 물씬 풍기는 교회며 아기자기한 찻집, 심지어 공중전화 부스까지 영국식 인테리어로 디자인된 덕분에 관광지로 주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웨딩사진 촬영지로도 유명한 이템즈타운에 서점이 들어선 것은 2013년 4월 무렵이라고 한다.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게’라는 기치를 걸고 미래형 서점을 지향하며 설계를 담당한 아트 디렉터 리 시앙은, 변칙적으로 배치한 갤러리형 서가와 거울을 이용한 판타지적 구성으로 단숨에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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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책으로 도배된 바닥과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굳이 입구에 직원을 배치한 이유는 너도나도 사진을 찍느라 늘 정체되기 때문이다. 계단을 이용한 서가는 꽤 여러 서점에서 구경한 바 있지만 유리 바닥 밑으로 책을 깔고 아치형 천장에 책을 꽂아놓은 아이디어는 종서각의 전매특허라 할 만하다. 1층에 있는 아홉 개의 방은 공간마다 분위기를 과감하게 바꾸며 문학과 철학, 고전과 역사서를 배치해 두었다. 바닥이든 창틀이든 원하는 장소에 털썩 주저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설계가 돋보인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에 찾아본 창업자 진하오의 인터뷰에서 “지적 권리를 즐기려는 독자들을 위한 성지(A Holy land)”라는 대목을 마주하고 뭘 또 성지씩이나 싶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인정해 주지 못할 것도 없겠다. 2층은 대나무숲 위로 별이 반짝이는 하늘을 연출하여 고즈넉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낸다. 예술서와 장르소설 등이 꽂혀 있는 중앙의 이벤트홀에서는 음료와 함께 간단한 식사도 즐길 수 있다.

 

종서각은 송강 외에도 난징루와 항저우 등에 분점이 있고 각각의 서점은 모두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를 지양하며 디테일에 공을 들였다. 콘셉트는 한결같이 ‘현실을 왜곡시킨 듯한 낯선 공간의 창출’이다. 관심 있는 형제자매님들은 ‘Zhongshuge Bookstore’로 구글링해서 이미지를 찾아보기 바란다. 나도 이미지를 구글링해 봤을 때는 어마어마하게 클 줄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그렇지 않았다. 상당히 아담한 규모로 어지간한 동네서점보다 약간 크다 싶은 정도였다. 때문에 많은 종수의 책을 쌓아놓고 팔지는 않는다. 그런 반면 종서각의 창업자는 ‘독자들이 자주 찾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환상적인 공간 구현에 집중했다. 이것은 그가 보낸 유년기의 추억과도 관련이 있다. 그 시절에 진하오는 무슨 목적을 가지고 서점에 가지 않았다. 생각나면 들렀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책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고 여겼다. 결국 중요한 것은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 자체였다.

 

그저 많은 책을 집적해 놓는 것이 서점의 임무이던 시절은 이제 지난 듯하다. 사람들이 어디에 무슨 책이 있는지 없는지 몰라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종서각의 변칙적인 서가 배치는 ‘이 안에 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즉 책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해준 흥미로운 제안이었다. 이 아이디어는 잘 발전시켜 뭔가 흥미로운 이벤트를 만드는 데 써먹어 주도록 하겠다. 그건 그렇고 내가 잠시 회사를 비운 사이에 매출은 또 늘었다. 어째서일까. 비슷한 일을 겪어보셨거나 이유를 짐작하시는 형제자매님들의 제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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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미남이고 북스피어 출판사에서 책을 만든다. 가끔 이런저런 매체에 잡문을 기고하거나 라디오에서 책을 소개하거나 출판 강의를 해서 번 돈으로 겨우 먹고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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