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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박이강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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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한 게 뭔데요?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마음가짐이지. 이 일이 나의 전부라는 마음가짐.”


소설가 박이강의 첫 작품집이 나왔다. 네 명의 소설가와 함께 작업한 앤솔러지 『폴더명_울새』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박이강 작가는 『안녕, 끌로이』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신인답지 않은 탄탄한 문장과 작품의 높은 완성도로 주목받고 있다. 9편의 단편소설을 모은 이번 작품집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에서 저자는 관습처럼 이야기하는 ‘믿음’의 실체를 거침없이 파헤친다. 대산창작기금 심사를 맡았던 심윤경 소설가는 “회사라는 거대한 맷돌 속에 영혼을 갈아넣으며 이토록 세련되고 날카로운 시선과 문장을 건져 올린 신인 작가라니, 심사위원들이 박이강의 작품에 환호하며 ‘진짜가 나타났다’고 고개를 끄덕였던 이유다. 회사 생활에 영혼이 묶인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토록 정치하게 조망할 수 있는 작가가 탄생했다는 것은 한국 문학의 축복이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첫 작품을 내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박이강 작가를 만나보자. 



첫 소설집 출간 축하드립니다! 표지 앞날개에 있는 짧은 소개를 보면 여러 글로벌 기업을 다닌 후 소설가가 되신 것 같은데요, 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인 소위 성공한 직장인에서 소설가의 길을 걷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한때 저는 기업 세계가 원하는 전형적인 성취주의자였습니다. 2, 30대에는 커리어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살았죠. 그러다 극심한 피로와 함께 제가 추구해 온 것들에 회의를 느끼고 방황하는 시기가 찾아왔습니다. 어떤 식으로든 저 자신과 저를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고 정리할 필요를 느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소설을 쓴다거나 소설가가 된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어요. 돌이켜보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었겠지만, 소설 쓰기는 우연한 기회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점점 빠져들었죠. 그때부터 소설을 쓰는 일은 제게 기업 세계에서의 삶을 견디는 방법이었고, 결과적으로 삶의 전환점을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소설집을 낸 후 기분이 어떠셨나요? 주변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오랫동안 회사와 소설이라는 양극단의 세계를 오가며 지쳐 있었고 소설을 그만 쓰는 게 맞지 않나 하는 회의로 힘들었던 시간도 길었기 때문에 첫 소설집을 낸 감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제가 소설을 쓰는지 몰랐던 많은 지인과 옛 동료들은 대부분 놀랍다, 신선하다 또는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많이 축하해 주었고요. 잊고 있었던 자신의 꿈을 되돌아보게 한 자극이 되었다는 반응도 의외로 많았습니다. 

표제작인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는 작가님께서 이 책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 ‘은유’라는 캐릭터처럼 이야기, 인물을 구상할 때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은유’는 언젠가 어떤 분의 유니폼 명찰에 새겨진 ‘은유’라는 이름을 보고 은유(metaphor)가 의인화된 형태의 인물이 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만들어진 캐릭터입니다. 이런 식으로 인물이나 이야기에 관한 영감은 그때그때 저의 심리적 정황과 관심사가 외부의 자극과 만나 화학작용을 일으킬 때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런 화학작용은 일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겪는 크고 작은 사건, 여행 중에 만나는 인상적인 풍경이나 사소한 에피소드, 또는 책이나 영화를 보다가 많이 생기는 편입니다.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에는 오피스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있는데요.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오랜 시간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신 만큼 이러한 경험이 소설을 집필할 때 어떤 도움이 됐을지 궁금합니다.

성인이 된 후로 쉬지 않고 출퇴근을 반복하며 살았습니다. 일하는 삶, 그것의 의미와 딜레마는 항상 저의 가장 절실한 화두였죠. 외국계 기업에서 일했기 때문에 일터의 언어인 영어와 모국어인 한국어 사이를 오가며 느낄 수밖에 없었던 더 나은 표현에 대한 갈급함 같은 것도 있었고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일한 경험은 일하는 삶의 이질성과 보편성을 엿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작가로서 제가 가진 감성이나 감각은 오랫동안 직장인으로 살아오면서 축적된 경험과 그것이 만든 심리적 반경에 토대를 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을 만큼 힘들지만 어쨌든 당장은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현실에 영혼과 발이 묶인 이들의 마음에 저는 제일 약해지고 보듬고 싶은 마음이 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작품 속 인물이 궁금합니다. 왜 마음이 가실까요?

아무래도 표제작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에 가장 애착이 갑니다. 회사 생활이 가장 힘들었을 때 제 안에서 아우성치던 감정들을 쏟아놓은 작품이거든요. 저 자신이 많이 드러난 작품이라 좀 민망하긴 하지만요. 『방문객』은 습작 초창기에 썼던 작품인데, 초고를 완성했던 때를 잊지 못합니다. 일요일 밤이었고 자정을 넘기며 후반부를 달리고 있었죠. 머릿속으로는 내일 월요일인데, 제일 바쁜 날인데, 지금 잠자리에 들지 않으면 이번 주 컨디션 조절이 안 될 텐데 걱정하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 거예요. 그렇게 정신없이 새벽 한 시가 지나고 두 시가 되고 세 시가 가까워졌을 때 마침내 마지막 문장에 다다랐죠. 그 마지막 문장을 써놓고 보니 너무 웃겨서 혼자 얼마나 키득키득 웃었는지 몰라요. 아, 재밌다! 진짜 재밌구나. 그때가 소설 창작의 찐 재미를 처음으로 느꼈던 순간 같아요. 

독자평에서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를 읽는 내내 작가님이 직장 선배 같아서 공감이 갔다고 하는데요. 갓 출간돼 리뷰가 많지는 않겠지만, 혹시 리뷰를 찾아보셨을까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 있을까요?

막상 책을 내고 보니 시간을 내서 제 책을 읽어준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공감된다는 반응이 많고요. 그간 한국소설에서 많이 보지 못했던 인물들과 배경이라 신선하다는 얘기도 반가웠습니다. 이 책이 어떻게 보면 흔하고 어떻게 보면 특수한 회사라는 세계에서 고단하게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제가 직접 낭송한 오디오북으로도 제작되었어요. 귀로 이 책을 접하는 분들도 많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품활동 계획은 어떻게 될까요?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곧 저의 첫 장편소설인 『안녕, 끌로이』가 나옵니다. 마마걸이자 전형적인 대치동 키드로 자란 주인공 지유가 각기 다른 세 인물과 겪게 되는 실패한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이 책으로도 많은 독자분들을 만나고 싶고요. 현재 새 장편소설을 구상 중입니다. 저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의 욕망과 결핍에 관심이 많습니다. ‘어쩔 수 없이’ 무너지고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 하는 일들의 연속인 삶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무력감과 그것에 저항하는 문제도요. 어쨌든 저는 아직 작가로서의 색깔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제가 쓸 수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계속 써나갈 생각입니다. 




*박이강

앤솔러지
 『폴더명_울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로 2022년 대산창작기금을 받았다. 장편으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안녕, 끌로이』(근간)가 있다. 2022년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았다. 여러 글로벌 기업에서 일했다.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어느 날 은유가 찾아왔다
박이강 저
교유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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